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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 2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이수옥 동화작가]  그런데 까돌이 형 두 마리가 얼마 전에 과수원으로 먹이 감을 구하러갔다가 사람들이 쳐 놓은 그물망에 걸려서 어디론가 잡혀갔답니다. 형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엄마는 여기서 살다가는 까돌이마저 죽이겠다고, 아빠만 보면 성화를 부립니다.

까돌이네 식구들은 벌써 며칠 째, 박 씨 아저씨네 하수도구멍으로 나온 음식물 찌꺼기만 먹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벌레를 배불리 먹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작은 벌레도 잡아먹기 힘들답니다. 부지런하고 억세지 않으면 벌레를 잡아먹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산과 들에 사는 모든 새들이 먹이 사냥에 온통 아우성이랍니다.

글쎄, 며칠 전에는 산비둘기와 참새가 벌레 한 마리를 놓고 심한 몸싸움을 하다가 참새가 죽었답니다. 참새가 잡은 벌레를 산비둘기가 빼앗았습니다. 벌레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참새머리를 산비둘기가 그악스럽게 마구 쪼아댔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참새가 결국 죽고 말았던 것이랍니다. 엄마는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며, 죽은 참새기 불쌍하다고 하루 종일 깍깍 울었답니다. 엄마는 사람들에게 잡혀간 까돌이 형들이 생각나서 더 슬프게 울었는지 모릅니다.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시내로 이사 갈 집을 알아본다고 나갔던 아빠가 삼일이나 지나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빠는 이사 갈 곳을 마련했다며 신바람이 나서 깍깍 노래를 부릅니다.

“여보, 이사 갈 곳을 정해 놓고 왔어. 거기가 어디냐 하면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 놀이동산이야. 거기는 먹이를 구하느라 힘들이지 않아도 돼. 사람들이 먹다버린 과자 부스러기, 음식물 찌꺼기들이 엄청나게 많아.”

아빠는 군침을 삼켜가면서 신이 나서 깍깍거렸습니다.

“까돌이 아빠, 당신 정신이 있어요? 없어요? 과자 부스러기, 음식물 찌꺼기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당신은 우리가 갑자기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나는 놀이동산으로 이사 가기 싫어요.”

“싫어도 가야해. 여기서 살다가 굶어 죽어도 좋겠어? 마음대로 나다닐 수도 없잖아. 까딱 잘못하면 언제 총에 맞아 죽을 지도 모르잖아, 놀이동산도 우물쭈물 하다가는 다른 새들한테 빼앗긴단 말이야.”

“여보, 까돌이아빠, 우리 그러지 말고 차라리 더 깊은 산속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어때요. 깊은 산속으로 이사 가면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요?”

엄마는 벌레를 잡아먹으며 산골에서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렇지만 까돌이는 놀이동산이 어떤 곳인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놀이동산으로 이사를 가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는 이사를 가기 싫다는 엄마에게 버럭 화를 냈습니다.

“깊은 산속이라고 뭐 나은 줄 알아? 지금은 깊은 산골도 모두 농약으로 농사를 짓고 있어.”

엄마는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습니다. 아빠는 서둘러 이사를 하였습니다. 놀이동산으로 이사를 온 아빠는 오래오래 살 집이라며 아주 튼튼하게 집을 지었습니다. 딱딱한 철사를 물어다가 나뭇가지 사이에 얼기설기 넣어서 멋진 이층집을 지었습니다. 이층에는 까돌이 방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하얀 스티로폼을 물어다 푹신한 침대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까돌이는 신이 났습니다. 놀이동산도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야외 음악당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래 소리는 정말 듣기 좋았습니다. 먹을 것도 음식물 쓰레기통마다 찰찰 넘쳐났습니다.

언제든지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아직도 사람이 먹는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나 봅니다. 가끔씩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엄마는 배가 아주 많이 고플 때만 조금씩 먹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는 시골에서 이사 올 때보다 살이 많이 빠졌습니다. 배가 홀쭉하고 날씬해졌습니다.

하지만 까돌이는 벌써 입맛이 싹 바뀌었습니다. 비쩍 말랐던 까돌이는 하루가 다르게 포동포동 살이 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 3>로 이어집니다.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는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다. 또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