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몬순 폭우는 파키스탄 국토의 1/3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파키스탄의 전례 없는 대홍수는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구온난화가 몬순을 강하고 불규칙하게 만들어 올해 8월 파키스탄에 평년보다 500~700%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계절풍'을 의미하는 몬순(monsoon)은 대륙과 해양의 열 차이에 의해 계절풍이 부는 현상이다. 이때 기온이 높아지면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엄청난 재앙에 대해 파키스탄의 기후변화부 장관은 9월 4일 가디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염을 일으킨 부유한 국가들이 홍수 피해를 본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1% 미만이다. 우리의 배출량은 매우 적다. 반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부자가 되어온 나라들이 있다. 선진국들이 기후재앙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파키스탄의 홍수에 대해서 선진국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아니면 억지 주장일까?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알려져 있다. 이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선재길을 따라가다 보면 가끔 자작나무숲이 보인다. 자작나무는 하얀 껍질이 종이처럼 갈라져 있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는 나무다. 폐가를 지나 조금 내려가니 거제수나무 옆에 안내판이 서 있다. 거제수나무는 자작나무와 비슷하게 껍질이 벗겨져 있는데, 색깔이 황갈색이라는 점이 다르다. 안내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북한에서 물자작나무라고 불리는 거제수나무는 척박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나무로, 보통 높이는 약 30m, 지름 1m 정도로 자랍니다. 꽃은 5~6월쯤에 피며, 수피는 흰색 또는 갈백색을 띄고, 종잇장처럼 잘 벗겨집니다. 옛날 종이가 귀하던 시절에는 거제수나무껍질에 편지를 써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기도 했답니다.” 선재길 따라 조금 더 내려가니 섶다리가 나타난다. 섶다리 안내판이 서 있는데, 아래와 같이 섶다리를 설명한다. “섶다리는 나룻배를 띄울 수 없는 낮은 강에 임시로 만든 다리로 잘 썩지 않는 물푸레나무나 버드나무로 다리 기둥을 세우고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다리 상판 위에 섶(솔가지나 작은 나무 등의 잎이 달린 잔가지)을 엮어 깔고 그 위에 흙을 덮어 만든 다리입니다. 섶다리는 해마다 가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선재길 따라 한 시간쯤 걸어 낮 2시 10분에 오대산장에 도착했다. 산장은 문이 잠겨 있다. 요즘에는 사용하지 않는가 보다. 산장 앞쪽으로 자생식물 관찰원이 있다. 우리는 한 시간을 걸었기 때문에 쉬기로 했다. 누군가가 가져온 과자와 간식거리 그리고 과일을 나누어 먹었다. 마침 은곡이 소리북을 가져와서 자연스럽게 판이 벌어졌다. 은곡은 판소리 장단은 물론 가요에 맞추어서도 북을 자유자재로 잘 친다. 봉평에 있는 우리 집에서 방림면 여우재 고개에 있는 은곡 집까지는 차로 40분 거리이다. 그는 막걸리를 주식으로 먹는데, 나에게 막걸리 먹으러 오라고 수시로 전화를 한다. 은곡이 북을 치고 나는 단가 <사철가>를 불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바뀌면서 모든 것은 흘러간다. 오대천도 흘러가고 봄날도 흘러간다. 이 봄과 함께 나의 인생도 흘러가니 조금은 슬프지 아니한가?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 데 있나 이어서 해당이 춘향가 중의 <갈까부다>를 사설과 함께 슬픈 가락으로 불렀다. 은곡이 심청가의 한 대목을 구성지게 불렀다. 마지막으로 석영이 가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경기도 농촌에 가보면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비닐하우스 덕분에 겨울에도 마트에 가보면 상추, 호박, 오이, 딸기 등이 진열되어 있다. 제주도의 특산물로 알고 있는 감귤을 경기도의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여 서울 시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유리온실에서는 카네이션을 재배하여 사시사철 꽃을 공급하기도 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사는 일반 국민의 겨울철 식탁을 보면 조선시대 임금보다도 더 화려한 식사를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리나 비닐, 플라스틱으로 지은 인공 구조물에서 인위적으로 재배 환경을 조절하면서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 방법을 ‘시설재배’라고 한다. 시설재배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비닐하우스의 색깔이 하얀색이다. 그래서 멀리서 보면 농촌이 작물의 색깔인 푸른색이 아니고 백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백색혁명이라는 새로운 말이 만들어졌다. 사전을 찾아보면 백색혁명이란 “비닐하우스 농법의 보급으로 한겨울에도 푸른 채소를 공급할 수 있게 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필자가 사는 강원도 산골에서도 밭농사를 지으면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하는 농가가 많이 보인다. 강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연진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이규석 원영환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12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29일 이날 코스는 아름다운 길로 널리 알려진 선재길이다. ‘선재(善財)길’은 월정사에서부터 오대천을 따라서 상원사에 이르는 9km의 산책로다. 선재길을 완주하려면 3~4 시간이 걸리지만, 표고 차이가 200m 정도로 경사가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라도 산책하듯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선재길은 월정사가 2004년부터 걷기 행사를 하면서 옛길을 복원하기 시작하였는데, 2013년 10월에 전 구간을 개통하였다. 예전에는 스님과 신도들이 현재의 자동차 길을 따라 월정사에서부터 상원사까지 걸어 다녔다고 한다. 선재길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華嚴經)에 나오는 선재동자(善財童子)라는 소년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화엄경은 불교의 팔만대장경 가운데 가장 방대하며 특이한 경전이다. 한자로 된 화엄경은 80권본을 기준으로 할 때 약 58만 자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경전은 부처님의 설법을 모은 것인데, 화엄경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한강시원지 체험관의 자료를 둘러보니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로 인정받기 전 조선시대에는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 문제에 관해서 나는 작년(2021) 평창강 답사기를 작성할 때 다음과 같이 썼다. “한강의 유로연장(길이의 수문학적인 용어)을 계산하려면 가장 긴 쪽을 따라가야 한다. 북한강보다는 남한강이 길어서 한강의 발원지는 남한강 상류 어느 지점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오대산 우통수(于筒水)가 발원지라고 경험적으로 믿어왔다. 그런데 측지 기술이 발달하여 엄밀히 측정해보니 우통수 쪽보다는 태백의 검룡소 쪽이 32킬로미터 더 길다고 밝혀졌다. 국립지리원에서는 1987년에 공식적으로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라고 인정했다. 현재 공인된 한강의 유로연장은 514km이다. 옛날 자료를 인용하는 글에서는 한강의 길이를 482km라고 잘못 기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답사 뒤에 시인마뇽(우명길의 호)이 내게 전해 준 자료를 보니 한강의 길이를 514km로 인정한 것은 1987년이 처음이 아니고 1918년이다. 이형석 저 《한국의 강》(1997)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1910년에 조선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2년 8월 1일 자 ‘한겨레21’의 특집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2022년 7월 15일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100m 동쪽의 강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등까지 올라오는 방수복을 입고 낙동강으로 들어갔다. 강물 속 흙을 한 삽 퍼서 강가에 쏟아 놓았다. 모래와 검은 오니(더러운 진흙) 속에서 붉고 작은 것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붉은깔따구 애벌레(유충)이었다. 한 삽을 퍼올 때마다 한 마리꼴로 애벌레가 나왔다. 대여섯 삽을 퍼오자 모두 5마리가 나왔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의 벌레로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환경부가 4급수 지표종으로 제시한 벌레이며 애벌레는 오니 속에서 산다. 현재 깔따구 애벌레는 본포취수장 부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수장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가정용 수돗물에서도 나온다. 7월 7일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7월 8일에는 석동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창원시 진해구의 한 집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가정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도 모두 12건이 접수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집은 6만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산길을 오르는데 백합과에 속하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어있다. 얼레지 군락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색다른 이름 때문에 언뜻 외국 꽃이려니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얼레지는 심심산골에 자라는 우리의 토종 꽃이다. 이유미가 지은 《한국의 야생화》 책에서는 얼레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고개를 숙인 채 다소곳이 맺혀 있던 꽃봉오리가 피기 시작하면 6장의 꽃잎이 한껏 펼쳐져 꽃잎의 뒷면이 서로 맞닿을 정도로 완전히 뒤로 젖혀진다. 그래서 꽃잎 속에 감춰져 있던 긴 보랏빛 암술대며 이를 둘러싼 수술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수줍은 듯 고개 숙이는 산골 처녀로서는 파격적인 개방인 셈이다.” <그림8> 그 밖에도 보라색 현호색과 노루귀, 별꽃, 양지꽃 등등 이른 봄에 피어나는 들꽃이 많이 보였다. 뜻밖에 내가 아는 제비꽃은 매우 드물었다. 계절은 이른 봄. 사방에서 신선한 기운을 발산하는 연두색 새잎에 반한 해당(오종실의 호)이 춘흥(春興)을 억누르지 못하고 큰 나무 아래에서 단가 사철가를 멋있게 불렀다. 계절과 사람과 소리가 아주 잘 어울렸다. 내가 중간중간에 추임새를 넣었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2년 5월 3일 화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종화 박인기 부명숙 안승열 오종실 우명길 이규석 원영환 최돈형 모두 10명 <답사기 작성일> 2022년 5월 16일 2021년에 평창강 220km를 14구간으로 나누어서 벗들과 함께 걸었다. 내가 평창에 살기 때문에 답사 준비를 맡았는데, 은근히 할 일이 많았다. 좋은 식당을 알아보고 예약하는 일, 지도에 표시된 작은 도로가 끊어지지는 않았는지 사전 답사로 알아보는 일, 인원이 많아지면 차량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등등 어렵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사소하게 확인해야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는 코로나 핑계를 대고 봉평 집에서 칩거하려고 했는데, 친구들이 자꾸 다른 답사 계획이 없느냐고 묻는다. 답사도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야지 무릎 아프고 허리 아프면 다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대천 따라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강의 발원지는 조선 시대에는 오대산 상원사의 남서쪽 서대 수정암 옆에 있는 우통수라고 알려져 있었다. 우통수에서 발원하는 하천의 이름이 오대천이다. 오대천은 월정사 앞을 지나 남쪽으로 흘러서 진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나가는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 법적인 측면에서, 도덕적인 측면에서, 또는 윤리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개미를 죽이는 일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비난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것이 동물보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세계동물권리선언이 발표된 것은 1978년 10월 15일이다. 동물권리선언의 제1조는 다음과 같다. 제1조 모든 동물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한 생명권과 존재할 권리를 가진다. 여기에서 동물의 정의와 범위가 문제가 될 것이다. 동물의 정의에 이의 없이 포유류(고양이, 개, 소, 말, 염소 등등)는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돌고래도 포유류이니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닷가재는 어떨까? 개미는? 꿀벌은? 질문이 확대되면 복잡해지지만,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는 시도가 환경윤리다. 환경윤리는 생태계의 모든 생명체를 인간 생명과 대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생명체의 생존권을 인정하자는 윤리다. 모든 생명체에 환경윤리를 적용하면 개미를 밟아 죽이는 일은 나쁜 일, 비윤리적인 행동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논에 농약을 뿌려 간접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