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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보는 한국경제 거목 정주영

고정관념 깬 창의적 직관력으로 현대중공업 성공

새롭게 보는 한국경제 거목 정주영<34> 학교지식 뛰어넘는 '생각하는 불도저'

[한국문화신문= 김영조 기자] 

철저히 사전 분석하고 실천
남다른 통찰력, 성공 밑거름 

정주영을 사람들은 흔히 불도저라고 한다. 그것은 그가 일을 할 때 불도저처럼 밀어붙인다고 해서 하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어떤 일을 밀어붙이기 전에 누구보다도 철저히 분석하고 생각하고 또 계산하고 있음을 정작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정주영식 생각하는 불도저를 단순히 보이는 외형만을 보고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에게는 남다른 보이지 않는 탄탄한 내공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서산간척지 마지막 공구 물막이 때 23만 톤 유조선을 가라앉힌 것도, 10층 빌딩만한 자켓 89개를 인도양 건너로 운반한 것도, 망신만 당하지 말라던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일도, 소백산 귀신을 돌려세우고 경부고속도로를 공기 안에 완성한 일도 모두 그의 철저한 계산과 분석 뒤에 불도저처럼 밀어붙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소학교 중퇴가 학력의 전부인 정주영이었기에 성공 역시 학교 공부와 정비례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성공을 두고 사람들은 남달리 사업에 대한 직관력과 감각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력과 함께 끊임없이 밀어붙인 그의 불도저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주영은 말했다. 

대개 사람들이 성공의 문 앞에서 좌절하는 것은 학교지식에서 나온 고정관념에서 비롯되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지식을 뛰어넘어 정형화된 틀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고정관념의 노예가 되어 있으면 순간순간 적응력이 뛰어날 수가 없다. 바로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 고정관념의 틀을 깬 사례가 울산조선소 도크(dock)를 완성하기 전에 있었다. 도크가 미완성이었던 터라 대형 자동이동 크레인 설치도 역시 불가능했다. 그러기에 대형 불록과 3만 마력 엔진은 물론 그 부품들을 운반하기가 쉽지 않았다. 작은 조립품들을 12m 도크 바닥으로 옮기는 일은 특수 트레일러를 동원해서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뱃머리 부분 조립이 끝난 제1호선을 제3도크로 운반하는 일은 가능성이 극히 적어 보였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자 현대건설 기술자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조립품을 제3도크로 옮기려면 골리앗 크레인이 설치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합니다.” 

하지만 골리앗 크레인을 들여와 설치하는 데만도 최소한 석 달이 걸리는데 그럼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그보다 크레인을 설치하기 전에는 배를 만드는 일을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결론은 석 달을 기다려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한 뒤에야 조립품을 옮기고 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데 선주에게 배를 인도해야 할 공기가 촉박한데 석 달을 허비해야 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란 말인가? 이러니 불같은 정주영이 그대로 앉아 있을 리가 없었다. 

모두 당장 그만둬! 그렇게 말로만 들볶고 있으면 해결이 날 건 뭐야? 생산적인 해결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하고 있으니 나 원 참.” 

그렇게 화를 내며 정주영은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해 직접 도면을 그려가며 설명했다. 

이렇게 뱃머리 블록을 트레일러에 싣고 뒤에서 불도저가 반대로 당겨 속도를 늦춰준다. 그러면 배가 경사진 언덕을 따라 천천히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아무 사고 없이 옮길 수 있을 텐데 이 방법이 가능해, 불가능해?” 

그러자 기술진들은 한 결 같이 이론적으론 가능하다고 동의했다. 

가능한데도 마냥 앉아서 석 달을 기다릴 거야? 군소리 말고 당장 이 방식대로 시행해!” 

기술진들은 호랑이 회장의 불호령에 정신없이 뛰어나가 회장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참으로 간단하고도 기막힌 방법이었다. 최고의 기술진 어느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일을 정주영은 단박에 방법을 연구해낸 것이었다. 골리앗 크레인 없이도 제1호의 운반은 너무도 쉽게 마칠 수 있었다. 


   
▲ 그림 이무성 한국화가


틀에 박힌 학교 공부가 문제

정형화 된 사고 적응력 없어 

당시 기술진들은 조선소를 먼저 짓고 배를 만드는 것이 당연한 순서로 알았을 때였다. 그리고 조선 선진국이라도 울산조선소 규모만한 조선소를 짓는데 적어도 3년이 걸렸다. 그런 다음 배를 만드는데 최소한 2년은 걸렸으니 조선소를 짓고 배를 만드는데 보통 5년을 잡아야 했다.  

그러나 정주영은 그런 고정관념을 깨고 조선소 건설과 배를 만드는 일을 동시에 진행했고 5년 걸리는 일을 23개월에 완성해낸 것이었다. 만일 처음 조선업을 시작하는 정주영이 고정관념과 상식대로 조선소를 먼저 짓고 배를 만들었다면 현대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 왔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조선소로의 성공도 물론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주영은 이처럼 언제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상식과 통념을 거부하고 그 누구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 방식대로 밀어붙여 성공한 사람이었다. 그가 말한 다음과 같은 명언을 보면 어떻게 그가 승승장구 할 수 있었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방법을 찾으면 길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고정관념을 뚫고라도 방법을 찾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는 것이지요. 운 없다고 생각하니까 운이 나빠지는 것입니다. 길을 모르면 길을 찾고, 길이 없으면 길을 닦아야 합니다. 무슨 일이든 확신 90%와 자신감 10%로 밀고 나가야 하지요. 사업은 망하면 다시 시작하면 되지만 신용은 잃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책임은 다 해야 합니다. 일의 성패는 일하는 사람의 마음과 자세에 달린 것이지요. 고정관념이 멍청이를 만드는 겁니다.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사고와 자세가 중요합니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다. 


상식과 통념 거부 난관 돌파

일의 성패, 마음 자세에 달려 

정주영 회장을 약 14년간 보필했던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는 말한다. 

그의 주요 업적과 발자취의 특징 중에 하나는 그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창의력의 무한한 가능성과 힘에 대한 신봉자였고 그 자신 철저한 실천자였다는 점이다. 그는 항상 고정관념과 교과서적 이론에 얽매이기를 거부하며 이로부터의 일탈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는 사업에서 도전 요소를 대할 때마다 타고난 직관력과 복잡한 개념을 단순화하는 능력으로 획기적 발상을 했고 이를 과감하게 실천함으로써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극적인 예가 폐 유조선을 이용하여 아산 방조제 물막이 마무리 공사를 하여 엄청난 비용절감, 그리고 공기를 단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세계 토목 공사에 전례가 없는 정주영 공법이라는 새로운 장을 쓴 것이다. 앞서 언급한 조선 사업, 중동 진출, 자동차 사업, 88올림픽 유치도 이에 속한다. 당시 이러한 사업들이 가지고 있었던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요소들을 볼 때 그의 이러한 창의와 혁신정신 없이는 시작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4년을 보필했으니 정주영 회장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자신을 정주영 회장의 그림자라고 여겼는지 모른다. 아니 분신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는 자신 있게 정주영이 위대한 6가지 이유를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빼거나 보태지 않은 순수한 모습의 정주영 회장은 사실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소박한 정주영 그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