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끼다 [뜻]2) 비스듬히 비치다[보기월] 때를 잘 맞추면 해넘이 햇살이비끼는둔치를 걸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엊그제 돈을 주고 모셔 온 예쁜 꽃동이에 따스한 봄볕이 들어와 빛나는 걸 보니 참 좋습니다. 절로 예쁘다 고맙다는 말이 나오겠지요. 낮에는 안보다는 바깥이 더 따뜻해서 꽃들에게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볕이 들어오는 곳에서 마음껏 쬘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꽃봉오리가 여럿 맺혀 있는데 다음 이레에는 꽃송이로 가득 찬 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지 싶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마가람(남강)을 따라 달리는 데 아직 해가 넘어가려면 한참 있어야 되겠다 싶을 만큼 제법 높게 떠 있었습니다. 두 이레 앞까지만 해도 해가 메에 걸려 있거나 지고 난 뒤에 같은 곳을 지났는데 그만큼 낮이 길어졌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있으면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나가도 해가 있을 때 마실을 갈 수 있을 겁니다. 때를 잘 맞추면 해넘이 햇살이비끼는둔치를 걸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저녁 때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실을 나갔습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나갔는데 검푸른 하늘에는 손톱달이 보이고 별들도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다듬다 [뜻] 자꾸 매만져서 곱게 다듬다.[보기월] 머리와 옷을비다듬듯이 생각과 마음까지 비다듬도록 도와야겠습니다. 한 해, 한 달, 이레, 하루를 돌아볼 때 사람에 따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한 해를 살고도 좋았던 일들을 많이 떠올리면서 참 좋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쉽고 안 좋았던 일들을 떠올리며 안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하루를 지내고 또 하루를 꾸리면서 좋았던 일들을 많이 떠올리고 좋은 일이 많을 거라 생각하는 게 몸에도 좋고 삶에도 좋다고 합니다. 우리 둘레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도 그러면 좋겠습니다. 배곳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한 사람 한 사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다 귀엽고 예쁩니다. 잘하고 못함, 옳고 그름, 좋고 궂음을 따질 때 비로소 달리 보이게 되니까 말입니다. 어제 솜씨 겨루기를 할 때 만난 아이들도 저마다 온 힘을 다하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그 가운데 몇 아이는 하다가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매달려서 마침내 해 내는 걸 보면서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부쩍 옷이나 머리를 비다듬는 일에 마음을 쓰는 걸 자주 봅니다. 나름대로 챙길 것은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붚대다 [뜻] 말이나 몸짓을 바삐(몹시 급하게) 하다.[보기월]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붚대다잘못을 할 때가 많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낮에는 따뜻하니 사람도 푸나무도 날씨에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벌써 짧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고 바닷물에 들어 가서 물놀이를 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놀랍습니다. 저는 코가 맹맹한 것이 마뜩잖습니다. 밝날 따뜻하다 싶어서 옷을 얇게 입고 나와서 일을 할 때 좀 춥다 싶었는데 그때 찬바람이 들어왔는가 봅니다. 어제 개나리 진달래 걱정을 했었는데 제가 이러니 꽃들에게 부끄럽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배곳 안에서 배월(과학) 솜씨를 겨루는 날입니다. 저마다 가진 솜씨들을 뽐내고 좋은 열매를 거둔 아이들은 다른 배곳 아이들과 겨루러 나가게 되지요. 그런 걸 하고 싶어하고 즐기는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날이지만 그런 걸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지겨운 날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리에서 숨겨져 있거나 모르고 있던 힘과 슬기를 찾아 내기도 하니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챙겨 봐야겠습니다. 늘 지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좋아하는 일감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붙따르다 [뜻] 2)섬기어 가까이 따르다=붙좇다[보기월] 누구나붙따르는사람이 있다는 것은 부러움을 살 만한 일입니다. 배곳으로 오는 길가에 피어 있는 개나리와 진달래꽃이 추위에 많이 떨었는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좀 추워 보였습니다. 저는 추울 거란 기별을 듣고 옷을 챙겨 입고 나와서 떨지는 않았습니다. 꽃샘추위가 사흘을 갈 거라고 했으니 이제 하루만 더 견디면 되겠지요? 나날이 쉬지 않고 이어지는 배움에 조금씩 지루해 하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배우기만 하고 익힐 겨를이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랑 다를 바가 없는 일에 다 같이 매달려 있으니 지치기 쉬울 것입니다. 답답한 기분을 받아 줄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좀 나을 텐데 둘레 어른들도 아이들 못지 않게 바쁘고 아프니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이들 마음을 헤아려 주고 마음 속 이야기를 다 들어 주고 싶지만 제 마음하고 달리 그렇게 할 겨를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이 붙따르는 갈친이들이 계셔서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누구나붙따르는사람이 있다는 것은 부러움을 살 만한 일입니다. 누구보다 갈친이로서붙따르는배움이들이 많다는 것은 더더욱 부러워 할 일이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붙안다 [뜻] 1)두 팔로 부둥켜안다.[보기월] 아이를붙안고땀을 뻘뻘 흘리며 가는 젊은 아빠도 있었습니다. 불을 넣지 않았는데도 방 안에서 덥다 싶어서 문을 열만큼 엿날 낮에는 참 따뜻했습니다. 바빠서 자주 나가지는 못해도이레끝에는 꼭 나가야지 다짐을 했던 터라늦은 낮밤을 먹고 아이들과 함께 발수레를 타러 나갔습니다. 아직 딸아이는 발수레를 제 마음대로 부리지 못해서 같이 끌고 갔는데 걸어 가는 것보다 더 더뎌서 제 발수레에 싣고 사람들이 적을 곳을 찾았습니다. 이웃 배곳에는 공을 차러 온 아이들로 붐벼서 둔치까지 갔는데 가는 동안 땀이 나서 윗도리를 벗어야했습니다. 겨우 딸아이 발수레를 내려 주고 땀을 식히며 보니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걷는 사람, 달리는 사람, 발수레를 타는 사람,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둔치가 북적였습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아이를붙안고땀을 뻘뻘 흘리며 가는 젊은 아빠도 있었습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남들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탓에 더운 여름 아이 안고 다니기가 이만저만 힘든 게 아니었거든요.^^ 아이들이 발수레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붙박이 [뜻] 어느 한 곳에 자리잡은대로 박혀서 움직임이 없는 상태. 또한 그런 사람이나 일몬(사물)[보기월]사 람 마음이붙박이가 아니라서 쉽지 않겠지만놀이를 하듯 일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야겠습니다. 어제 아침 비에 젖은 활개마당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 때 마른 자리 젖은 자리를 가리지 않고 놀더라구요. 공을 차고 줄넘기도 하다가 줄넘기 줄로 물을 튀기며 잘도 놀았습니다. 배울 때는 어떨까요? 배움을 놀이로 여기도록 돕고, 스스로도 놀이할 때의 마음으로 배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놀면서 얼굴을 찌푸리거나 성을 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사람 마음이붙박이가 아니라서 쉽지 않겠지만놀이를 하듯 일을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스려야겠습니다. 오늘은 배곳 갈배움길(교육과정) 길잡는 날입니다. 어버이들께 올해 배곳에서 겨냥하는 일, 함께 가 닿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 드리고 그곳으로 가는 데 도움을 달라는 말씀을 드리게 될 것입니다. 그것 말고도 알려 드릴 것이 많긴 합니다. 동진 식구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붙매이다 [뜻] 사람이나 어떤 일에 매여 벗어나지 못하다.[보기월] 하지만 다른 것들에붙매이는것보다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봄비가 꽤 많이 내렸습니다. 먼지가 많았던 곳에는 먼지를 가시게 해서 좋다고 하고 매말라서 불이 잦던 곳에서는 여름비처럼 내린 비를 반겼습니다. 제가 있는 곳에서는 반가운 비와 함께 알음알이 밥잔치를 했습니다. 배곳 안에서 모임을 할 때는 몇 차례 만났지만 여느 날 뵙기 어려운 분들을 만나 인사도 드리고 토박이말을 좋게 봐 달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낯선 토박이말을 날마다 안겨 드려서 일처럼 여기실 수도 있는데 마다하지 않으시고 좋게 받아들여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글로 인사를 드리다가 얼굴을 뵙고 인사를 드리면서 여러 말씀을 듣고 보니 마주이야기(대화)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만난 적도 없고 마주이야기를 해 본 적도 없는 많은 분들께서제가날마다누리어울림터(에스엔에스)에올리는 토박이말을 맛보시고 좋아해 주시는데 그 분들께 더더욱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토박이말에 힘을 쏟는 것을 보며 걱정을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불현듯이 [뜻] 1)갑자기 어떤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는 꼴=불현듯[보기월] 엊그제불현듯이떠올랐던 그 생각처럼 좋은 생각이 자주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철이 바뀌는 빠르기만큼 사람 마음도 봄처럼 좀 포근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이 아니었으면 안 그랬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니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토박이말 맛보기는 안 해도 될 '일'이 아니라 아이들 심심풀이 놀잇감으로 여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새로운 배곳에 와서 만난 꽃동이(화분)들이 새 잎을 내고 있어 참 반갑습니다. 물을 주며 예쁘다., 튼튼하게 잘 자라라.라는 말을 해 준 보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도 말의 힘이 얼마나 센지를 잘 알고 좋은 말을 서로 주고 받으며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씨가 되고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말입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쏟아진 것처럼 제 둘레에 있습니다. 몰라서 놓치기도 하고 알지만 다그치지 못해서 안 된 일도 있습니다. 일을 보는 눈이 달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서로 서있는 자리를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 사이를 좁힐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토박이말을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프다 [뜻]1) 무게는 나가지 않지만 부피가 크다.[보기월] 그렇게부픈짐을 들고 집까지 오니 땀이 났습니다. 엊그제 제가 만난 봄이 바람을 타고 우리 곁으로 와서 소리를 치는 듯이 어제 낮은 참 따뜻했습니다.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 있는 것이 훨씬 나았으니까요. 봄을 맞으러 봄옷을 입은 사람들은 아침에 좀 추웠을 것이고 봄을 믿지 못해 겨울옷을 입은 사람들은 한낮에는 좀 덥다 싶었을 것입니다. 이런 때 날씨에 맞게 옷을 입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걸리지 않던 고뿔에 걸리는 사람도 있으니 마음을 써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만남이 두 이레가 지나가면서 낯이 익는 만큼 서로에게 조금씩 익어 가는 게 보입니다. 서로 바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먼저 생각해 주게도 되고, 저마다 지켜야 할 것과 내 주어야 할 것들을 알맞게 가려 가니 말입니다. 무엇보다 서로 좋은 것을 보고 좋은 말을 주고받는 것이 아름답습니다. 무슨 일이든 좋게 잘 될 거라는 믿음이 단단해지는 걸 느낍니다. 저녁 밥을 먹고 사야 할 것이 있다고 해서 가게에 갔습니다. 가게 마칠 때가 다 되어서 달리다시피 서둘러 가서 바쁘게 몇 가지 살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질없다 [뜻] 대수롭지 않거나 쓸모가 없다.[보기월] 그러나 제가 한 걱정은 그야말로부질없는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잘 쉬셨습니까? 저는 시골집에 가서 봄 구경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캄캄한 밤에 시골집에 닿아서 몇 마디 이야기도 못하고 여러 날 비어 있던 서늘한 방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여느 때보다는 일찍 일어나 밥을 먹는데 아버지께서 일을 좀 하고 갈 수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안친 일이 많았지만 안 해도 될 일을 하자고 하시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숟가락을 놓자마자 바로 일을 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밤나무와 감나무에 밑거름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무에 물이 오를 것이고 그때 거름을 빨아 올려서 튼튼한 잎을 만들고 옹골찬 열매를 맺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름말입니다. 나무 둘레에 골을 파고 거름을 줘야 하는 하는 데 아침 일찍이라 땅이 얼어서 일을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나갔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 걱정은 그야말로부질없는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우쳐 주기라도 하는 듯이 봄은 땅 위에만 온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