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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깨우는 쑥

[한의학으로 바라본 한식 20]

[그린경제/얼레빗 = 지명순 교수]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기()를 충분히 얻고 그 흐름이 원활하면 건강할 수 있다. 자연의 기를 받는 방법으로는 제철에 나오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우리 조상님들은 다달이 끼어 있는 명절에는 절식(節食)이라는 것을 먹었다. 경칩(驚蟄)이 되면 냉이국, 두릅적, 애탕, 봄나물 등 봄에 나는 식품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요즘의 식생활은 매일 똑같은 감자튀김, 햄버거, 콜라 등 패스트푸드와 비타민과 미네랄이 파괴된 가공식품 등 기가 빠진 음식들을 먹고 있으니 어찌 건강할 수 있겠는가.

춘곤증의 계절이다. 한의학에서는 기후는 봄인데 몸은 아직 겨울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증상으로 본다. 따라서 몸의 기운이 잘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봄나물과 수렴(收斂)하는 작용이 있는 신맛 나는 조미료를 써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간()기능이 강화되어 춘곤증을 이길 수 있다.

봄이면 어디든 파릇파릇하게 자라는 쑥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흔한 쑥은 민간약으로 한약제로 뜸의 재료로 식품으로 오랜 역사 속에서 요긴하게 사용되어 왔다.

   
▲ 다진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수라상의 애탕국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쑥의 성질은 따뜻하고 맛은 쓰다고 나온다. 오래된 온갖 병과 부인병, 태아를 안정시키고 임신하게 하고 복통을 멎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고 풍한을 물리친다고 했다. 음력 33일과 55일에 잎을 뜯어 햇볕에 말리는데, 오래 묵힌 것이라야 비로소 약으로 쓸 수 있다고 했다. 민간에서는 '어머니풀'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모든 부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열이 많은 사람이나 술과 함께 먹는 것은 좋지 않다.

쑥은 단백질과 칼슘, 철분, 비타민 C, A가 풍부하다. 최근에는 쑥의 항산화효과, 카드륨 독성 억제 효과, 항암효과, 항균작용, 간 손상 억제 효과 등이 연구 발표되고 있다. 덕분에 쑥 바람이 불고 있다. 떡에 섞는 재료 정도로 치부되던 쑥이 국수, 과자, , 케이크 등 다양한 식품에 첨가돼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쑥 먹인 한우고기, 피부에 좋은 쑥음료까지 개발했다.

이맘때는 쌀가루에 쑥을 섞어 찐 '쑥버무리''쑥개떡'이 별미다. 쑥은 쌀과 궁합이 잘 맞아 인절미, 절편, 개피떡, 송편 등에 쑥을 넣는다. 쑥이 들어가면 녹색이 고와 볼품이 있으며, 다량의 섬유소는 떡의 굳어지는 것을 느리게 해줘 장시간 떡을 부드럽게 한다. '쑥밥'을 지을 수도 있는데 뜸이 들 무렵에 생쑥을 넣으면 고유의 향기가 식욕을 자극해 봄에 잃었던 입맛을 찾을 수 있고, 변비예방·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봄이 되면 임금님도 다진 쇠고기에 데친 쑥을 다져 넣고 완자를 빚어 장국에 끓인 '애탕국'을 드셨다. 민가에서는 된장국에 쑥을 넣어 끓인 '쑥국'을 먹었다. 된장의 해독력과 쑥의 중금속 해독능력이 합해져 인체에 쌓인 각종 독을 배출시키는데 효과적이다. 어린 쑥을 찹쌀풀에 묻혀 말렸다가 튀김을 하면 '쑥부각'이 된다.

음식에는 참쑥, 물쑥의 어린잎을 사용한다. 키가 짤막하고 빛깔이 여리며 털이 보송보송한 것이 향이 좋고 먹기에도 부드럽다. 연한 쑥을 그늘에 말려 가루로 만들어 두면 밀전병이나, 케이크, 떡을 만들 때 편리하다. 또 살짝 데쳐 물기를 꼭 짠 뒤 비닐봉지에 넣어 냉동시키면 1년 가까이 보관할 수 있다.

경제위기로 힘든 남편을 위해, 신학기 맞아 춘곤증에 시달리는 자녀를 위해, () 살리는 '쑥음식'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