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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일본 시가현 “호남 3산 순례기”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파호(琵琶湖)를 끼고 있는 시가현(滋賀)은 교토와 오사카에 면해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다. 이곳은 1건의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하여 55건의 국보 그리고 806건의 중요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로 국보보유로 치면 교토부, 도쿄도, 나라현, 오사카부 다음으로 많은 곳이다. 에도시대에는 강남, 강서, 강동 지역으로 나누던 것을 명치시대 이후에는 비파호를 중심으로 호남, 호동, 호북, 호서 4곳으로 생활권역을 구분하고 있다.

예부터 관동지방으로 올라가는 길목으로 교통의 요지인 이곳은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좋은데다가 특히 가을철 단풍의 명소로 꼽혀 단풍철에는 숙박을 정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정도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이에 맞춰 “호동3산 순례”라든가 “호남3산 순례”와 같은 유서 깊은 절 순례코스를 만들어 놓고 임시버스를 운행하는 등 지역 관관협회의 홍보도 매우 적극적이다.

“호남3산 순례길”을 나선 것은 지난 11월 21일 월요일이었다. JR고세이 역에서 탑승한 임시버스는 맨 처음 우리를 선수사에 내려 주었다. 국보답게 고색창연한 본당 건물은 세월의 무게를 두툼한 지붕으로 용케도 버티고 있었다. 이어서 도착한 장수사와 상락사 역시 본당 건물이 국보였다. 무엇보다 이날 답사한 3사의 이름이 좋았다. 선을 열심히 닦으면(善修寺) 장수하고(長壽寺) 항상 즐거운 일(常樂寺)이 생긴다고 해석한다면 절 이름을 외우기가 좋다는 답사단의 너스레가 재미있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것은 단풍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절을 창건한 사람이 한반도계 스님이라는 점에 흥미를 느껴서였다. 장수사와 선수사를 발원해서 지은 양변(良弁/로벤, 689-774) 스님은 백제계 출신인데 재미난 일화가 있다. 양변스님은 오우미국(현, 시가현)의 백제출신으로 어느 날 어머니와 밭에 나갔다가 어머니가 밭일을 하는 사이 커다란 매가 날아와 양변스님을 낚아채 가버렸다. 놀란 어머니는 30년이란 세월을 눈물로 아들을 찾아 전국을 헤맨다.

한편, 매가 낚아채간 어린 양변은 나라(奈良)의 동대사 안에 있는 이월당(二月堂) 앞 삼나무 가지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백제 출신 의연(義淵)스님이 구해서 훌륭한 스님으로 키워간다. 양변 스님은 우리가 이번에 답사한 선수사와 장수사를 지은 것은 물론이고 화엄종을 키워나간 분으로 나라에 있는 동대사 주지에 이어 최고의 관직인 대승도(大僧都)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이처럼 이번 “호남 3사 순례” 가운데 장수사와 선수사는 백제출신 양변스님과 관계가 있는 절이다. 이 가운데 상락사는 최징스님과 관계가 있는 절인데 최징(最澄/사이쵸, 767-822)스님은 일본 천태종의 시조이며 역시 백제계 스님이다. 상락사 이야기는 다음 주 수요일에 이어진다. 깊어가는 가을 “호남 3산 순례” 때는 단풍이 아직 볼만하지 않았지만 이번 주부터 “고난(湖南)”은 불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