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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독일ㆍ대만 등 탈원전국 돼

고준위 핵폐기물의 방사능이 자연 수준이 되려면 약 10만 년 정도 걸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89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3년 4월 15일 자정에 독일이 가지고 있던 36기의 원전 가운데 마지막 원전이 가동을 멈추었다. 독일은 탈핵국가로서 반핵 운동가들의 선망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독일이 첫 번째 탈핵 국가일까? 그렇지 않다.

 

유럽 중앙에 자리 잡은 오스트리아는 1972년 핵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6기의 핵발전소 건설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핵발전의 방사능 오염,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반핵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핵운동은 최초의 핵발전소 사고로 기록된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사고가 일어나기 훨씬 전이다.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은 계속되고 반핵운동의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시위가 계속되자 오스트리아 정부는 완공된 츠벤덴도르프(Zwendendorf) 핵발전소의 운영 여부를 1978년 11월 5일 국민투표로 결정했다. 투표 결과 0.9% (약 2만 표) 차이로 원전 가동이 무산되었다. 10억 유로를 들여 건설한 멀쩡한 원전을 사용해 보지도 않고 폐쇄한 것이다. 10억 유로의 건설 비용이 아깝기도 했을 것이지만 오스트리아 국민은 핵발전소 없는 안전한 국토를 선택하였다. 지도자의 결단이 아닌 국민 여론이 국가의 중요 정책을 결정한다는 민주주의 표본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오스트리아 국회는 한 걸음 더 나아가 1978년 12월에 원자력사용금지법을 통과시켜 20년 동안 (1998년까지) 핵발전을 금지하기로 했다. 원전을 포기한 오스트리아는 수력,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하여 2022년 현재 EU 나라 가운데서 재생에너지의 최강국을 자랑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오스트리아 국민 사이에는 탈원전을 넘어 반핵 정서가 확산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방사능 낙진 때문에 어린이들이 모래나 흙놀이를 못 하게 하고, 젖소가 건초를 먹지 못하게 하는 등 사회적인 충격이 컸다. 오스트리아 국회는 1997년에 만장일치로 계속 핵 없는 나라로 남기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1978년의 탈원전 선택에 큰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2015년 1월에 전력 원산지 제도를 시행하여, 다른 나라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 수입까지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탈핵을 선택한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4기의 상업용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체르노빌 사고 직후인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탈핵을 결정했다. 이 투표에 따라 이탈리아는 신규 핵발전소 건설 중단은 물론 운행 중이던 4개 핵발전소도 가동을 중단했다. 이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2008년에 신규 원자로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57%가 투표에 참여하고 투표자의 94%가 원전 건설에 반대하여 이탈리아의 탈원전은 확고해졌다.

 

이처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독일 외에도 스웨덴, 벨기에, 대만이 탈원전을 선택하였다.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탈핵을 선언하여 세계에서 7번째 탈핵 국가가 되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탄생한 이후 친원전으로 복귀하였다.

 

유럽의 선진국 국민이 탈핵을 선택한 것은 원자력발전소가 가진 특수성 때문이다. 원전의 사용 기한은 약 30~40년인데, 연장하면 40~60년까지 수명이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60년이 지나면 원자로는 운영을 종료하고 핵발전소를 해체하여야 한다. 그러나 원전의 해체는 화력발전소나 수력발전소의 폐쇄와는 달리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원자력을 흔히 ‘불을 붙일 수는 있지만, 쉽게 끌 수 없는 불’이라고 말한다.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여 가동하는 것보다, 가동을 중단시키고 해체하는 과정이 더 어렵고,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나라의 고리 1호기 원전은 이미 2017년에 가동을 중단했다. 가동을 중단한 원자로에서는 남은 핵연료에서 고열과 방사능이 방출된다. 고리 1호기 원전은 약 5년 동안 핵연료 냉각기간을 가졌고,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체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원자로 철거를 끝내고, 이어서 부지를 안전한 토양으로 복원하는데 15년 정도 소요가 된다고 한다. 원전 운행을 중단한 뒤 부지의 완전 복원까지 30년이나 걸리는 것이다.

 

원전의 해체는 일반 공장을 철거하는 것과 달리 기술적인 난관이 많다. 강력한 방사능 때문에 사람이 진입하기 어려운 현장에는 로봇이 투입되고 원격시스템을 이용하여야 한다. 당연히 원전 해체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정부가 2012년 고리 1호기의 해체비용을 6,033억 원으로 발표했으나, 2018년에는 8,129억 원으로 수정 발표하였다. 원전 해체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기술적 불확실성이 많이 존재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해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하여 2022년 10월에 울산 울주군에서 원전해체연구소 착공식을 가졌다.

 

 

원자로를 해체한 뒤에도 ‘사용 후 핵연료’(전문 용어로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 문제라는 난관이 남아있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1m 이내에 있는 사람을 10초 만에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강한 방사능과 열기를 내뿜는다. 고준위 핵폐기물은 일반 쓰레기와 달리 매립하거나 태워서 없앨 수가 없다. 핵폐기물에서 나오는 강력한 방사능은 땅속 깊은 곳에 묻어도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약해질 뿐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방사능이 자연 수준으로 약해지려면 약 10만 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 문명이 지속된 기간이 겨우 5천 년인데, 10만 년 동안 안전하지 않은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경주에 건설한 방폐장에서 방사능이 낮은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다. 국내 24개 원전에서 발생한 고준위 핵폐기물은 원전 내 저장소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 현재 고리 원전은 저장 용량의 86%, 한울 원전은 82.5%가 채워진 상태이다. 이대로 가면 한빛 원전은 2030년 한울 원전은 2031년에 임시 저장소가 꽉 차게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만든 나라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남서부 온칼로의 암반 450m 깊이에 핵폐기물 영구 저장소를 10억 유로(약 1조 4,000억 원)를 들여 20년 동안 공사하여 만들었다. 핀란드는 이 저장소를 2025년부터 사용하여 원전 3기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을 10만 년 동안 보관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부터 영구 방폐장의 터 선정을 8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었다. 핵폐기물을 보관할 시설이 없는 원전은 흔히 ‘화장실이 없는 아파트’라고 비유된다. 정치인과 관료들은 골치 아픈 문제의 해결은 내가 아니고 다음 사람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면서 미루기만 한다. 그러나 이런 미루기 작전은 지속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출 문제로 나라 안팎이 소란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원전 오염수보다 우리 국민에게 더 위험한 것은 원전 부지에 쌓여 있는 고준위 핵폐기물이다. 말끝마다 “국민을 대변한다”라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