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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아가씨와 옥수수아줌마 3

어른과 함게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옥수수 아줌마는 신이 나서 쉬지도 않고 떠들었어요. 옥수수 아줌마자랑을 듣고 있던 열무아가씨는 차츰 기가 죽었어요. 옥수수 아줌마는 자랑거리가 또 없나? 골똘히 생각했어요.

“아, 이제 또, 생각이 났다. 옥수수 대궁은 젖소들 먹이 감으로도 훌륭하지. 나는 버릴 것이 한 개도 없지. 이만하면 옥수수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는지 알겠지? 요, 요, 맹꽁이 같은 열무아가씨야.”

옥수수 아줌마는 온 몸에 빳빳하게 힘을 주면서 자랑했어요. 옥수수 아줌마의 자랑을 듣고 있던 열무아가씨는 몹시 시무룩해졌어요. 자신이 너무나 작고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수수 아줌마에게 멀대 같이 키만 크다고 깔보던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주인아저씨가 목이 마를 때마다 물을 뿌려주었기 때문에 열무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채소인줄 알았거든요. 옥수수 아줌마의 자랑을 들어보니, 열무아가씨 자신은 너무나 작고 초라한 채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옥수수 아줌마, 아줌마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줄 정말 몰랐어요. 주인님이 나만 사랑해 주어서 내가 최고인줄 알았어요. 괜히 아줌마에게 우쭐거리고 약 올리며 덤벼서 정말 미안해요.”

열무아가씨는 모기소리만큼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사과를 했어요. 고개도 들지 못했어요. 풀이 죽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 열무아가씨를 보자 옥수수 아줌마는 열무아가씨가 갑자기 불쌍해 보였어요. 자기자랑을 너무 지나치게 많이 한 것 같았어요. 옥수수는 대부분 간식용이지만 열무는 식탁에서 사랑받는 반찬, 김치라는 걸 깜빡 잊었어요. 김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첫 번째 음식이잖아요. 옥수수는 반찬으로 밥상에 오르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자 갑자기 염치가 없어졌어요.

“열무아가씨, 미안해. 아가씨가 그렇게 사과를 하니까 내가 더 미안하잖아. 처음부터 내 자랑을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야. 그 동안 너무나 목이 말랐었어. 그래서 화가 나서 그랬나 봐. 열무아가씨 내 마음 알 수 있지?”

“아줌마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옥수수 아줌마는 참 이로운 곡식이어요. 나는 김치 밖에는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열무아가씨, 그렇지 않아. 김치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음식인데. 나는 내 아가들이 아직 통통하게 여물지 않았으니, 지금은 곡식이 아니야. 그냥 열무아가씨처럼 채소로 생각해주면 안 될까? 우리 같은 밭에서 자라니까 서로 친구하기로 하자.”

“호호호, 아줌마같이 키가 큰 채소가 이 세상에 어디 있어요? 하지만 옥수수 아줌마가 내 옆에 있어서 나는 참 든든하고 좋아요. 정말 우리 친구같이 정답게 지내요.”

“고마워, 열무아가씨. 내 넓은 잎사귀로 비바람을 막아 줄게.”

열무 아가씨와 옥수수 엄마가 서로 정답게 화해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게 보였나 봐요. 어느새 비가 멈추고 해님이 고개를 살짝 내밀었어요. 시원한 바람도 살살 불어 왔어요.

“열무 아가씨는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라고 하던데. 섬유질도 많아서 아주 유익한 채소라잖아. 빨리 자라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 나는 간식거리로 사랑받을 테니까. 사람들에게 귀한 먹을거리가 되는 게 우리들이 할 일이잖아.”

“고마워요 옥수수 아줌마, 아줌마랑 같은 밭에서 자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나처럼 키 작은 채소가 이렇게 큰 친구가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르겠지요?”

“난쟁이와 꺽다리 환상의 친구네, 호호호 열무아가씨처럼 작고 귀여운 친구가 있다는 걸 내 친구들이 알면 부러워하겠는 걸.”

“옥수수 아줌마, 서로 이렇게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지요.”

열무아가씨는 여리고 작은 초록잎사귀를 한들거리며 호호호 웃었어요. 옥수수 아줌마도 열무아가씨에게 무럭무럭 잘 자라라고 응원을 하며 깔깔깔 웃었어요.

“열무아가씨 파이팅.”

“옥수수 아줌마 파이팅.”

열무아가씨의 남실남실한 노란 웃음이 밭고랑을 가득 메웠어요. 씩씩한 옥수수 아줌마의 새파란 웃음이 등에 업고 있는 아가들을 휘감고 돌았어요. 열무 아가씨와 옥수수 아줌마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하늘 높이 날아갔어요.<끝>

      *<열무아가씨와 옥수수아줌마!>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