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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된물

토박이말 되새김

 

[뜻]빨래나 설거지를 해서 더럽혀진 물=오수, 하수
[보기월]된물도 따지고 보면 그리 더러운 것도 아닌데 사람 마음이 그렇게 여기는 것입니다.

 
날씨가 많이 추웠던 지난 밤새 잘 주무셨습니까? 곳에 따라 더 추운 곳과 조금 덜 추운 곳이 있었을 텐데 춥다는 말만 들어도 추운 때라 다들 춥다고 느끼셨을 겁니다. 따뜻한 집이 있어 고마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루도 빠꼼한 날이 없다는 말이 요즘 저를 보고 하는 말인 듯 합니다. 좀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습니다. 남들은 쉬는 날이 많아서 좋겠다고 속도 모르는 말을 자주 합니다. 알고 보면 쉬는 날이 거의 없는데 말이지요. 이리저리 불려 다니고 안친 일들을 하나씩 하다보니 요즘은 집안 일도 못 도와줍니다. 아내도 여러 가지로 바쁜데 제가 좀 나눠 하면 좋은데 말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저마다 일을 보러 나가고 제가 뒤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안 하던 설거지를 제가 했습니다. 얼른 하고 나가야겠다는 마음에 서둘다가 된물이 튀어 옷이 젖고 말았습니다. 된물에 옷이 젖어 차가운 느낌과 함께 말로 다할 수 없는 찜찜함까지 더해졌습니다. 설거지를 마칠 때가지 좋지 않은 기분이 이어졌는데 설거지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된물이 그리 더러운 것인가? 조금 앞까지 내 입에 넣은 밥이며 건건이를 담았던 그릇을 씻은 물인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된물도 따지고 보면 그리 더러운 것도 아닌데 사람 마음이 그렇게 여기는 것입니다. 다른 때 같으면 옷을 빨아 입으려고 했을 텐데 오늘은 두었다 마르면 다시 입기로 했습니다. 모든 일이 마음에 달렸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 고마운 설거지였습니다.^^

'된물'은 '구정물'이라고도 하지요? 하지만 '오수, 하수'라는 한자말을 많이 쓰다보니 잘 쓰지 않는 말입니다. 길을 가다보면 동그란 쇠뚜껑에 '오수'라고 쓴 글을 자주 보실 것입니다. 그걸 보시면 오늘 맛보신 '된물'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와 같이 쓴 보기도 있습니다. 

- 이 물은 된물이니 쓰지 말고 버리도록 해라.(고려대 한국어대사전)

그리고 맛보신 토박이말 가운데 좋다고 느끼시는 말은 둘레 분들께도 나누고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도 알고 다른 사람들이 함께 알아야 그 말을 주받으며 살 수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말과 글에 쓰이는 말이 살아 있는 말입니다. 둘레 분들과 토박이말을 나누는 것이 토박이말을 살리는 일입니다. 도와 주세요^^  

 

[오늘 토박이말] 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