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진짜 엄마 사랑 1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사랑이는 나이를 물어보면 여섯 살이라고 큰소리로 말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꼭 다섯 살이라고 우깁니다.

  “쳇, 엄마, 나 여섯 살이잖아.”

  사랑이가 그렇게 말하면 엄마는 사랑이 머리에다 콩콩 꿀밤을 먹입니다. 엄마는 꿀밤을 먹인 것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사랑이가 왜 다섯 살인지 일일이 설명을 해줍니다.

  “사랑아, 너 다섯 살 맞아. 왜냐하면 아직 생일이 안 지나갔잖아. 네 생일은 12월 20일이잖아. 어떻게 10일 만에 한 살을 먹을 수가 있니? 그러니까 사랑이 너는 다섯 살이야 알았어.”

  “여섯 살인데…….”

  사랑이는 입을 비죽거리고 엄마를 흘겨봅니다. 사랑이는 엄마 마음대로 한 살을 내리는 엄마가 밉습니다. 유치원 다람쥐 반, 친구들은 모두 여섯 살이거든요. 다섯 살이면 병아리 반 친구하고 놀아야 합니다. 병아리 반은 아가들 반입니다. 동생들하고 노는 건 싫거든요. 사랑이는 다람쥐 반이니까 여섯 살이 맞지요.

  그것도 모르는 엄마는 바보 같습니다. 생일날이 지나가지 않았으니까 다섯 살이라고 박박 우겨대는 엄마가 밉습니다. 사람들이 사랑이 나이를 물어 볼 때마다 엄마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합니다. 언제나 생일을 들먹이며 다섯 살이라고 하는 엄마 마음을 사랑이는 알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했거든요. 사랑이는 지나간 설날에도 분명히 떡국을 먹었는데 엄마는 생일이 지나야 한 살을 더 먹는 거라고 말합니다. 엄마 말이 맞는지 할머니 말이 맞는지 사랑이는 아리송하기만 합니다.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

  그런데 엄마가 사랑이 생일을 따지면서 다섯 살이라고 우기는 이유가 있답니다. 생일이 1월이나 2월, 3월 달인 친구들보다 사랑이 키가 작아서 속상하대요. 사랑이가 아직 한글을 잘 몰라서 속상하대요. 사랑이는 한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쓸 줄은 모르거든요. 1월 달이 생일인 아이들하고 거의 일 년이나 차이가 나는데, 사랑이를 같은 여섯 살이라고 하는 건 정말 억울하대요. 

 엄마가 사랑이를 다섯 살이라고 하는 것이 엄마의 사랑이랍니다. 사랑이를 똑똑한 사랑이로 키우려고 얼마나 애를 쓰시는지 모릅니다. 사랑이는 작년에 꿈나무유치원을 다녔답니다. 올해는 샛별미술학원과 힘찬태권도장에 다닙니다. 엄마는 사랑이가 한글을 완전히 읽고, 쓸 수 있으면 도레미피아노 학원도 보낼 거랍니다. 작년에 도레미피아노학원을 데려 갔는데 글씨를 잘 모르면 악보를 볼 수 없어서 피아노를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그냥 왔답니다.

  엄마가 사랑이를 여러 학원을 보내는 것은 혼자 크는 사랑이를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절대로 사랑이를 힘들게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랍니다. 그러면서도 집으로 배달되는 학습지 공부도 시키고요. 한글도 아직 잘 모르는 사랑이에게 영어 선생님을 일주일에 한 번씩 집으로 오시게 합니다.

사랑이는 미술학원만 다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랑이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 엄마의 여러 가지 사랑이 귀찮기만 합니다. 머리모양도 나비모양 꽃모양 방울달린 핀으로 날마다 바꾸어서 치장을 해 주는 사랑도 귀찮기만 합니다.

쿨쿨 늦잠을 자고 싶은데 못 자게 하는 엄마가 밉습니다. 인형놀이도 조금만 해야 한대요. 동화책을 더 많이 보아야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거래요. 재미있는 만화영화도 못 보게 합니다. 친구들도 다 좋아하고 재미있는 ‘짱구는 못 말려’ 만화영화는 절대로 보면 안 된대요. 사랑이가 짱구처럼 말썽꾸러기가 될까봐 그런대요. <2>로 이어집니다

   *<진짜엄마 사랑>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