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스무째로 첫눈이 내린다고 하는 “소설(小雪)”입니다. 소설은 말 그대로 눈이 내리면서 추위가 시작되는데 한겨울에 든 것은 아니고 아직 따뜻한 햇볕이 비치므로 “소춘(小春)”이라고도 부르지요. 소설은 양력 11월 하순에 드는데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는가 하면,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추워집니다. 또 이때는 음력 시월로 “`농공(農功)을 필(畢)`하는 달이다. 추수를 끝내고 아무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달이다.”라고 하여 ”상달“이라 했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어 ”공달“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하기 위해 서두르고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합니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하지요.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도 모아둡니다. 그런데 소설 무렵은 첫눈이 오기도 하는데 24절기의 여덟째인 소만(小滿) 무렵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고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빠지지 않으면 첫사랑을 다시 만난다고 믿기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는 12월 11일 낮 3시 전남 순천 순천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는 운산 송순섭 판소리 전수관이 주최ㆍ주관하고 (사)동편제 판소리 보존회ㆍ온고을소리청ㆍ(사)옥당 국악국극보존회 등이 후원하는 국창 청운 박봉술 선생 탄생 100주년 기림 ‘동편소리 국악대향연’이 열린다. 이번 공연은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국창 박봉술(1922~1989) 선생의 동편소리 전승과 발자취를 이어가고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헌정 공연이며, 박봉술 선생이 평생을 바쳐 이룩한 예술세계의 발자취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통국악 무대를 구성하였다. ‘동편소리 국악대향연’에는 국창 박봉술 선생의 예능을 이어가는 제자ㆍ명인ㆍ후손 등이 무대에 오르며 특히 송순섭 명창을 비롯하여 김일구 명창, 이옥천 명창, 전인삼 명창, 이규호가 출연하고, 송화자 명인(박봉래 후손)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감상할 수 있다. 고수는 박근영 명고, 박명언(박봉술 후손)이 맡으며, 해설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낸 유영대 고려대 교수가 맡는다. 관객석은 선착순 무료입장이며, 전체 연령이 관람할 수 있다. 기타 공연에 관한 문의는 번개글(musarang-68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 11월 20일(일) 낮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의 후원으로 (사)한국판소리보존회가 주최한 제51회 <판소리유파대제전> 공연이 열렸다. ‘판소리유파’란 무엇인가? 이날 공연에서 사회와 해설을 맡은 김세종 한국음악학 박사는 “학문이나 예술은 스승을 통해 제자에게 전해지고,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계통을 세운다. 따라서 판소리에서의 계통은 판소리가 전승되면서 갈려 나온 유파(流派)의 전승계보를 말한다. 이를 ‘제(制)’, ‘소릿제’라고 하며, ‘바다’, ‘더듬’, ‘조(調)’라고도 한다.”라고 유파에 관해 설명했다. 청중이 모인 판에서 부채를 든 한 명의 소리꾼이 북 반주를 하는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발림(몸짓)을 섞어가며 서사적인 이야기를 엮어내는 공연예술 ‘판소리’는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올랐다. 그 판소리는 시대를 거쳐 전승되면서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른 유파가 생겼는데 19세기 전반, 곧 전기 팔명창시대에는 대체로 서편제, 동편제, 중고제가 먼저 떠오른다. 그 유파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을 첼로 - 정진규 가을 첼로는 해 지는 기인 능선을 지니고 있다 소리의 윤곽이 뚜렷하다 능선 위 서 있는 나무들의 각자가 보인다. 그저 통주저음(通奏低音)으로만 젖던 제 슬픔을 비로소 가볍게 추스른다. 처음처럼 슬픔의 모서리를 문지르는 손, 와서 닿는 살갗이 차끈하다. 정신이 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처음부터 등장한 첼로 음악을 리학성이 수학을 풀 때마다 듣는다. 리학성은 그렇게 첼로 음악을 들으며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추스른다. 리학성은 마치 우리의 전통악기 아쟁의 산조처럼 마음이 아프지만, 펑펑 울 수 없을 때 첼로 음악을 듣고 추스르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연주되는 첼로 음악은 가장 종교적이며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J. S. 바흐의 위대한 첼로 작품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가운데 ‘프렐류드’였다. 서양 클래식 연주에서 저음역을 맡는 첼로라는 현악기는 따뜻한 음색과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울림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첼로라는 악기의 깊이와 규모를 체험할 수 있는 장대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원래 이 음악은 19세기 말까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전경목이 쓰고, 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가 펴낸 《옛 편지로 읽은 조선사람의 감정》에는 발신자와 수신자를 알 수 없는 편지 한 장이 있습니다. 원래 편지란 발신자와 수신자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글이지만, 이 편지의 끝에 보면 ‘누제(纍弟)가 이름을 쓰지 않은 체 머리를 조아려 아룁니다.’라고 썼습니다. ‘누제(纍弟)’는 귀양살이하는 사람이 자신을 낮추어 부르는 말로 죄인이기에 자신의 성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입니다. 또 편지의 내용을 보면 귀양살이하는 사람이 지인에게 관찰사의 농락으로 유배지를 급하게 옮기게 되었다며, 하룻길을 갈 노비와 말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죄수가 교도소에 있을 때나 이감하는 때는 모두 나라가 비용을 부담하지만,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유배 가거나 유배지를 옮길 때 거기에 필요한 말과 하인 그리고 여러 비용을 당사자가 스스로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웬만큼 부유하지 않고서는 이를 조달하기가 쉽지 않았지요. 더군다나 유배지는 교통이 발달하지 않고, 장도 서지 않는 궁벽한 곳이어서 생활용품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곳에 근무하는 수령이나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배달겨레치고 ‘윷놀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윷놀이’는 정초(正初)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가족과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전승ㆍ유지됐는데 지난 11일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새 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역사문헌에서 보면 ‘윷놀이’를 가리키는 말로 ‘저포(樗蒲)’, ‘사희(柶戲)’, ‘척사(擲柶)’라는 한자말이 있는데 우리 겨레의 우주관과 천문관을 바탕으로 음(陰)과 양(陽), 천체의 28수 등 형식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지요. 또한, 윷가락의 다양한 지역적 분포(가락윷ㆍ종지윷 등), 윷판 없이 말로만 노는 건궁윷놀이 등 윷판의 다양한 형태, 놀이방법의 변형 등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높고, 현재에도 인터넷과 슬기말틀(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게임화가 이루어지는 등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유연하게 전승되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사람이 윷이 되는 ‘인간윷놀이’가 생기고 윷판에 ‘임신’이나 ‘풍덩’ 자리가 생기는 등 재미난 변형도 나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이처럼 ‘윷놀이’는 ▲ 오랜 역사를 가지고 한반도 안에서 전승되고 있다는 점, ▲《조선왕조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가 면 - 허홍구 당신은 누굽니까? 늑대입니까? 양입니까? 언 듯 언 듯 더럽고 치사한 나의 얼굴도 보입니다 이제 우리 가면을 벗어 던집시다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는 그믐 전날, 탈을 쓴 방상씨(方相氏)가 <처용무(處容舞)>를 추면서 잡귀를 쫓아내는 놀이 곧 <나례(儺禮>를 했다. <처용무>는 신라 헌강왕 때 처용이 지었다는 8구체 향가 ‘처용가’를 바탕으로 한 궁중무용이다. 《삼국유사》의 <처용랑ㆍ망해사> 조에 보면 동해 용왕(龍王)의 아들로 사람 형상을 한 처용(處容)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 천연두를 옮기는 역신(疫神)으로부터 인간 아내를 구해냈다는 설화가 있다. 그런데 처용무의 특징은 자기의 아내를 범하려는 역신을 분노가 아닌 풍류와 해학으로 쫓아낸다는 데 있다. 우리 역사에 보면 <나례> 말고도 탈 곧 가면을 쓰고 놀았던 탈놀이들이 많은데 크게 황해도 지방의 ‘탈춤’, 중부지방의 ‘산대놀이’, 영남지방의 오광대ㆍ들놀음[野遊], 동해안지역의 ‘별신굿놀이’ 등이 있다. 그 탈놀이 가운데 고성오광대를 보면 말뚝이를 내세워 신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윷놀이’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였다. ‘윷놀이’는 양편으로 나뉘어 윷가락 4개를 던져, 윷가락이 엎어지고 젖혀진 상태에 따라 윷판의 모든 말을 목적지에 먼저 도달시키는 편이 이기는 놀이로, 정초(正初)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가족과 마을공동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전승ㆍ유지되어 왔다. 또한, 산업화ㆍ도시화로 급격히 무너지는 사회변화에도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단절 없이 지금까지 우리 겨레의 정체성과 값어치를 담은 대표적인 전통 놀이문화로 자리매김해왔다. 역사문헌에서 ‘윷’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문헌에서는 윷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말을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윷을 ‘저포(樗蒲)’와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하고 혼용하여 가리키기도 하였다. 이후 조선시대 초기에는 윷놀이에 해당하는 ‘사희(柶戲)’라는 용어가 나타났고, 조선시대 중ㆍ후기에는 ‘척사(擲柶)’라는 한자말이 나타나 일제강점기와 현대에까지 쓰이는 말이 되었다. * 저포(樗蒲): 나무로 만든 주사위를 던져서 그 사위로 승부를 다투는 백제 시대의 놀이 윷놀이는 특히 조선시대부터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 깊이 있는 연구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갓이 비록 낡았더라도 그것을 바르게 정제하려 해야 하고 옷이 비록 거칠더라도 그것을 모두 갖추려 해야 한다.” 이는 선비의 윤리와 행실을 밝힌 《사소절(士小節)》을 쓴 규장각 검서관(檢書官) 이덕무(李德懋, 1741~1793)가 한 말입니다. 이를 달리 말한다면 바로 격식을 갖추어 두루마기(또는 도포)를 입고 갓을 쓰거나 사모관대를 차려입고 옷매무시를 바르게 하는 '의관정제(衣冠整齊)'가 되겠지요. 실제로 조선 사람들은 의관정제를 모든 일의 근본으로 보았고 그것이 곧 한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바탕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그때 사람들은 갓과 함께 갓을 보관하는 “갓집”을 정말 소중히 생각했지요. 갓집의 형태는 보통 두 가지인데 하나는 겉모습이 갓과 비슷한 형태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추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갓집은 덮개가 갓과 비슷하게 만들었는데, 밑바닥은 동그란 모양과 네모, 팔각, 12각형도 있지요. 1866년 한국에서 순교한 프랑스인 드브뤼 신부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조선 사람 방에 들어가면 윗자리와 아랫자리가 있는데 처음에는 이것을 구분할 수 없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어제(11월 8일) 저녁 7시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는 문화예술 사회적기업 전통연희단 잔치마당(대표 서광일)의 2022 연희판놀음 <상생의 비나리> 공연이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아 열린 <상생의 비나리>는 시민의 안녕과 발전 그리고 돌림병 코로나가 물러나기를 비손하는 전국 순회공연의 마지막 무대였다. 특별히 이 공연이 눈에 띈 것은 이 시대 으뜸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무용(승무, 살풀이춤), 소리(배뱅이굿, 경서도민요), 풍물(남사당설장고) 분야 원로예술인과 중견예술인들이 함께 어울리어 1마당 만복을 나누다 ‘태고의 울림’, ‘신모듬’, 2마당 춤과 소리로 예술의 혼을 만나다 ‘예인의 삶’, 3마당 남사당판굿 ‘광대의 길’ 등을 선보인 데 있다. 먼저 1마당은 특별출연으로 노원구립민속예술단의 하늘의 기운 운ㆍ우ㆍ풍ㆍ뢰 자연의 소리를 북으로 표현한 작품 ‘태고의 울림’이 힘있게 문을 열었다. 이어서 잔치마당예술단의 창작국악 ‘신모듬’이 무대에 올랐는데 태평소와 사물놀이의 신명난 가락을 우리 국악의 자진모리와 휘모리로 몰아갔다. ‘신모듬’은 쇠의 서광일을 비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