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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일본인들이 보는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시화전

 

 

후지와라마사코 씨 가족을 만난 것은 시화전 이틀째였다.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문화쉼터전시실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는 가운데 전시장을 기웃거리는 일본인을 만났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전시실 앞에 세워두고 전시된 시화에 눈길을 두고 있는 것이 관심 있어 말을 붙여 보니 한국에 여행 온 가족이었다.

한국말은 “안녕하세요?” 밖에 모르는 이들이지만 전시된 내용이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에 관한 시화전이라고 하니 두 눈이 동그래진다. 후지와라 씨는 60대 중반의 여성으로 일본에서는 기모노 관련 일을 하면서 일본에 유학 온 외국인들에게 기모노를 소개하며 직접 입혀주고 사진도 찍게 하는 등 일본 전통문화 보급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후덕한 이웃집 아주머니 인상의 후지와라 씨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한국에는 처음 왔는데 사실은 가까운 나라라 일찍 와보고 싶었지만 일제강점기의 어두운 역사를 알고 있어 늘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에 대한 관심이 커 보였다.

나는 후지와라 씨 가족에게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비행사가 되어 일본왕이 사는  황거(皇居)를 폭격하려 했던 권기옥, 만세운동을 부르다 잡혀 서대문형무소에서 숨져간 동풍신 애국지사 등을 소개했다. 이들 가족은 처음 듣는 이야기에 무척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렇게 나라를 건지려고 뛴 여성들이 많이 있었냐며 놀라워했다. 그리고는 항일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실린 ≪서간도에 들꽃 피다≫ 1,2권을 일본어로 번역하여 일본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주변에 오래된 한국인 친구들이 몇 명 있다면서 그들과 함께 번역하겠다고 해서  ‘후지와라마사코님께 드림’이라고 곱게 이름을 써서 두 권을 건넸다.

후지와라마사코(藤原昌子)씨 가족 말고도 개막식날 오전에는 윤동주 시인 연구가로 유명한 야나기하라야스코(楊原泰子)씨도 다녀갔다. 시화전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이 조선과 동아시아인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깊이 가슴아파했다. 8·15일 광복절은 한국에만 의미 있는 날이 아니다. 이 날만이라도 아시아 평화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이웃나라끼리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를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