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불화의 90%는 일본에 있다-
“한국인들이 가장 간절하게 반환을 원하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천리대학(天理大學)에 있다. 또한, 13~14세기 고려불화는 90%가 일본에 있다.”
위 이야기는 양심 있는 시민들이 만든 동경의 고려박물관에서 펴낸 <유실된 조선 문화 유산 -식민지 하에서의 문화재 약탈, 유출, 반환·공개> 책 20쪽에 나와 있는 말이다. 이 책에는 구체적으로 약탈된 조선의 문화재 행방을 소개하고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조선문화재는 고쿠라콜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동경국립박물관(약 4,000건)을 필두로 고적조사와 관련된 도쿄대학, 교토대학, 도쿄예술대학, 와코대학, 릿쿄대학, 사이타마대학 등에 있다. 또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약 800점), 야마토문화관(95점), 일본민예관(1,500점), 나라국립박물관, 네라쿠미술관, 이데미츠미술관, 마츠오카, 네즈미술관, MOA미술관, 고토미술관 등에 소장 되어 있다. 와세다연극박물관의 가면은 특이할 만하다.
또 교토대학 도서관의 하합(河合)문고 2,160권과 고려대장경 1,491종 6,547권, 천리대학 도서관의 몽유도원도 등 100점, 정가당(靜嘉堂) 문고 약 60종 246권 등이 있다. 현존하는 고려불화의 90% 이상(100여 점)을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다.”
약탈해간 물건의 명세표를 자세히 밝히지 않아 내용물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가짓수만 봐도 질린다. 어찌 이렇게 퍼가도록 우리 국민은 몰랐던 것일까? 보나 마나 은밀히 거래되었을 성싶다. 그러니 신문에 광 고 내어 훔쳐가지 않은 바에야 국민이 알 턱이 없다. 식민지 조선에 건너와 철도 부설권이니 전기 가설권 등으로 떼돈을 번 자들이 친일파 조선인을 세워 왕릉을 도굴하고 국보급 문화재를 싹쓸이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약탈문화재 품목 가운데는 경남 양산부부무덤에서 나온 금귀걸이가 있는데, 정교한 금세공 기술이 천여 년 전 것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이 귀걸이는 지난 2010년 7월 13일부터 9월 12일까지 일본 치바현에 있는 국립역사민속박물관(立史民俗博物館)에서 ‘고대의 경계와 이동(古代の境界と移動)’이라는 주제로 전시되었는데 이것은 동경국립박물관(東京立博物館)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이다.
이 부부무덤은 1920년 조선총독부의 명령에 의해 발굴된 경남 양산 신기동 북정고분군에 있는 무덤으로 당시 유물 315점이 제대로 된 발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본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발굴은 조선총독부 고적조사위원 우마즈카 제이치로(馬塚是一郞)와 총독부 기수 오가와 케이키치(小川敬吉)가 맡았으며 이들은 발굴 7년 뒤인 1927년 발굴보고서를 펴냈다.
국가사적지 제93호와 94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곳은 ‘신기산성 산책로’가 만들어져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체 높았던 무덤은 파헤쳐져 버렸고 주인공 부부의 부장품은 남의 땅 유리관에서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고려박물관에서 밝힌 수많은 약탈 유물들은 제각각 깊고도 슬픈 곡절을 안고 일본 땅에서 환국할 날을 기다리는 있을지 모른다. 누가 서둘러야 하는지 약탈문화재 이야기만 나오면 갑갑한 마음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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