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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아가씨와 옥수수아줌마 2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주인아저씨가 나한테만 물을 주는데 어떻게 해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니까 온몸이 너무 아파요. 땅바닥에 부딪히는 빗방울이 내 몸을 더럽히는 것도 싫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내가 얼마나 귀한 채소인줄 알기나 해요?”

열무아가씨는 작고 여린 잎사귀가 망가질까봐 걱정이 되었어요.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온 몸을 때리니 너무나 따갑고 아팠어요. 열무아가씨는 아파서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만 훌쩍 훌쩍 울고 말았어요.

하지만 옥수수 아줌마는 열무아가씨가 울거나 말거나 상관하지 않았어요. 오직 등에 업고 있는 옥수수 아가들이 시원해서 당실당실 춤을 추는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흐뭇하기만 했어요. 첫째는 연두색 고운수염이 제법 길게 늘어졌어요. 얼마나 대견한지 몰라요. 숨 막히게 무더운 날을 잘 참고 수염을 늘어뜨린 첫째가 늠름해 보였어요. 둘째와 셋째도 조금 있으면 연둣빛 고운 수염이 밀어 올리겠지요.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날에 주인아저씨는 열무아가씨한테만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주었어요. 아가를 셋이나 업고 힘들게 서 있는 옥수수 아줌마에게는 물 한 방울 뿌려주지 않았어요. 옥수수 아줌마가 얼마나 목이 말랐는지 열무아가씨는 알지 못했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땡볕에 팔을 넓게 벌려서 아가들을 가려주느라 얼마나 팔이 아팠는지 몰라요. 아마 며칠만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옥수수 아줌마는 아가 삼형제와 말라 죽었을지도 모르지요. 옥수수 아줌마는 무덥던 날을 생각만 해도 끔직했어요.

장마가 지기 전에 열무아가씨를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한다며, 열무아가씨만 정성껏 가꾸는 주인아저씨가 얼마나 얄미웠는지 몰라요. 옥수수 아줌마의 잎사귀가 축축 늘어져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던 열무아가씨였어요. 주인아저씨가 물을 줄때마다 옥수수 아줌마에게 살살 약을 올리던 열무아가씨였으니까요.

“옥수수 아줌마 나처럼 귀한 채소나 주인아저씨 사랑을 받지, 아줌마처럼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무슨 사랑을 받겠어요?”

얄밉게 약을 올리던 열무아가씨를 생각하면 옥수수 엄마는 마음속까지 시원했어요. 흥얼흥얼 콧노래가 저절로 나왔어요.

“시원하다 시원해. 비야, 비야, 오너라. 주룩주룩 쏟아져라.”

밭고랑이 들썩들썩하도록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어요. 등에 업힌 아가들도 엄마노래 소리에 맞춰 당실당실 춤을 추었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이제는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옥수수 아줌마. 정말 너무 해요. 아줌마는 내가 얼마나 귀한 채소인줄 알기나 해요. 내 몸이 망가지는데 춤을 추고 약을 올리는 아줌마는 정말 나빠요.”

열무아가씨는 화가 나서 고래고래 악을 썼어요. 그래도 옥수수 아줌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어요.

“열무아가씨, 장대비가 계속 내리면 삭아 없어질 건데 그렇게 큰소리를 땅땅 치고 싶어? 메롱, 약 오르지 롱”

열무아가씨가 햇볕이 쨍쨍 내리 쬘 때, 옥수수 아줌마에게 약을 올렸던 것처럼 옥수수 아줌마도 열무아가씨를 골려주었어요.

“옥수수 아줌마, 나는 장대비가 정말 무서워요. 아줌마 말대로 계속 비가 내리면 나는 죽을지도 요. 옥수수 아줌마는 내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이로운 채소인지도 잘 알지 모르면서…….”

열무아가씨는 여전히 지지 않고 옥수수 아줌마에게 바락바락 덤벼들었어요.

“네까짓, 열무가 사람들에게 이로우면 얼마나 이로운데?”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옥수수 아줌마,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알기나 해요? 여름에 열무김치 하나면 반찬 걱정 끝이라고요.

그러나 옥수수 아줌마는 가소롭다는 듯, 흠 흠 헛기침을 했어요.

“열무아가씨, 그것도 자랑이라고 하는 거야? 열무김치로 사랑 받는 거, 그게 전부야? 열무아가씨, 나야말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는지 한 번 들어 볼래?”

“키 큰 옥수수 아줌마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는지 어서 말해 보세요.”

“열무 아가씨, 내 말을 잘 들어 봐. 나는 하도 많아서 셀 수가 없어요. 옥수수차, 옥수수찐빵, 옥수수 뻥튀기.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옥수수 술도 빚을 수 있지, 옥수수엿을 만들 수도 있고. 그것뿐인 줄 알아? 옥수수수염 차는 어떻고? 또 뭐가 있더라.”
 

*<열무아가씨와 옥수수아줌마!>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