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30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문화 넓게 보기

하늘나라 반장 선거 2

어른과 함게 읽는 동화

[그린경제/얼레빗 = 이수옥 동화작가]  기호 3번 경민이 청년 귀신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어요. 어머니께서 온갖 고생을 다하며 경민이 청년을 훌륭하게 키우셨지요. 경민이 청년이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을 때, 어머니께서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릅니다.

그런 경민이 청년이 휴일에 친구들과 경치 좋은 산으로 등산을 갔어요. 그런데 그만 깎아지른 바위산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디어 절벽아래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졌어요. 조금만 조심했더라면 좋았을 걸, 정말 어처구니없게 하늘나라로 온 경민이 청년입니다.   

  “어머니가 혼자 힘으로 나를 키우시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데, 내가 조심하지 못해서 얼떨결에 하늘나라로 왔어요. 나보다 더 불효자식은 없을 거예요. 내 생각으로 몹시 슬퍼하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것처럼 아파요. 어서 빨리 돌아가서 어머니의 눈물을 거두어 드리고 효도하고 싶어요. 그러니 저를 반장으로 뽑아 주세요.”

  경민이 청년 귀신도 슬픔이 북받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어요.

  기호 4번인 딸막 할머니 귀신은 환갑나이에 하늘나라로 왔어요. 딸막 할머니 귀신은 어찌나 마음이 착한지 반장을 뽑을 때마다 매번 불쌍하게 죽은 다른 귀신을 위해서 양보를 했어요. 하지만 이번 달 만은 절대로 양보를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현이 귀신하고, 나미 아줌마 귀신하고, 경민이 청년 귀신은 안전한 집에서 영원토록 살 집이 있지만, 나는 내 집이 곧 없어져요.”

  “딸막 할머니 귀신은 왜 집이 없어져요?”

  호기심 많고 궁금증 많은 현이 귀신이 대뜸 딸막 할머니 귀신에게 물었어요.

  “내가 왜 반장이 되고 싶은지, 현이귀신 잘 들어 봐.”

  “나도 궁금해요. 딸막 할머니 귀신 집이 왜 없어지는지.”

  나미 아줌마 귀신도 궁금해서 못 견디겠다는 듯, 딸막 할머니 귀신 옆으로 바짝 다가 왔어요.

   
▲ 그림 김설아 동신중 1학년

  “현이 귀신 집은 꽃동산 공원묘지라고 했지? 나미 아줌마 귀신하고 경민이 청년 귀신 집은 모란꽃 승화원이라고 했나? 내 집은 이름만큼 빛나지 못한 별나라 공동묘지야.”

  “딸막 할머니 귀신, 모란꽃 승화원이든, 꽃동산 공원묘지든, 별나라 공동묘지든 귀신들이 사는 집이 좋고 나쁘고 있나요?”

  경민이 청년 귀신도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물었어요.

 “그렇지, 귀신이 어디서 살면 어때. 하지만 내 집은 곧 없어지게 된 다우.”

  “왜요? 딸막 할머니 귀신 집이 왜 없어져요?”

  현이 귀신, 나미 아줌마 귀신, 경민이 청년 귀신이 동시에 물었어요.

  “별나라 공동묘지는 옛날에 시골이나 다름없었지. 가난한 사람이거나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묻히는 공동묘지야. 그런데 지금은 도시개발로 주변이 멋진 동네가 되 버렸어. 사람들이 사는 동네 가깝게 공동묘지가 있으니까 사람들이 싫은 가봐. 공동묘지를 없애고 그 자리를 아름다운 공원으로 꾸민다는 거야.

주인이 있는 묘지는 다른 곳으로 다른 곳으로 하나 둘 옮겨졌대. 그런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거나 처음부터 주인 없는 묘지는 파내서 화장을 한다는 거야. 별나라 공동묘지는 내가 지내기엔 더없이 좋은데. 별나라 공동묘지에는 유명한 귀신이 많아.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아저씨 귀신, 소를 많이 그린 화가 이중섭 귀신도 있고, 유명한 시인들 소설가 귀신도 많이 있는데…….”

  “와! 딸막 할머니 귀신 대단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유명한 귀신들 이름을 다 알고 계세요.”

  나미 아줌마 귀신이 부러운 듯 큰소리로 말했어요.

  “으응, 그건 말이야, 지난해 별나라 공동묘지에서 추모음악회도 열렸거든. 그때 구경 온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들었어. 살아서도 마음 편히 지낼 내 집이 없었는데, 한 점 재로 흔적 없이 살아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근데, 딸막 할머니 귀신 집이 어째서 주인이 없어요?”

현이 귀신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현이 귀신아, 주인이 없다는 건 내 집을 지켜주고 찾아오는 가족이 없는 없다는 뜻이야.”

  마음씨 착한 딸막 할머니 귀신은 현이 귀신에게 반장자리를 양보하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서 되도록 현이 귀신이 알아 들기 쉽도록 설명해 주셨어요.

  “딸막 할머니 귀신, 왜 할머니 귀신 집을 지켜주고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요?”

  경민이 청년 귀신도 이해 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어요.

  “음, 가족? 가족이 있긴 있었지. 하지만 죽을 땐 나 홀로 외롭게 죽었다네. 그나마 죽음 복이 있었던지 마음씨 착한 집주인을 만나서 별나라 공동묘지에 묻힐 수 있었지. 내가 지내기엔 참 좋은 곳이지. 외로운 이들이 많아서 친구처럼 지냈으니까.”

  “가족이 있었다면서 왜 혼자 죽었어요?”

  나미 아줌마 귀신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어요.

  “외로운 내게도 많은 가족이 있었지. 시아버지, 시어머니, 신랑, 예쁜 딸이 셋이나 있었는데…….”  -3으로 이어짐-

*<하늘나라 반장 선거>는  《고향으로 돌아 온 까치네》속에 들어 있는 동화입니다. 이 책은 이수옥 작가가 글을 쓰고 중학교 1학년인 김설아 손녀가 그림을 그린 동화로  할머니와 손녀의 풋풋한 사랑이 새겨진  따뜻한 이야기 책입니다.  이 책은 인터파크 등에서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편집자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