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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조선에 김홍도가 있다면 일본엔 호쿠사이

 
                
 
 
호쿠사이란 풍속화가가 있다. 평생 3만 점의 그림을 그린 화가로 72살에 후지산 36경(富嶽三十六景)을 그려 독보적인 화풍의 화가로 자리 잡은 호쿠사이(葛飾 北齋,1760-1849)는 풍속화의 일종인 우키요에(浮世繪) 화가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멀리 눈 덮인 후지산이 보이고 바로 앞에는 일렁이는 파도가 당장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호쿠사이 작품 ‘바다(海)’는 프랑스 작곡가 드비쉬(Claude Achille Debussy, 1862-1918)가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이 그림을 만난 뒤 영감을 얻어 ‘바다’라는 곡을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호쿠사이는 서양 예술가들에게도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우키요에(浮世繪)는 에도시대에 성립한 그림으로 연극, 고전문학, 와카(和歌, 일본 전통 시),풍속, 전설, 기담, 초상, 정물, 풍경, 문명개화, 황실, 종교 따위를 소재로 한 그림이다. 우키요(浮世)란 말은 ‘현대’라는 뜻인데 이때의 현대란 주로 에도시대(1603-1868)를 말한다. 우키요에를 판화그림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원래는 손수 그린 그림(肉筆)과 목판화를 모두 일컫는다. 육필화에는 병풍화, 두루마리그림, 족자, 화첩, 부채그림을 모두 포함하며 이 시기의 그림을 우키요에라고 부르는 것이다.

호쿠사이가 그린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후지36경’을 비롯한  명소(名所) 그림은 사진술이 발달치 않던 당시에 상업적으로 성공하여 ‘배우그림’ ‘미인그림’과 함께 ‘풍경그림’이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게 되며 그 한 가운데 호쿠사이가 우뚝 서 있다.

호쿠사이는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풍속화가지만 기행(奇行)을 일삼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예술가들은 너나없이 술을 좋아하지만 호쿠사이는 예외다. 그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았으며 담배도 피우지 않았는데 과자만은 유독 좋아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집에는 식기나 찻잔 하나 없었는데 밥은 항상 밖에서 사먹었으며 어쩌다 손님이 찾아오면 옆집에서 차와 찻잔을 얻어다 대접했다. 호쿠사이 이름에는 ‘30’과 ‘93’이란 숫자가 따라다니는데 여기서 ‘30’이란 호쿠사이의 호를 말한다. 그는 「春朗」「群馬亭」「北齋」「宗理」「狂人」「雷斗」「卍」 따위의 호가 30개나 있었다.

또 ‘93’이란 호쿠사이가 평생 93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뜻이다. 그는 하루에 3번을 옮겨다닌 적도 있으며 75살 때까지 56번째 이사를 했다. 그의 이사를 두고 어질러진 집안을 치우지 않고 도망치듯 이사 다닌 것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만 일설에는 에도서민(江戶庶民)의 어려움을 몸소 겪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호쿠사이보다 더 이사를 많이 한 화가는 도요하라(豊原國周, 1835-1900) 씨로 그는 무려 117번을 이사 다녔다는 기록이 있다.

풍경화나 풍속화를 일컫는 에도시대의 그림 우키요에는 신윤복, 김홍도 등이 그린 조선시대 풍속화처럼 일본을 대표하는 에도시대 그림으로 인터넷이 발달한 요즈음에는 ‘우키요에’ 만 검색해도 훌륭한 눈요기를 할 수 있다. 독자들도 한번 일본의 우키요에 세계를 구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