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30 (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오늘 토박이말] 뒨장하다

토박이말 되새김

 

[오늘 토박이말]뒨장하다

[뜻] 사람, 짐승, 몬 따위를 뒤져 내다
[보기월] 그렇게 뒨장해도 안 보이던 열쇠는 아내 가방 안에 있었다고 합니다.

 
설은 잘 쇠셨는지요? 이곳저곳 인사를 다니고 이틀 집에서 손님을 치고 나니 나흘이 훌쩍 지났습니다. 웃음과 즐거움이 가득했겠지만 푹 쉬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로 바쁘고 몸은 되지만 반가운 만남과 맛있는 먹거리가 기쁨도 주고 즐거움도 주었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흘을 돌아보면 하루하루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여러 식구들이 걱정을 하게 한 일이 있긴 있었습니다. 집에 가시집 식구들이 설 인사를 하러 모였는데 저는 다른 분께 인사를 드리러 가게 되었습니다.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이 있어 수레를 두고 열쇠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갔습니다. 아이들한테도 열쇠가 어디에 있다고 알려 주고 갔었는데 한참 뒤 아내가 걱정이 묻은 목소리로 기별을 했습니다. 열쇠가 안 보인다고 말이지요. 

멀리 있기도 했지만 이야기가 끝나지 않아서 갈 수도 없는데 제가 둔 곳에 열쇠가 없다니 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누가 손을 댄 것도 아니면 있을 거라고 잘 찾아 보라고 한 뒤 인사를 끝내고 집으로 왔습니다. 올 때까지도 걱정을 하며 왔는데 집에 오자마자 열쇠를 물으니 찾았다는 겁니다. 
 
다른 식구들도 걱정을 해서 아내는 아내대로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여기저기 있을만 한 곳을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지요. 그렇게  뒨장해도 안 보이던 열쇠는 아내 가방 안에 있었다고 합니다. 열쇠를 보고 가방 안에 넣어 놓고 손님들 드실 것 챙기는 데 마음을 쓰느라 깜빡 잊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수레에 가서 가져 올 것이 있어 찾으니 어디 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저한테 기별을 하고 그랬던 겁니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그리고 아주 잃어버린 게 아니라 찾았으니 더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열쇠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온 식구들이 걱정을 하게 해서 아내가 좀 쑥스럽긴 했지요.
 
'뒨장하다'는 '사람, 짐승, 몬 따위를 뒤져 내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되는대로 들었다 놓았다 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사람, 짐승, 몬 따위를 뒤져 내는 일'을 '뒨장질'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뒨장질하다'는 말도 씁니다. 아래와 같이 '뒨장질'이 쓰인 보기도 있네요.

 
-향방 비장이 나장이 팔구 명을 데리고 대들어서 도화와 도화의 집 사람을 한옆에 몰아 놓고 뒨장질을 시작하여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장물 잡아낼 것이 별로 없었다.(홍명희, 임꺽정)

 
쉬는 동안 안친 일이 많아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일은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몇 가지 일들을 한목에 챙겨서 해 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흘 동안 모아 놓은 좋은 기분을 기운으로 바꿔 달려가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웃으며 일과 사이좋게 지내는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