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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백제 성왕이 최초로 불상을 보낸 절 향원사

 




 

9. 백제 성왕이 최초로 불상을 보낸 절 향원사


가만히 서 있어도 숨이 턱턱 차오르는 아스카의 더위는 말 그대로 찜통 속이다. 한국과 달리 바람 한 점 없이 푹푹 쪄대는 아스카의 한 낮은 수은주가 39도를 오르내렸다. 나라현 타카이치군 아스카촌 (奈良県 高市郡 明日香村)에 있는 향원사는 ‘일본 최초의 절’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절로 일본의 사서(史書)에 일찌감치 그 이름이 보인다.

<일본서기>에는 “552년에 백제 성명왕이 금동 석가불을 보내왔는데 향원(向原)에 있는 개인 집을 깨끗이 치운 뒤 절로 사용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가정집을 고쳐서 임시로 절로 사용한 것일 뿐 제대로 된 절은 이후 50여 년이나 지나야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야마토(645년에 일본이라는 국호 생김)조정에서는 불교 공인 후 불상을 안치할 절을 지을 기술자도 없고 승려도 없으며 경전도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이후 꾸준히 한반도로부터 경전을 지닌 고승(高僧)들이 건너가고 대규모의 목수들이 파견되어 불사(佛事)를 한 결과 비조사(飛鳥寺,아스카데라), 사천왕사(四天王寺,시텐노지), 법륭사(法隆寺,호류지)들이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향원사가 자리한 곳은 전형적인 시골 마을이었다. 긴테츠 가시와라진궁앞(橿原神宮前)에서 오카데라행(岡寺) 버스를 타고 도요우라(豊浦)에서 내리면 바로 1~2분 거리에 있는 향원사 정문에는 ‘태자산 향원사’라는 기다란 나무 간판이 걸려 있다. 지금도 가정집처럼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그다지 크지 않은 마당이 있고 안쪽에 대웅전 건물이 하나 있을 뿐 단출했다. 대웅전에 들어서니 동네 아주머니들인 듯 대여섯 명이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낯선 이방인을 보더니 그 중 한 아주머니가 내게로 다가와 자신을 이 절 주지스님의 부인이라고 소개하더니 한국에서 일부러 일본 최초의 절을 보러 왔다고 하는 나의 말에 호기심을 나타내며 친절히 절의 유래를 말해준다. 

일본의 승려들은 대부분 결혼을 하는 이른바 대처승들이 많다. 약간 뚱뚱하면서도 후덕하게 생긴 사모님은 다리를 절었는데 나를 대웅전 옆의 복도 쪽으로 데려가더니 대웅전 끝자락에 있는 웅덩이처럼 파진 곳을 보여줬다. 마치 우물을 파던 자리 같기도 하고 고대 유적터를 발굴한 자리 같기도 한 그곳은 서시 592년에 일본 최초의 여왕인 스이코(推古天皇)왕이 살던 궁전터라고 한다. 

이 절 옆에는 나니와라는 작은 연못이 있다. 이 연못은 당시 백제에서 보내온 금동불을 버린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에 일본 재래종교와 신흥종교인 불교 수용과정에서 다툼이 일어 고민하던 왕은 그만 불상을 이 연못에 던져버렸다고 <일본서기>는 전한다. 이곳에 찾아가던 날은 연못 물이 거의 말라 있었다. 그렇게도 불교를 반대하던 세력은 이내 기세가 꺾이고 일본열도는 백제 성명왕의 불교를 받아들여 오늘날의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