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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엄마 사랑 2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사랑이가 할머니를 졸라서 만화영화를 보면 엄마는 텔레비전을 딱 꺼버립니다. 사랑이를 하늘만큼 사랑한다면서 엄마는 사랑이에게 하지 말라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하늘만큼 사랑한다면서 가끔 미운 다섯 살이라고 눈총을 주기도 합니다. 인형놀이 하고난 다음 정리정돈도 하지 않아서 미운 다섯 살이랍니다. 엄마 아빠 말도 안 들어서 미운 다섯 살이랍니다.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응석만 부려서 미운 다섯 살이라고 합니다.

  아빠도 덩달아서 사랑이가 미운 다섯 살이 맞는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버릇없이 군다고 손들고 벌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데요, 미운 다섯 살이라고 엄마가 먼저 말했으면서 아빠가 사랑이에게 벌을 세우면 아빠한테 막 대듭니다.

  “아이를 왜 벌을 세워요.”

  “말 안 들으면 벌도 서고 혼도 나야지.”

  “나는 우리 사랑이 기죽이는 건 싫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눈을 하얗게 흘기면서 싸웁니다. 그런데요, 아빠가 사랑이를 벌세울 때마다 엄마가 하는 말이 있답니다.

  “당신, 사랑이 태교를 위해서 함께 기도를 하자고 했잖아요.”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엄마가 아빠한테 이 말만 하면 아빠는 꼼짝을 못합니다. 아빠가 태교를 같이 안 해서 사랑이가 떼쟁이가 된 거래요. 사랑이는 엄마가 아빠에게 대들며 말하는 태교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엄마는 사랑이가 말을 잘 안 듣는 것은 사랑이 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랑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열심히 기도하지 않아서 그런 거랍니다. 그러니까 엄마 탓이고, 아빠 탓이랍니다. 아무래도 엄마가 말하는 태교는 기도인가 봅니다. 엄마가 태교라는 말끝에는 꼭 기도라는 말을 합니다.

  사랑이가 엄마 뱃속에 처음 생겨났을 때에는 엄마는 매일 매일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착하고 건강하고 예쁜 아기가 태어나게 해 달라는 기도를 했답니다. 그런데 엄마 배가 커다란 공처럼 불러오자 너무너무 힘이 들러 게으름을 피웠다고 합니다.

  사랑이는 분명히 천사였을 거라고 합니다. 천사의 마음을 지켜주지 못한 건 엄마라고 하십니다. 사랑이가 엄마 뱃속에서 점점 자랐을 때, 엄마가 너무 힘들어서 기도를 게을리 했답니다. 그 틈을 타서 엄마 뱃속으로 악마가 살짝 들어갔을 거래요.

 

악마가 예쁜 천사 사랑이에게 가끔 어른들 말도 안 듣고, 떼를 쓰라

고 심술주머니를 살짝 놓은 것이 분명하답니다. 악마가 엄마 뱃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열심히 기도했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거랍니다. 엄마는 태교를 하지 않은 아빠는 사랑이에게 벌을 세울 자격이 없다고 화를 냅니다.

  그렇지만 사랑이가 항상 어른들 말을 잘 안 듣는 나쁜 아이는 아니랍니다. 착하고 예쁜 짓 할 때가 더 많은 사랑이입니다. 엄마가 밥상을 차리면 숟가락도 가지런히 놓기도 하는 사랑이입니다. 할머니 허리를 토닥토닥 안마도 잘하는 사랑이입니다.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할머니는 사랑이가 토닥토닥 안마를 해드리면 사랑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하십니다. 엄마는 사랑이가 가끔 떼를 쓰는 것은, 사랑이를 위해서 태교를 하지 않은 엄마 아빠 탓이니까 사랑이를 혼내고 벌세우면 안 된다고 하십니다.

사랑이를 혼내고 벌주면 엄마 마음이 많이 아프답니다. 사랑이를 칭찬으로 키우는 것이 가장 훌륭하게 키우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이는 엄마가 마음이 아프다는 말에 괜히 슬퍼집니다. 하지만 사랑이는 엄마 마음이 얼마큼 아픈지 알 수 없습니다. 엄마 마음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엄마, 사랑해.”

  “엄마도 사랑이, 많이 사랑해.”

  사랑이는 엄마 가슴에 하트를 그리며 마음이 아픈 엄마를 위로합니다. 엄마도 사랑이 가슴에 하트를 그리며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이렇게 깜찍하고 예쁜 사랑이 마음에 숨어 있는 악마를 쫒아내고 싶어 합니다.

  “사랑아, 엄마랑 기도 할까?”

  “엄마, 어떤 기도 할 거야?”

  “으응, 어떤 기도냐 하면, 사랑이 마음에 나쁜 악마 쫒아내는 기도.”

  엄마는 사랑이 손을 잡고, 두 눈을 꼭 감고 기도를 합니다.

  “하느님, 사랑이 마음에 악마를 쫒아내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악마가 사랑이 마음에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콱 닫아주세요.”

  두 눈을 감고 기도하는 엄마는 천사 같습니다. 사랑이는 무서운 악마가 나가는 모습이 보일까봐 두 눈을 꼭 감았습니다.

  “엄마, 마음을 콱 닫으면, 사랑이 마음을 열 수가 없잖아.”

  “그건 걱정 하지 마, 사랑의 열쇠로 열면 돼.”

  엄마는 사랑의 열쇠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사랑의 열쇠는 하트모양입니다. 엄마는 아빠가 좋아하는 빨간 색 하트 열쇠도 만들고, 사랑이가 좋아하는 분홍색 하트 열쇠도 만듭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노란색 하트 열쇠도 만듭니다. 엄마는 사랑의 열쇠를 아주 많이 만듭니다.

아빠는 빨간색 열쇠를 주고, 할머니는 노란색 열쇠를 주었어요. 할아버지도 한 개 주고, 삼촌도 한 개 주고, 이모도 한 개 주고, 그래도 엄마한테 사랑의 열쇠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엄마는 사랑이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한테 골고루 나누어 줄 거랍니다.

 사랑이 마음에 사랑의 열쇠를 살짝 갖다 대기만 해도 사랑이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리는 열쇠랍니다. 사랑이를 착하고 예쁜 아이로 잘 자라게 하는 사랑의 열쇠를 잃어버리면 절대로 안 된다고 주의를 줍니다. 누구든지 사랑의 열쇠를 잃어버리는 사람은 사랑이를 사랑 할 자격이 없답니다. 사랑의 열쇠를 잃어버리면 누구라도 엄마가 아주 혼을 내 줄 거랍니다.

  사랑의 열쇠를 받은 아빠는 웃으며 좋아합니다. 아빠는 사랑의 열쇠를 잃어버릴까봐 목에다 걸고 다닙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빠를 따라서 사랑의 열쇠를 목에다 걸고 다닙니다. 사랑이는 분홍색 열쇠를 목에 걸었습니다. 사랑이는 엄마의 진짜 사랑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답니다. <끝>

 *<진짜엄마 사랑>은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