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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한글 자음으로 꾸민 ‘지혜의 숲’을 거닐다

고척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파주출판도시 탐방

[그린경제/얼레빗=나낮잠 기자] “아이들이 한글과 문학의 가치를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혔으면 해요. 책 만드는 출판사와 인쇄소, 24시간 도서관 지혜의 숲이 옹기종기 이웃해 모인 파주출판도시 탐방을 통해 인문 감각을 시나브로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김유, 김응 작가의 말이다. 지난 628일 김유, 김응 작가는 2014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프로그램의 하나인 한글, 문학과 만나다행사를 이끌었다. 이번 행사는 서울시 구로 고척도서관에서 주관했으며 지역 초등학생 30여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 지난 28일 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한글 자음 모양으로 만든 서가를 구경하고 있다.

   
▲ 아이들이 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찾아 자유롭게 읽고 있다. 지혜의 숲 도서관 에서는 앉는 자리가 곧 독서 공간이 된다. 또 어린이책 코너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프로그램은 인문학을 대중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자는 뜻에서 강연과 독서, 현장 탐방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역도서관마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다른데, 고척도서관의 한글, 문학과 만나다의 경우 김유, 김응 아동문학가와 함께하는 파주출판도시 탐방으로 어린이들에게 한글, 문학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 덧붙여 출판과 인쇄 체험을 통해 한글 발명으로 우리 인문학이 꽃을 피우게 된 과정을 되새기고자 의욕 있게 기획되었다. 

참가자들이 먼저 탐방을 시작한 곳은 사계절 출판사이다. 이곳에서는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라는 출판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이들은 동영상과 워크북으로 기획, 편집, 디자인, 인쇄, 제본, 마케팅 등 여섯 가지 과정을 알아보았고 특히 내용에 알맞은 표지를 골라 보는 디자인 과정과 직접 책을 엮어 보는 제본 과정에 열띤 호응을 보였다 

 

   
▲ 사계절 출판사 1층 책 향기가 나는 집에서 아이들이 사계절의 책들을 살피고 있다.(왼쪽), 김유 작가와 사계절 출판사 체험 안내자가 나누어 준 사계절 출판 체험 워크북을 유심히 보는 아이들.

이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로 이동해 아이들은 각자 싸 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은 뒤 지혜의 숲도서관을 돌아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24시간 개방되는 이 도서관은 출판사를 비롯해 국내 학자, 지식인, 전문가들이 기증한 도서 50만 권 가운데 20만 권을 배치해 꾸려졌다. 특히 , , 등 한글 자음을 형상화해 만들어진 서가들이 눈에 띈다.  

여러분, 문학가 이어령 선생님은 숲을 이루는 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맞는대요. 왜 그럴까요? 바로 죽어서 책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인 고은 선생님은 죽을 징조가 있어서 골골 하면 여기 와서 꽥 죽고 싶다고 하셨어요. 바로 아름다운 책들로 둘러싸인 이곳 지혜의 도서관에서 말이에요.” 

지혜의 숲 도서관 입구에서 아이들은 문화 해설사 권명정씨에게 파주출판도시가 자리한 교하 문발동 이름의 유래부터 종이책의 역사까지 다양한 지식을 전해 들었다. 또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이 서가 저 서가를 오가다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골똘히 들여다보는 등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 파주출판도시 탐방을 하며 한글, 문학, 책과 친해진 아이들이 아시아출판정보센터에서 밥을 먹고 자유롭게 놀고 있다. 서울에서 벗어나 널찍한 파주에서 놀이도 스스로 찾고 여유도 즐기는 모습이다.

   
▲ 우리나라 전통 인쇄술에 쓰던 납 활자. 활판 공방에 여러 인쇄본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 활판 공방 들머링[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의 말이 새겨져 있다. "‘책이 없는 집은 문이 없는 집과 같고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왼쪽), 활판 공방 체험 강연자가 아이들에게 전통 인쇄술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파주출판도시 탐방에서 아이들이 끝으로 들른 곳은 활판 공방이다. 납을 녹여 성냥개비만한 활자를 만들고 틀을 짜서 배열한 후 인쇄하는 방식은 1905년 처음 들어와 1970년대 말까지 성행했던 인쇄술이다. 50년이면 색이 변하는 사진 식자 인쇄와 달리 활판 인쇄는 한지에 스며 1천 년이 넘게 보존되는데, 이러한 가치를 아쉬워하는 출판인들이 생각을 모아 공방을 열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우리나라 활판 인쇄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납 활자와 사라질 뻔했던 오래된 인쇄 기계들을 구경하며 즐거워했다.  

현대 인쇄는 잉크를 입히기 때문에 색도 금방 변하고 바래지요. 하지만 이곳 책들은 전주 한지로 인쇄하기 때문에 몇 백 년 아니 천년을 가도 그대로입니다. 한지에 스며드는 잉크와 표면의 도드라지는 촉감은 컴퓨터 인쇄가 따라올 수 없어요.”

아이들은 우리나라 전통 인쇄술로 한지에 새기면 책이 천 년을 간다는 활판공방 체험 강연자의 설명을 들으며 두 눈을 빛냈다. 한글의 아름다움과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 크게 이끌린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 납 활자요. 낱개로 살 수 없나요?” 라고 질문하고 자기 이름에 맞춰 활자를 구입해 갈 정도로 우리 문화에 강한 흥미와 애정을 보였다.  

   
▲ 길 위의 인문학 ‘한글 문학과 만나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김유, 김응 작가가 함께

현재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프로그램은 전국 180개 공공도서관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고척도서관에서는 <세종 한글로 세상을 바꾸다>의 저자 김슬옹 한글학자와 김수정 시인이 이끄는 두 개의 프로그램이 남아 있다. 고척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고척도서관 누리집(gclib.sen.go.kr) 또는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누리집(libraryonroad.kr)에 가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