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지명순 교수] 광해군이 세자로 책봉될 때 이야기다. 선조는 여러 왕자들을 불러 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광해군은 '소금'이라 답했다. 제차 이유를 묻자 "모든 음식은 소금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여 슬기로움을 인정받아 세자가 되었다고 한다. 소금은 인류의 탄생과 시작을 같이한다.
농경생활의 발달은 채소 중심의 식생활로 바꾸었고 소금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게 되었다. 비록 소금이 매우 귀하게 취급되고 아껴 사용되었다고 하지만 염전이 만들어져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또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지나치게 섭취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소금이 고혈압, 위암 등의 원인 물질로 알려지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였다는데 소금 없이는 한 끼도 먹을 수 없다보니 시중에는 죽염· 녹차염· 볶은소금· 미네랄소금 등은 물론이고 나트륨 성분은 줄이고 일부를 염화칼륨· 황산마그네슘 등으로 대치한 저나트륨 소금마저 출시되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소금은 음식의 간을 맞출 때는 기본이고, 전통 발효 조미료인 간장·된장·고추장 등과 김치·젓갈·장아찌 등을 만들 때뿐만 아니라, 사과·복숭아 등 과일과 연근·우엉 등의 변색 방지를 위해서,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 단백질을 응고시켜 생선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생선묵을 제조하기 위해서 등등을 목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김치·젓갈·장아찌 등은 매일 반찬으로 먹고, 소금·된장·고추장·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뜨겁게 끓인 찌개·국·전골 등 국물음식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식습관상은 서양식생활에 비하면 소금 섭취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 소금은 함미(鹹味:짠맛)로 표현되며 가장 으뜸이 되는 맛이라고 하였다. 짠맛은 신장으로 달려가고, 피를 만들며, 부드럽게 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일설에 의하면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대개 정력이 왕성하지 못하고, 성욕이 부진하며, 성격마저도 조용하다고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 처방에 소변을 잘 보지 못할 때 소금을 싸서 배꼽아래에 놓으면 효과를 보고, 음식을 먹고 체하여 토하고자 할 때 소금물을 마시라고 하였으며, 따뜻한 소금물로 이를 닦으면 숙취를 푼다고 했다. 또 상처가 났거나 헐거나 하면 종기에 소금물을 바르면 빠르게 나을 수 있고 가려움증에도 소금으로 목욕하거나 해수로 씻는다고 했다. 특히 소금물을 끓여 눈을 씻으면 눈이 잘 보이고 눈에 피진 것이 낫고, 소금으로 이를 닦으면 튼튼하게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먹게 되니 수종(水腫:손으로 눌렀을 때 회복되지 않고 몸이 붓는 병)에 걸리기 쉬워 우선 소금을 꺼려 털끝만큼이라도 입에 넣지 말고, 만일 입맛이 몹시 없으면 수병(水病)이 나은 뒤에 음식에 식초를 약간 쳐서 조리하며 특히 기침이 동반될 때는 소금을 먹지 말 것을 당부한다.
양면의 칼날과 같은 소금을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하는 강박관염보다는 소금의 선택에 있어 꼼꼼히 살펴 자연산을 선택하고, 신맛과 단맛을 적당히 사용하여 소금 양을 줄이고, 독특한 향이 있는 채소 샐러리·브로콜리·버섯 등을 자주 활용하고, 데쳐 무친 나물·구이로 식탁을 꾸미고 신선한 과일을 먹도록 한다. 특히 뜨거운 경우 짠맛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간을 맞출 때 주의하며, 질병으로 소금을 절제하여야 하는 사람은 싱거운 맛에 적응되기까지 2주일 이상 걸리므로 쉽게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