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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부질없다

[뜻] 대수롭지 않거나 쓸모가 없다.
[보기월] 그러나 제가 한 걱정은 그야말로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잘 쉬셨습니까? 저는 시골집에 가서 봄 구경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캄캄한 밤에 시골집에 닿아서 몇 마디 이야기도 못하고 여러 날 비어 있던 서늘한 방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여느 때보다는 일찍 일어나 밥을 먹는데 아버지께서 일을 좀 하고 갈 수가 있는지 물으셨습니다. 안친 일이 많았지만 안 해도 될 일을 하자고 하시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잘 알기에 숟가락을 놓자마자 바로 일을 했습니다. 
 
  제가 한 일은 밤나무와 감나무에 밑거름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나무에 물이 오를 것이고 그때 거름을 빨아 올려서 튼튼한 잎을 만들고 옹골찬 열매를 맺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름말입니다. 나무 둘레에 골을 파고 거름을 줘야 하는 하는 데 아침 일찍이라 땅이 얼어서 일을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나갔습니다. 
 
  그러나 제가 한 걱정은 그야말로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우쳐 주기라도 하는 듯이 봄은 땅 위에만 온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구덩이를 파 보니 벌써 나무 잔뿌리들이 물을 머금고 있었으며 땅밑에서 취나물 싹이 자라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살짝 얼은 땅 밑에서 그렇게 채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거름을 주면서 생각지도 않았던 봄 구경을 실컷하고 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얼은 땅을 뚫고 나와 핀 꽃, 바위 틈을 비집고 나와 한뼘이나 자란 풀, 다른 나무 그늘 아래서 꽃대도 없이 꽃을 피운 꽃을 보면서 살이(생물)의 힘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부질없다'는 '쓸모없다', '쓸데없다', '한갓되다'와 비슷한 말로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아래와 같은 보기가 있네요.
-이제와서 이야기해 보았자 부질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그 일을 했어야 했다.(표준국어대사전)
-지나간 과거의 잘못을 곱씹어 보았자 다 부질없는 짓이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4348. 3. 16.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