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옥수수 아줌마는 며칠째 내리쬐는 뙤약볕에 점점 지쳐갔어요. 얼마나 목이 마른지 죽을 것 같았어요. 등에 업혀 있는 아가들을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서 수분을 빨아 올렸지만 이젠 소용이 없었어요. 아가들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던 푸른 잎사귀들이 차츰차츰 시들어 갔어요. 비가 오지 않으면 며칠 못 살고 죽고 말거에요. 옥수수 아줌마는 너무나 슬펐어요. 옥수수 아줌마가 죽으면 아가들도 따라서 죽을 수밖에 없어요. 옥수수 아가들이 단단하게 영글어야 새 생명으로 이어지는데 이대로 말라 죽을 생각을 하니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옥수수 아줌마는 정신을 바짝 차렸어요.
“엄마, 목말라요, 몸이 자꾸 오그라드는 것 같아요.”
“우리 아가들, 착하지. 조금만 참아. 하늘이 깜깜한 걸 보니 비가 금방 올 것 같아.”
옥수수 아줌마는 칭얼거리는 아가들을 달랬어요. 하늘은 점점 검은 먹구름으로 뒤덮여져 깜깜했어요. 굵은 장대비가 시원하게 쏟아 질 것 같았어요. 번갯불이 번쩍하고 옥수수 아줌마 머리위로 지나갔어요. 번갯불이 지나가기가 무섭게 우르릉 쾅, 꽈당, 꽈르릉 쾅, 꽈당,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어요.
“엄마, 너무 무서워요. 도깨비가 나올 것만 같아요?”
“아가들아, 기뻐해라. 세상에 도깨비 같은 건 있지도 않아, 이건 천둥소리야. 비가 온다는 신호란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옥수수 아줌마 말이 딱 맞았어요. 빗방울이 후드득 후드득 한 두 방울씩 떨어졌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이게 꿈인가? 싶었어요. 축 쳐진 잎사귀를 살짝 흔들어 보았어요. 잎사귀가 펄럭거리는 걸 보니 정말 꿈은 아니었어요. 우르르 쾅쾅 요란한 천둥소리가 여러 번 계속 나더니 드디어 소나기가 좍좍 쏟아졌어요. 정말 얼마 만에 내리는 비인지 몰라요. 옥수수 아줌마는 힘없이 말라가던 아가들이 생생하게 살아날 생각을 하니 너무 기뻐서 저절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아가들 엉덩이가 토실토실 영글어 갈 생각을 하니 날아 갈 듯 기분이 좋아졌어요.
“야, 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
옥수수 아줌마는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질렀어요.
“아가들아 시원하지? 그 동안 잘 참아 주어서 장하구나. 비야, 비야 오너라. 주룩주룩 쏟아져라. 많이많이 오너라.”
옥수수 아줌마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어요. 양팔을 이리저리 흔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어요.
하지만 땅에서 겨우 한 뼘밖에 올라오지 못한 열무아가씨는 온 몸에 구멍이 숭숭 뚫릴 것만 같았어요. 더럭 겁이 났어요. 열무아가씨는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옥수수 아줌마를 올려다보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어요.
“옥수수아줌마, 지금도 따가워죽겠는데 힘차게 주룩주룩 더 많이 쏟아지라고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해요? 옥수수 아줌마는 심술쟁이에요. 정말 나빠요.”
옥수수 아줌마는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혔어요. 열무아가씨를 내려다보며 버럭 성을 냈어요.
“열무아가씨가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이나 있어? 아침저녁으로 주인아저씨가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니까 더운 줄 몰랐지? 그때, 나한테 뭐라고 약을 올렸는지 생각 안나?”
옥수수 아줌마는 큰소리로 덤볐어요.<2로 이어집니다>
*<열무아가씨와 옥수수아줌마!>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