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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반장 선거 1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 작가]  하늘나라에서는 달마다 그달 첫째 날에 반장을 뽑아요. 반장은 가장 불쌍하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을 뽑지요. 반장으로 뽑힌 귀신은 하늘나라에서 한 달 동안 반장역할을 아주 잘 해야 되요. 반장역할을 잘 마치면 죽기 전 모습으로 살아나는 기적 같은 혜택이 주어지지요.

  그러기 때문에 반장선거 날이면 귀신들은 서로 반장이 되고 싶어 합니다. 반장으로 뽑히려면 먼저 반장 후보로 뽑혀야 합니다. 반장 후보로 뽑히면 자기가 가장 불쌍하고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라고 애절하게 말해야 합니다.

이번 달 반장 후보 귀신은 꽃동산 공원묘지가 집인 현이 귀신, 모란꽃 승화원이 집인 나미 아줌마 귀신과 경민이 청년귀신, 그리고 별나라 공동묘지가 집인 딸막 할머니 귀신까지 4명의 귀신이랍니다.

  기호가 1번인 현이 귀신은 여덟 살에 초등학교 교통사고로 죽어서 꽃동산 공원묘지에서 살고 있는 남자아이 귀신이랍니다.

  “현이 아빠, 현이가 태어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초등학교에 어느새 입학을 하다니 대견해요? 우리 현이 똑똑하고 영리해서 공부 잘 할 거예요.”

  엄마는 현이가 아기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훌쩍 자란 현이가 정말 자랑스러웠답니다.

   
▲ 그림 동신중 1학년 김설아

  “현이엄마, 나는 우리 현이가 공부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씩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 더 좋은 걸.”

  엄마 아빠 말씀을 들은 현이는 자신이 있었어요. 공부도 잘하고 건강하고 씩씩한 어린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에 입학식 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렸지요. 드디어 입학식 날이 되었지요. 엄마 손을 잡고 학교로 가는 현이의 발걸음은 하늘을 나는 것처럼 가붓하고 상쾌했지요.

  학교가 저만큼 보이자 현이는 신이 나서 엄마 손을 놓고 막 뛰었어요. 빨리 학교에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빨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마자 손을 높이 들고 횡단보도를 뛰어서 건넜어요. 그런데 파란 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마구 달려오던 트럭이 그만 현이를 덮치고 말았어요. 불쌍하게도 현이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답니다.

 “나는 학교에 가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엄마의 소원대로 공부를 잘 할 자신이 있었어요. 아빠의 바람대로 씩씩한 어린이가 될 자신도 있었어요. 그런 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나쁜 트럭 운전사 아저씨 때문에 억울하게 죽었어요, 나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매일 슬퍼하시는 엄마아빠가 보고 싶어요. 이번 달에는 내가 꼭 반장이 되어서 엄마아빠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주인을 잃은 내 책가방과 학용품도 내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기호 1번, 현이 귀신은 솟구치는 슬픔을 꾹 참고 또랑또랑 힘찬 목소리로 힘차게 말했어요. 반장후보 연설을 마친 현이 귀신은 초등학교 입학식 날을 떠올리며 왕방울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어요.

  기호 2번인 나미 아줌마 귀신은 서른다섯 살에 아들과 딸 남편을 두고 하늘나라로 온 애통한 아줌마 귀신이에요. 나미 아줌마 귀신은 달님처럼 환하고 멋지게 생긴 여섯 살 난 아들, 별님처럼 맑고 고운 예쁜 딸, 해님처럼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과 날마다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갑자기 급성백혈병에 걸려서 가족들과 이별 준비를 할 사이도 없이 덜컥 죽고 말았어요. 나미 아줌마 귀신은 생각할수록 억울했어요. 자신이 무얼 잘못했다고 느닷없이 병에 걸려서 죽었는지, 세상에 두고 온 아들과 딸 남편을 생각하며 두 눈에 눈물 마를 날이 하루도 없답니다.

  “누가 뭐래도 내가 제일 불쌍해요. 엄마는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키워주어야 할 책임이 있어요. 부모로써 책임을 다 못하고 내 아이들을 키워주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왔으니 그게 말이나 되나요? 내 아이들이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날마다 울고 보채는 꿈을 꾸는 게 견딜 수 없이 슬퍼요. 어서 빨리 돌아가서 내 아들과 딸을 알뜰살뜰하게 보살펴주며 키워야 해요.”

  나미 아줌마 귀신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서 말했어요. 가슴에 솟구치는 슬픔 때문에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어요.  <2로 이어짐>

 *<하늘나라 반장 선거>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