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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안녕 !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먹구름이 까맣게 몰려옵니다. 텃밭에서 잡초를 뽑던 할머니가 허리를 쭉 펴고 하늘을 봅니다. 

“아무래도 소나기 한줄기 지나가겠는 걸.”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혔어요. 할머니는 목에 두른 수건을 풀러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텃밭에 싱싱하게 자라는 채소를 바라봅니다.

할머니네 텃밭에는 여러 가지 채소들이 자라요. 할머니가 꽂아준 기다란 막대기를 붙잡고 올라가는 오이넝쿨에 오이가 길쭉길쭉 자라요. 보라색 가지도 오동통 튼튼하게 자라요. 방울토마토는 가지가 휘어지도록 조랑조랑 열렸고요. 파란 완두콩도 앙팡지게 여물어가요.

고추나무에는 하얀 작은 별꽃이 닥지닥지 피었어요.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작고 귀여운 고추가 뾰족뾰족 달렸어요. 고추밭 가장자리에는 아가를 셋이나 업은 옥수수도 무럭무럭 자라요. 넝쿨손을 쭉쭉 뻗어가는 호박은 샛노란 호박꽃을 탐스럽게 피웠어요.

그런데 호박넝쿨은 정말 장난꾸러기에요. 넝쿨손으로 옥수수엄마를 휘휘 휘감으며 귀찮게 굴어요. 하지만 아가를 셋이나 업은 옥수수엄마는 마음씨가 얼마나 착한지 싫은 표정을 짓지 않아요.

배추와 열무도 날마다 쑥쑥 자라지요. 시금치와 아욱. 근대, 쑥갓들도 너풀너풀 파릇파릇 싱싱하게 자랍니다. 상추도 나풀나풀 새파란 고운 잎을 쉴 새 없이 키우고요. 부추와 실파는 날씬하게 쏙쏙 자라지요.

이렇게 할머니네 텃밭에는 없는 채소가 없어요. 감자 꽃도 하얗게 피었어요. 자주색 꽃도 피었어요. 고구마넝쿨도 땅속에다 고구마를 열심히 키우고 있는 중이래요.

할머니께서 텃밭에 이렇게 많은 채소를 골고루 가꾸시는 이유가 있어요.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을 하는 손녀에게 좋은 먹거리를 보내주기 위해서래요.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할머니에게 예쁜 손녀가 있거든요. 손녀는 정말, 정말 예쁘대요. 코는 아빠 코를 닮아서 오뚝하대요. 엄마 닮은 입술색은 발그레 앵두 같대요. 쌍꺼풀진 눈은 엄마를 닮았대요. 속눈썹이 얼마나 긴지 잠자는 인형처럼 예쁘대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은 새까맣게 반짝반짝 윤이 난대요. 피부도 정말 하얗대요.

그런데, 그런데 하얀 피부 곳곳에 아토피 피부염이 빨갛게 성을 내고 있어서 손녀를 괴롭힌대요. 할머니는 손녀의 몸에서 성질을 내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이 악마보다 더 얄밉대요. 아토피 피부염을 물리 칠 수만 있다면, 지구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몰아내고 싶대요.

그래서 할머니는 할머니가 가꾼 채소를 먹고, 손녀의 피부가 고와진다고 생각하면 없던 힘도 저절로 난대요. 할머니는 아토피 피부염을 태열이라고 우겨요. 할머니의 할머니 때부터 아가들이 태어나면 태열이 있었대요. 하지만 옛날에는 아무도 아가들 태열을 걱정 하지 않았대요. 태열이 있는 옛날 아가들은 흙을 밟고 걸어 다니면, 밥을 먹으면 저절로 나았대요.

할머니는 도시에서 자라는 손녀가 흙을 밟지 못하고, 아스팔트만 밟고 다녀서 땅기운을 못 받아서래요. 할머니 말씀은 한국 사람은 우리 땅에서 나는 곡식과 채소로 차린 밥을 먹어야 한대요. 외국 사람들처럼 빵과 우유 사먹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손녀의 태열이 낫지 않는 거래요. 된장국이나 김치 나물 등 우리농산물로 만든 음식만 먹는다면 저절로 나을 거라고 믿어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지 뭐예요. 할머니 생각이 맞았어요. 우리 농산물이 우리 몸에 좋다는 것이 밝혀졌대요. 아토피 환자들이 유기농채소, 유기농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면 좋아진다는 보고가 나왔대요.

그런 소식을 들은 할머니는 아주 신바람이 났어요. 봄부터 가을까지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도시에 사는 손녀에게 쉬지 않고 보내요.

그런데 손녀가 햄버거, 핫도그, 햄 그런 음식을 더 좋아해서 할머니는 속상하대요. 아기 때부터 김치나 된장국을 먹이지 않아서래요. 할머니는 가수가 꿈이라는 손녀에게 가수가 되려면 하얗고 깨끗한 피부미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사먹는 음식, 과자나 음료수 등을 먹으면, 아토피가 ‘아이 신난다.’ 춤을 춘다고 손녀에게 말해요. 아토피가 요동치면 온 몸이 가렵잖아요.

이제, 겨우 여섯 살인 손녀는 참 대견해요. 과자나, 피자, 음료수 등이 먹고 싶어도 잘 참아요. 할머니가 가져다 준 감자와 고구마로 간식을 대신해요. 오이를 많이 먹으면 피부가 예뻐진다고 했더니 오이도 잘 먹고요. 뽀빠이 아저씨처럼 기운이 펄펄 난다고 했더니 시금치도 잘 먹어요.

손녀의 아토피 피부염이 차츰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어요. 손녀의 피부가 점점 깨끗해졌어요. 할머니가 가꾼 채소로 만든 반찬으로 밥을 먹고 나서부터 오톨도톨 가렵던 피부가 깨끗해졌어요.

가수가 꿈이라는 손녀가 이제는 채소들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빨갛게 돋아나던 악마 같은 아토피가 멀리멀리 달아났어요. 할머니께서 큰소리로 외쳤어요. ‘우리 농산물 최고, 아토피 안녕.’

 *<아토피 안녕!>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