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9 (일)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한국문화신문 = 리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비끼다

[뜻]2) 비스듬히 비치다
[보기월] 때를 잘 맞추면 해넘이 햇살이 비끼는 둔치를 걸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엊그제 돈을 주고 모셔 온 예쁜 꽃동이에 따스한 봄볕이 들어와 빛나는 걸 보니 참 좋습니다. 절로 예쁘다 고맙다는 말이 나오겠지요. 낮에는 안보다는 바깥이 더 따뜻해서 꽃들에게 좀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볕이 들어오는 곳에서 마음껏 쬘 수 있도록 해 줍니다. 꽃봉오리가 여럿 맺혀 있는데 다음 이레에는 꽃송이로 가득 찬 더 예쁜 모습을 볼 수 있지 싶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마가람(남강)을 따라 달리는 데 아직 해가 넘어가려면 한참 있어야 되겠다 싶을 만큼 제법 높게 떠 있었습니다. 두 이레 앞까지만 해도 해가 메에 걸려 있거나 지고 난 뒤에 같은 곳을 지났는데 그만큼 낮이 길어졌다는 것이지요. 조금 더 있으면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나가도 해가 있을 때 마실을 갈 수 있을 겁니다. 때를 잘 맞추면 해넘이 햇살이 비끼는 둔치를 걸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저녁 때는 참으로 오랜만에 마실을 나갔습니다. 땅거미가 질 무렵에 나갔는데 검푸른 하늘에는 손톱달이 보이고 별들도 총총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 벚나무에는 별보다 많은 꽃봉오리가 방울방울 맺혀 곧 터질 듯이 보였습니다. 이레끝에는 올벚꽃을 볼 수 있게 해 주려나 봅니다. 
 
  '비끼다'는 '빗기다'에서 온 것으로 보이며 1)비스듬히 놓이거나 늘어지다, 3)얼굴에 어떤 낯빛이 살짝 드러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아래에 있는 보기들을 보시고 쓰임새를 가려 써 보시기 바랍니다. 
 
1) -이윽고 검은 그림자가 푸른 달빛에 비끼었다.(김동리, 사반의 십자가)
   -파란 하늘에 엷은 구름이 비껴 흐른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2) -주막의 눈썹차양에 하오의 마지막 햇살이 느슨하게 비끼기 시작했다.(문순태, 타오르는 강)
   -달빛이 호숫가에 비끼고 적막만이 내 주위를 감돌았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3) -그의 눈가에 차가운 웃음이 잠시 비꼈다.(표준국어대사전) 
   -비웃음인지 미소인지 알 수 없는 웃음이 그의 얼굴에 비끼어 갔다.(고려대 한국어대사전)
 
4348. 3. 27. ㅂㄷㅁㅈ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