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이 동유럽 국가를 무대로 종묘제례악 알리기에 앞장선다. 오는 9월 21일(목) 19시(현지시각) 헝가리 에르켈 극장과 9월 25일(월) 19시(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필하모닉홀에서 종묘제례악 전막을 공연하고 국악 특강과 종묘제례악 복식 시연회 및 특별 전시 등을 연다. 이번 순회 공연은 첨단산업을 포함하여 경제, 안보 등 다방면에서 협력자로 자리매김한 폴란드와 지난해 70억 달러 규모로 사상 가장 많은 양국 교역을 기록한 헝가리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는 동유럽권에 한국 전통음악을 통한 문화적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예와 악으로 통치하는 것을 으뜸 값어치로 여겼던 조선왕조 500년. 종묘제례는 나라의 태평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던 조선 왕실의 가장 큰 행사였다. 그 종묘제례를 올릴 때 연주했던 <종묘제례악>은 세종대왕이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 왕실 음악기관인 장악원 악공들이 연주하던 전통을 국립국악원이 계승하고 있는데 보태평(保太平)과 정대업(定大業)이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연주한다.
그런데 이 제례악들에는 민속악에서 쓰지 않는 특별한 악기들이 있다. 먼저 음악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쓰이는 악기로는 박달나무 여섯 조각을 한쪽에 구멍을 뚫은 뒤 한데 묶어서 만든 “박(拍)”이 있다. 또 네모난 나무통 위에 구멍을 뚫어 나무방망이로 내리치는 “축”은 시작할 때 쓰는 악기이며, 호랑이를 본뜬 모양의 등줄기에 톱날처럼 생긴 톱니가 달린 “어”는 음악을 끝낼 때 쓰는 악기다. 어의 연주법은 호랑이 머리를 세 번 치고 꼬리 쪽으로 한 번 훑어 내리데 악기 모양도 생소하고 소리도 독특하다.
또 ㄱ자 모양의 돌 16개를 두 단으로 된 나무틀에 매달아 놓고 치는 “편경(編磬)”, 16개의 종을 두 단으로 된 나무틀에 매달아 놓고 쇠뿔로 된 망치로 쳐서 소리를 내는 “편종(編鐘)”, 네모난 받침대 위에 북을 비스듬히 놓고 치는 큰북으로 “절고(節鼓)”, “진고(晉鼓)”도 있다. 또 특경(特磬)이란 악기는 큰 돌 하나만 따로 틀에 매달아 놓고 치는 악기이며, 특종(特鐘)은 큰 종 하나만 따로 틀에 매달아 놓고 치는 악기다. 이런 특별한 악기들은 종묘제례악을 연주할 때만 볼 수 있으며 이번 헝가리 부다페스트 에르켈 극장과 폴란드 바르샤바필하모닉홀에서 이들을 볼 수 있다.
종묘제례악 전막, 2015년 프랑스, 2022년 독일에 이은 동부 유럽 무대 올라
헝가리 부다페스트,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처음 종묘제례악 선보여
국립국악원은 2007년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종묘제례악 일부를 선보였으며, 2015년 프랑스와 2022년 독일에서 전막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공연은 그간 서유럽 국가에서 선보였던 종묘제례악을 동유럽 국가로 넓힌 것으로,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종묘제례악을 공연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헝가리 공연은 주헝가리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한국문화제’에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을 초청하며 성사되었다. 공연에 앞서 국립국악원은 19일(화) 저녁 4시 30분, 주헝가리한국문화원 공연장에서 현지 한국문화 수강생과 만나고 문화원에 국악기를 기증하는 시간을 갖는다. 20일(수)에는 외트뵈시 로란드 대학교의 한국학부 학생을 대상으로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국악 특강을 진행하고, 21일(목) 공연 당일에는 저녁 6시 30분부터 극장 1층에 마련한 공간에서 현지 모델이 종묘제례악 복식을 입고 의상 시연회를 선보인다.
주폴란드한국문화원과 국립국악원이 하께 주최하는 폴란드 종묘제례악 공연은 바르샤바필하모닉홀의 시즌 공연 프로그램으로 뽑히면서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 바르샤바필하모닉홀은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우승한 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이번 ‘종묘제례악’ 공연을 통해 한국 전통음악의 정수를 전할 수 있는 특별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공연에 앞서 국립국악원은 7월 3일(월)부터 9월 23일(토)까지 종묘제례악 특별전시 ‘영원의 소리, 종묘제례악’을 주폴란드한국문화원에서 연다. 복식과 무구, 문헌 등 모두 27건의 유물을 전시해 종묘제례악의 이해를 한 층 높일 예정이다.
헝가리, 폴란드 종묘제례악 공연 전 과정 국악방송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국내 11월 군산 공연으로 올해 종묘제례악 국내 탐방 마무리
국립국악원과 양국의 한국문화원, 그리고 국악방송은 이번 순회공연을 내용으로 특집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준비에서 시연까지 공연의 모든 과정과 현지의 생생한 반응을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나라 밖 공연 이후, 올 초부터 시작한 국내 순회공연도 마침표를 찍는다. 세종(3월), 서울(6월), 대전(7월), 울산(7월), 대구(9월)에 이어 11월 11일(토) 군산예술의전당에서 올해 종묘제례악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한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우리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을 헝가리와 폴란드의 유서 깊은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라고 밝히며 “6백여 년 동안 이어 온 음악과 노래, 춤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온전한 조화로움이 현지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