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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리는 가운데 부처님 사리탑을 향해서 기도하는 모습. 오르기도 힘든데 비가 온다고 기도를 하지 않으면 올라온 의미가 없어서 일까? 우산을 쓴채 기도하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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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 사리탑을 향해 기원하는 모습. 새벽에 산안개가 드리운 가운데 절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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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멸보궁(부처님의 사리가 있는 경우 부처님 모습의 상을 만들지 않고 사리가 있는 곳을 향하여 창을 냄)의 법당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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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전 위에 부처님 모습을 한 바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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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정암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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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멸보궁 위에는 깎아지른 절벽 위에 부처님형상의 바위가 솟아있다.무릇 형상에 매이지 말고 그 본성을 보라고 부처님은 늘 가르쳤지만, 미약한 중생은 어디서나 형상을 찾아 의미를 부여하고, 그 속에서 소원을 빌고 기쁨을 구한다. |
[그린경제/알레빗=최우성 기자]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초. 남한에서 가장 먼저 가을 소식을 전하는 설악산 속 깊이 자리한 해발 1244m(사리탑이 위치한 곳의 높이) 봉정암에 올라보았다.
봉정암은 신라시대 644년 자장율사가 중국 청량산에서 구해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받아온 뒤 그 사리를 5곳에 나누어 봉안했는데, 그 5곳 중 한 곳이 바로 이곳 설악산 봉정암의 부처님 진신사리탑이다.
봉정암은 깊숙한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어 지금도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 무려 1400년 전 사람들은 어떻게 이곳을 찾았는지... 그 연유도 궁금하지만, 이곳에 봉정암이 들어선 이후 무수한 중생들이 기도가 잘 되는 곳이라 하여, 중생살이 어렵고 힘든 삶 속에서 산을 넘고 물을 지나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거린다.
그만큼 어려움을 부처와 함께 하고자 하는 중생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매일 저녁, 길고 긴 밤을 꼬박새우는 철야기도를 하는 신도들이 수 백명이고, 철야는 못하지만 기도하고 하룻밤 새우잠으로 숙박하는 사람들만도 500~700명에 이른다고 하니, 설악산 깊은 산중에 하나의 커다란 마을이 형성된 느낌이다. 그것도 1년 내내 변함이 없이 전국의 불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니 불심의 위력이 대단함을 또한 느낀다.
교통이 편리해지고 산길도 잘 정비되어 큰 어려움이 없어진 지금도 봉정암에 오르는 길은 결코 수월치가 않다.
우선 교통편으로는 강원도 인제 용대리까지 시외버스가 연결되고 있고,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는 7.5킬로미터인데 이 구간만 왕복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 있지만, 백담사 주차장 부터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걸어서 가야만 하는 곳이다.
등산로가 잘 정비 되긴 하였으나 그 거리는 9.5킬로미터 뿐이라 봉정암까지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다. 7킬로미터의 정비된 등산로가 끝나는 오르막 산길 마지막 2킬로 미터 구간은 험하디 험한 깔닥 고개길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계곡에 다리도 놓고, 산비탈에는 사다리도 설치하여 수월하게 갈 수 있는 형편임에도 백담사에서부터 걸어가면 청년의 발길로도 어림잡아 6시간 이상을 꼬박 걸어야 도착 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런 험한 곳임에도 수많은 부녀자 불자들이 아무런 불평없이 오히려 기쁜 마음으로 찾고 있으니, 과연 부처님의 가피가 대단하기는 한 것인가 싶다.
가을이 깊어가는 봉정암에는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발도 들여놓을 수가 없을 만큼 많은 불자들로 붐빈다. 이 험한 산길 계곡 가운데 하루도 쉼없이 철야정진을 하고 있으니, 기도정진을 주관하는 스님들은 시달리는 중생들에 신경이 날카로와 더욱 힘들것 같다.
그래도 중생들이 이리 찾으니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고...철야법당에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예의 범절도 깜박 잊고 무례를 범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기도 중에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울리거나, 잡담소리도 들리니... 그런 이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곁눈질을 당하고 쫓기듯 법당을 나가기도 한다.
어렵게 찾은 이곳에서 사람들은 가족의 안위와 사업번창 시험합격들을 간절히 바라며 소원지를 적어 올리고 있다. 이곳에는 기도스님이 계신데 스님께서는 부처님의 진리가 이 세상에 구현되어 남북통일을 기원하고, 어려운 이웃들의 편안한 삶을 먼저 기원하고 난 뒤에야, 이곳을 찾는 신도들의 소망을 담은 소원지를 읽어 내려간다.
이곳을 찾는 불자들을 살펴보면 90%는 아낙네들이고 나머지 가뭄에 콩나듯 남자들이 끼어있다. 아낙네들은 가정의 화목과 건강과 행운을 간절히 빌고 있는데, 그나마 남자들은 자신의 어머니나 부인을 대동하고 올 뿐, 적멸보궁에서의 철야기도에도 잘 동참도 하지 않는다.
이리 멀고 험한 곳까지 찾아왔으면 함께온 어머니나 부인을 따라서 마음을 낮추고 절도하고 참선도 해보면 좋으련만,... 자신을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기도하는 어머니 아내들이 자신의 기도까지 다 해주는 것으로 믿는 듯하다.
하지만 불가에서 말하는 수행과 공덕은 결코 남이 해줄 수 없는 것이라고 한다. 곧 자신이 쌓은 공덕을 그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자신이 지은 죄또한 그 누가 대신 해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 온종일 힘들게 걸어서 어렵사리 찾아온 봉정암에서 지난날을 반성하고 내일을 기약하는 다짐과 공덕도 쌓고, 쌓은 기도공덕의 결과로 물질적인 풍요만 받으려고만 하지 말고, 남북이 갈라진 한민족의 통일도 기원해보고, 아직도 주변에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들이 하루 하루의 삶의 고통속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작은 것도 기꺼이 나누려는 마음을 내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최우성(건축사.문화재수리기술자. 한겨레건축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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