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둘레길을 걸으면서 우리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나누는 이야기와 주제가 다르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만나면 주로 음식, 여행, 명품, 부동산, 재테크 등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을 바라보며 걸으면서 두릅나물, 복숭아꽃, 돌배술, 진달래, 철쭉, 찔레, 당귀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황병무 선생의 고향이 횡성군 새말이고, 박명수 신부님의 고향이 정선군 임계라고 한다. 두 분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풀과 나무와 농사 등에 관해서 경험과 지식이 많아서 대화를 흥미롭게 이끌어갔다. 둘레길을 걷다가 갈림길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효석문학100리길 표지판이 나타나 길을 안내한다. 그런데 평창역으로 올라가는 길에서 표지판이 없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아래 사진에서 오른쪽 언덕길로 올라가는 갈림길에 표지판이 필요하다. 나는 며칠 전에 제2구간 코스를 사전 답사차 왔다가 여기서 헤매었다. 평창군 담당자가 이 글을 읽고서 적절하게 처리해 주기를 기대한다. 평창역 앞으로 지나가는 둘레길에 표지판 두 개가 서 있었다. 하나는 금당산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고, 다른 하나는 카페921을 알리는 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김 교수는 마담과도 술을 한 잔 주고받았다. 마담은 성이 강 씨라고 했다. “강 마담! 그런데, 내가 미스 최하고 연애를 한번 할까 하는데, 강 마담이 볼 때 미스 최가 어떻소? 한 번 솔직히 말해 주시오.” “미스 최, 괜찮은 아가씨에요.” “어디가 괜찮아요?” “제가 미스 최하고는 1년 이상을 같이 있었는데, 무어라고 할까요... 미스 최는 한 마디로 뚝배기같은 여자에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웬지 정이 가는 그러한 아가씨에요. 달리 표현하면 고려청자는 아니고 백자 같은 여자라고나 할까요? 사귀시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요. 강 마담의 추천이 그러하다면 꼭 한번 사귀고 싶네요. 그런데, 미스 최가 새침해서 잘 줄려고 하지를 않네.” “무얼 말이에요.” “선물을 받기만 하고 주지를 않는다니까.” “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보세요, 호호호.” 강 마담은 조금 있다가 방에서 나갔다. 마담의 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방 저방 돌아다니면서 손님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해서 한 방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미스 최가 뚝배기 같은 여자라니 뚝배기가 어떤지 한번 만져라도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더 나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이날 답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건강하다. 모두 잘 걷는다. 맨 앞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계속 걸어가니 나는 사진을 찍느라고 자꾸 뒤처진다. 나도 아직은 건강한 편이기 때문에 걷는 속도를 빨리하여 따라잡는다. 나는 매일 아침 마을길을 크게 한 바퀴 돈다. 날마다 40분을 걷는다. 내가 지금까지 아무 약도 먹지 않고도 그런대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순전히 걷기 운동 때문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값싼 방법은 매일 걷는 일이다. 서양의 최고 명의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이다.” 걷기는 훌륭한 약인데도 돈이 안 드니 금상첨화 얼마나 좋은가! 조선 시대 최고 명의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 풀이하면,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걷는 것이 낫다.” 내가 아는 의사 친구의 말에 의하면, 대부분 병은 걷기만 잘해도 걸리지 않거나 낫는다고 한다. 누구나 날마다 걸으면 그의 인생이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도 안타까운 현실은, 누구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두 사람이 택시를 타고 보스에 도착하니 10시가 약간 넘었다. 이미 밤이 깊어져 가고 있었기 때문에 골목길에는 이른바 삐끼들이 자꾸 말을 걸었다. 삐끼들은 늦은 밤거리에서 2차를 찾는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회장님, 좋은 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회장님, 끝내 주는 곳이 있습니다. 아가씨들도 모두 영계고요.” 2차를 가는 손님들은 이미 술을 한잔 걸쳤기 때문에 맨정신이 아니고 판단력이 약해져서 자칫 삐끼를 따라갔다가 바가지 쓰기가 십상이다. 그전에는 삐끼들이 남자들을 모두 ‘사장님’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사장님이 너무 많아졌다. 조그마한 자영업자들이 많아지고 대기업의 자회사가 많아지다 보니 사장님이 흔해졌다. 그래서 모든 술꾼은 어느 사이엔가 슬그머니 ‘회장님’으로 격상되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봉급 받는 사장님이 무슨 힘이 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장이나 사원이나 대주주인 회장이 그만두라고 하면 내일이라도 그만두어야 하는 파리 목숨들인데. 그래서 요즘에는 회장님 정도 되어야 힘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삐끼들도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무조건 회장님이라고 불러서 사장님들의 기를 살려주는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짜: 2024년 4월 29일(월) 답사 참가자: 김수용, 나명흔, 박명수, 윤희태, 이상훈, 전선숙, 최동철, 황병무(8명) 답사기 쓴 날짜: 2024년 5월 11일 평창군에서 만든 효석문학100리길의 제2구간은 대화 장터 가는 길로서 소책자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속사천과 대화천 그리고 농로를 따라 시골의 정취와 풍광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재산재를 넘어 서울대 평창캠퍼스 입구를 지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지의 하나인 대화전통장으로 향하는 구간이다. 지역 명소인 토마토유리온실재배단지, 금당산 등산로, 법장사, 대흥사, 땀띠공원과 농촌체험마을인 대화6리 광천마을 등을 둘러보며 옛 추억의 정취와 평창의 따뜻한 인심과 정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제2구간의 거리가 13.3 km로서 상당히 먼 거리라는 점이다. 답사 일행의 평균 나이가 65살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황병무 선생과 나는 제2구간을 두 번으로 나누어 걷기로 하였다. 제1구간을 걸은 지 3주가 지나 제2-1구간을 걷게 되었다. 제1구간을 걸은 분 가운데서 두 분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고, 대신 세 분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남자나 여자나 바람피우는 사람은 누구나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책에서는 아내가 남편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은 ‘최초의 불륜’ 또는 ‘최후의 로맨스’에 빠져드는 것으로 표현되었다. 불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아내도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김 교수는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자만심에 빠진 현대의 아내들에게 다음과 같은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잘 대해 주지 않으면 남편은 바람피울 생각이 나게 된다. 너무 방심하지 말아라.” 어느 날 김 교수는 그 책을 슬쩍 아내의 눈에 띄는 곳에 놓아두고 출근하였다. 그리고서는 결과를 기다렸다. 며칠 뒤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보니 지금까지 딴방에서 자던 아내가 바로 옆에 누워 있지 않는가? 그 책은 효과가 있었다. 몇 주 계속되던 별거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었다. 김 교수는 궁금하여 이튿날 저녁, 자리에 누워서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왜, 아들이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았는데 경건하지 못하게 내 곁으로 왔느냐고? 아내의 말인즉 어느 날 밤늦게까지 《아버지》 책을 읽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황병무 선생은 나무와 야생화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 하천가에 잎은 하나도 없고, 가지만 남은 나무를 보더니 이름이 ‘붉나무’라고 설명한다. 가을이 되면 가장 먼저 예쁜 빨간색으로 단풍이 드는 이 붉나무의 별명은 소금나무란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열매에서 짠맛이 나기 때문에 과거에 소금이 귀한 시절에는 소금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는 얘기다. 붉나무는 옻나무과에 속하는데, 독성이 약하기는 하지만 일부 예민한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가 있다고 한다. 나는 나무의 잎과 꽃을 보아야 나무 이름을 추측하는데, 줄기만 보고서는 무슨 나무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겨울나무 쉽게 찾기>라는 책을 쓴 윤주복이라는 나무 전문가는 줄기만 보고서도 424종의 나무 이름을 알아낸다. 나도 그 책을 사두었는데 읽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라도 겨울나무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농수로를 따라 걷다가 약간 넓은 공간을 발견하고 우리는 12시 15분에 두 번째로 쉬었다. 김수용 선생은 젊은 시절 암벽을 탔던 산악인이었다. 우리나라의 주요 산에 대해서 잘 안다. 이날도 산악인답게 가장 큰 배낭을 짊어지고 왔다. 아주 커다란 커피통에 커피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드디어 수능시험일이 왔다. 시험을 치고 온 아들에게 물어 보니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다고 명확하게 몇 점이라는 이야기를 안 한다. 수능점수가 채점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이제는 아들의 점수가 늘어날 리도 줄어들 리도 없게 되었다. 나오는 점수에 맞춰 학교를 고르면 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김 교수는 “이제 새벽기도도 끝났구나”라고 좋아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D데이는 수능시험일이 아니고 대학입시일이라는 아내의 선언에 김 교수는 할 말을 잊었다. 아들을 위해서라는데 들어내 놓고 항의할 수도 없고. 그저 고3 학부형이 된 것이 죄라면 죄라고 말할 수밖에! 김 교수는 수능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새벽기도회에 따라갔다. 날씨는 추워지고 있었다. 새벽에 일어나면 차 유리창에 성에가 서려 있어서 김 교수는 4시 반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 했다. 더 일찍 일어나서 차 시동을 걸고 성에를 제거하여야 5시 기도회에 늦지 않기 때문이다.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바람이 부는 날은 두꺼운 옷을 입어야 춥지 않았다. 그 와중에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아내의 잠자리 거부가 해제된 것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해제 이유가 한 권의 책 때문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길 왼편으로 보이는 넓은 밭이 메밀밭이다. 효석문화제 때에는 이 밭에 하얀 메밀꽃이 가득하다. 메밀밭 사이로 많은 사람이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메밀은 다른 작물에 견줘 생육기간이 짧다. 일반 작물은 90~100일 성장하면 수확할 수가 있는데, 메밀은 생육기간이 60~70일 정도로 짧다. 효석문화제는 해마다 9월 초에 2번의 금ㆍ토요일 주말을 포함하여 10일 동안 열린다. 축제를 준비하기 위하여 메밀은 7월 말에 씨를 뿌린다. 9월 중순 무렵 봉평에 오면 소금을 뿌린 듯이 하얀 메밀꽃을 어디서나 볼 수가 있다. 길 따라 조금 걷자, 흥정천이 나타난다. 작은 정자가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하천을 따라 걸었다. 출발점에서 제1구간의 종점인 여울목까지의 거리는 7.8 km이다. 답사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중요한 지점에는 큰 기둥을 세우고 표지판을 만들어 놓았다. 고마운 일이다. 나중에 살펴보니 이날 단체 사진을 찍은 것이 하나도 없다. 누구도 단체 사진 찍자고 말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나이가 많아지면서 점점 사진을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나이 든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다. 흥정천을 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런데 백일기도가 끝나기 전에 그만 사고가 나고 말았다. 어느 날 아내는 매우 기분이 씁쓸하다며 남편에게 하소연하였다. 교회에서는 입시가 점점 가까워 오자 고3 학부형을 모아서 특별히 함께 기도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아내가 그 모임에 가보니 상대방의 자녀를 위해서도 기도하는 시간이 있단다. 그런데 기도는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면서 댁의 자녀는 어느 학교를 목표로 하는가를 묻더라는 것이다. 아들의 현재 점수로는 ㅅ대는 꿈꿀 수가 없다. 김 교수가 보기에는 ㅇ대나 ㄱ대도 바라보기가 어렵겠다. 아내 말에 따르면 다른 엄마들의 목표대학을 들어보니 대부분이 ㅅ대라는 것이다. 그 순간 아내는 ‘창피하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 뒤 아내는 고3 학부형의 특별기도회에 나가지 않게 되었다. 김 교수가 들어보니 그 일은 목사님이 잘못한 것 같다. 고3 학부형들이 얼마나 신경이 예민한 상태에 있는가를 고3 자녀가 아직 없는 목사님이 잘 모르고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파편이 김 교수에게 튀었다. 아내는 더욱 새벽 기도에 매달리고, 웬일인지 그 사건 이후에는 잠자리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대답인즉 우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