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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하츠모우데(신사참배)로 새해를 여는 나라

   

 
한때는 이중과세라 하여 양력설만을 세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양력설과 음력설을 따로 세기도 하는 등 혼용되어 오다가 요즈음에는 달력에도 ‘설날’이라고만 표시되어 있어 조상 대대로 지내오던 우리 설이 정착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이웃나라 일본의 설은 언제일까?

일본은 명치유신 때부터 음력을 버리고 양력으로만 모든 세시풍속을 지켜오고 있다. 따라서 설날도 양력설을 센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가정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고로 한국 같은 명절분위기는 없다. 하지만, 일본 나름의 정초 행사가 있는데 다름 아닌 신사참배이다.

일본인들의 신사참배는 정초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네 어머니들이 가고 싶은 날 절에 가듯이 들르는 곳이 신사(神社)지만 특히 정초에 찾아가는 신사 참배를 가르켜 특별히 하츠모우데(初詣)라고 한다. 하츠(初)란 처음을 나타내는 말이고 모우데(詣)는 참배를 뜻하므로 하츠모우데는 정초 첫 신사참배를 말하는 것이다.

이맘때쯤 일본의 인터넷에서는 전국의 유명한 하츠모우데 신사(또는 절)를 소개하느라 서로 경쟁이 붙는다. 대부분 전국 지도를 그려놓고 이름 있는 신사를 소개하는 게 특징이다. 2006년 경찰청의 집계를 보면 1위가 명치신궁(明治神宮, 도쿄, 310만 명), 2위 나리타산 신승사(成田山新勝寺, 치바현, 275만 명) 3위 후시미이나리대사(伏見荷大社, 교토, 269만명)..... 8위 다자이부천만궁(太宰府天宮, 후쿠오카, 200만 명) 등으로 순위를 매기고 있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새해 하츠모우데(신사참배)한 인원을 다 더해보면 2006 통계로 9,373만 명이다. 이는 일본인구 1억 2천 8백여만 명 가운데 환자 또는 나라 밖에 있는 사람과 갓난아기 따위를 뺀다면 거의 모든 사람이 신사참배를 한 셈이 된다. 그러고 보면 엄청난 행사이다. 각 신사의 신(神)에게 가내안전, 무병장수, 학업성취, 상업번창 따위를 비는 것이므로 신사참배는 하나의 종교의식이다. 전 국민이 똘똘 뭉친 하나의 종교의식은 전 세계에서 유례를 보기 어려운 행사일 것이다.

경찰청의 전국 10위권 신사참배 통계는 2009년부터는 중지하기로 했는데 집계방법의 정확성을 들어 각 신사에서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을 보면 신사참배 손님 쟁탈 신경전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보는 듯하다. 동대사(도다이지, 나라), 광륭사(고류지, 교토), 청수사(기요미즈데라, 교토) 따위의 유명한 절은 입장료를 받지만 신사는 명치신궁처럼 유명한 신사도 언제나 입장이 무료이다. 그러나 유명해지면 그곳에 와서 기도를 접수하거나 결혼식, 오미야마이리(생후 30일 이전 신사참배), 시치고상(3.5.7살 아이의 심사참배) 같은 돈이 드는 굵직굵직한 행사를 접수하는 사람들이 늘기 때문에 유명해지면 질수록 유리한 것이다.

해마다 나의 1월은 한국의 방학기간이라 답사단과 답사 중이거나 연수 등의 일로 일본에 체류 중일 때가 많았었다. 작년에도 답사단과 1월 20일 무렵 도쿄 근처의 사무가와신사(寒川神社)에 들렀는데 정초 신사참배하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참배객이 많은 신사는 2월까지 하츠모우데 손님들이 찾아온다니 어지간한 정성이 아닌 듯하다.

새해에도 1월 13일부터 16일까지 교토ㆍ오사카ㆍ나라 속에 있는 ‘한반도 관련 역사문화유적지 답사여행’이 잡혀 있다. 이번 답사에 참가하는 답사단들은 다른 어느 계절의 일본 여행보다 직접 눈으로 ‘일본인의 신사 참배 현장’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의미가 깊을 것이다. 이에 답사단들은 일제강점기에 왜 일본이 조선인에게 신사참배를 강요했는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