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22. 가곡의 태평가는 고조된 감정을 가다듬는 마지막 곡

   

  

전통가곡에 관한 속풀이를 하다가 잠시 다른 장르로 옮겨 갔다. 이번 주부터는 다시 가곡의 멋에 관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자 한다. 현재 전해지고 있는 전통가곡은 남창가곡과 여창가곡으로 대별되고 있다

남창 가곡은 우조 음계(흔히 서양음악의 장조 음계로 비교 됨)로 된 11곡과 계면조(단조에 비교 됨)로 만들어진 13곡, 그리고 중간에 조가 바뀌는 2곡 등 모두 26곡이 전해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여창 가곡은 우조가 5곡, 계면조 8곡, 그리고 변조의 2곡 등 모두 15곡이 모두 불리고 있다. 남창의 곡수에 비해 여창의 곡수가 적은 셈이다. 남창이든, 여창이든 간에 이들 가곡은 부르는 순서가 거의 정해져 있다. 느린 빠르기의 긴 호흡으로 부르는 곡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빠르게 진행되는 순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중간에 몇 곡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으나, 절대로 앞뒤 악곡을 뒤바꿔 부르지 않는다. 창자 임의대로 순서를 바꾸지 않는 것을 관습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순서를 정해 놓고 순서대로 부르는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전 시대 가곡의 명인들, 즉 이주환이 엮은 ≪가곡집≫이나 김기수의≪정가집≫, 홍원기의 ≪가곡보≫를 보면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빠르게 진행되는 순으로 악곡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아래의 표와 같다. 단, 초수대엽은 연가곡의 처음곡으로 마치 서창(序唱)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느리지 않고 거뜬거뜬하게 진행되고 있다.



 

 

위 “남창 가곡의 빠르기” 표에서 보듯이 가곡 한바탕을 이루는 전반적인 구성을 살펴보면 <초수대엽>으로 시작된 노래가 <이수대엽>, <중거>, <평거>를 거쳐 <농>이나 <낙>, <편>으로 진행되면서 점차 그 속도를 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곡조인 <태평가>에 이르면 다시 그 빠르기는 처음의 빠르기로 되돌아와서 곡을 마무리하고 있다. 

느리게 시작해서 점차 빠르게 진행하는 형식은 우리 음악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영산회상>의 경우에도 <상령산>에서부터 가락덜이까지의 비교적 느린 빠르기, <삼현환입>부터 <염불환입>까지의 보통의 빠르기, 그리고 <타령>, <군악>의 빠른 속도로 구분될 수 있으며, <진양>-<중모리>-<자진모리>로 구성되어 있는 산조음악의 틀도 이러한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을 <만, 중, 삭>의 형식, 또는 빠르기에 의한 형식이라고 부른다. 그런가 하면 민요의 경우는 중간 빠르기를 생략한 채, 느린 곡에서 곧바로 엮음이나 자진 형태의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곡들이 대부분이다.

가곡이 느리게 시작하여 점차 빨라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점에서는 영산회상이나 산조 음악, 또는 일부 민요의 틀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매우 느린 속도로 되돌아 와서 끝맺음을 한다는 점이다. 끝 곡인 태평가를 앞 곡인 <편수대엽>과 비교해 보면 2배 이상 느린 속도로 되돌아와서 가곡의 한바탕을 끝내고 있다. 이 점이 바로 가곡만의 독특한 형식이라 하겠다. 

만-중-삭의 속도로 이어지는 동안, 절정에 달해 있던 흥취와 열기, 그리고 고조된 감정들을 가다듬는 마무리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즉 속도가 빠른 소리로 파장을 하고 자리를 뜨는 음악과 비교해 볼 때, 감정을 정리하는 유종의 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