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찌러기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찌러기 [뜻] 몹시 사나운 황소[보기월] 오늘같은 날씨에 찬바람틀이 없으면찌러기처럼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날씨를 미리 알리며 '찜통더위'라는 말을 쓰는 것을 봤습니다. 찜통에 들어가 본 사람이 있을까마는 찜통 안에 들어가 있는 듯이 매우 덥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어 만든 말일 것입니다. 아침부터 찬바람을 틀어 달라는 아이 말에 못 이기는 듯이 찬바람틀을 켰습니다. 참일 저도 흐르는 땀을 닦기에 바빴기 때문입니다. 배곳(학교)에 가는 동안 만들어진 땀을 말리지도 않아서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같은 날씨에 찬바람틀이 없으면찌러기처럼 되는 아이들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입니다. 욱하는 것을 잘 다스리지 못해 말밥에 오르내리는 이름난 사람 이야기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뒤낮에는 오랜만에 배곳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을 넘기며 서로 웃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즐기는 자리와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제철 토박이말]2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제가 살고 있는 고장에는 더위달7월답게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하지만 다른 고장에는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려 불어난 물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오늘은 요즘 날씨에 어울리는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날씨를 알려주는 분들이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폭우’입니다. ‘갑자기 한꺼번에 많이 쏟아지는 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이렇게 내리는 비를 뜻하는 토박이말에‘작달비’가 있습니다.말모이(사전)에도 비슷한 말로 다른 말만 보여 주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하지만 앞으로는‘굵직하고 거세게 좍좍 쏟아지는 비’를 나타내는‘작달비’를 알고 쓰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말모이(사전)에는 없지만‘동이로 퍼붓 듯이 내리는 비’를 뜻하는‘동이비’라는 말도 있답니다.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보니‘폭염’이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됩니다.하지만‘폭염’을 말모이(사전)에서 찾아보면‘불볕더위’로 다듬어(순화해)쓰라고 되어 있고 비슷한 말로‘무더위’, ‘한더위’가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그래서 가끔은‘불볕더위’라는 말을 쓰는 사람도 있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러방치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얼러방치다 [뜻] 두 가지 또는 그보다 많은 일을 한목에 하다.[보기월]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얼러방치면 머리에 잘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아이들은 잘 된다고 합니다. 집을 나서지도 않았는데 땀이 흘러내릴 만큼 아침부터 땀과 씨름을 하는 요즘입니다. 해도 쨍쨍 나지 않고 바람도 조금씩 불지만 끈끈한 숨씨(공기)가 팔이며 얼굴에 달라 붙는 느낌입니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데 꼼짝하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흘러서 힘이 듭니다. 옛날에 아버지, 어머니께서 하시던 말씀을 제가 아이들한테 하고 있다는 걸 보면 저도 나이를 먹었나 싶기도 합니다. 애들이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는다고 앉아 있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잔소리를 합니다. 제가 볼 때는 그렇게 얼러방치면 머리에 잘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아이들은 잘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두 가지 또는 그보다 많은 일을 한목에 하는 것을 '멀티태스킹'이라고 하더군요. '겸업'과 '겸직'은 '투잡'이라는 새로운 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에 익은 사람들은 '얼러방치다'는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수굿하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수굿하다 [뜻] 사람이 고개나 몸을 앞으로 조금 숙이다[보기월]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수굿한채 걷는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까지 올려야 될 게 있어서 조금 늦게 배곳(학교)에서 나왔습니다. 올릴 것을 다 올리고 이바지하기(봉사활동) 할 때 쓸 것들을 챙겨서 수레에 싣고 나니 땀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길에 만난 이웃 분께서 많이 지쳐 보인다며 푹 쉬라며 인사를 하셨습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받고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잘 모르지만 제가 수굿한 채 걷는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아마도 제가 걸어오는 걸 보시고 그렇게 말씀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바른 몸씨(자세)로 걷도록 더욱 마음을 써야겠습니다.^^엿날(토요일)은 여느 엿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습니다. 집에서 챙겨 할 일도 있었고 이바지하기에 쓸 것 가운데 사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낮밥을 조금 일찍 먹고 토박이말바라기 배움터로 갔습니다. 짐을 다 올리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왔습니다. 하겠다고 한 사람이 다 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되새김]더위달 두이레(7월 2주) 그제 배곳안(교내) 토박이말바라기 푸름이 동아리 아이들과 마지막으로 만났습니다. 마무리 잔치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느낌글을 받았습니다. 늘 말이 없이 시큰둥하게 있던 아이가 토박이말 놀배움이 아주 재미가 있었고 몰랐던 새로운 토박이말들을 알게 되어 좋았으며 다음해에도 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남다른 솜씨와 뜨거운 마음으로 늘 앞장을 서며 다른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아이들이 있어 고맙고 기쁘게 생각했는데 그 아이가 남긴 글도 참으로 기뻤습니다. 이제 배곳 안에서는 따로 동아리 모임은 없지만 앞으로 밖에서 하는 토박이말 이바지하기(봉사활동)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어제 토박이말 갈배움 닦음(교수-학습 연수)에서는 옛배움책에서 캐낸 갈말(학술용어)인 졸보기눈(근시), 돋보기눈(원시)를 비롯해서 나날말(일상용어)인 '간수하다', '옮다', '쓸리다'를 먼저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살려 쓸 토박이말로 '구름 이름'들을 살펴보고 '구름'과 아랑곳한 토박이말 노래들을 들려 드렸습니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하루 하루를 살다보니 또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이 되었습니다. 글갚음(댓글 달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찌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찌 [뜻] 1)따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보이게 하려고 그대로 글을 써서 붙이는 좁은 종이쪽[보기월] 그렇게 책을 찾다가 옛날에 보던 책에 제가 붙였던찌를 보았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제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이 남달랐습니다. 배곳에 가서 앉으니 벌써 머리카락에 땀방울이 맺혀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바람틀(선풍기)만으로는 얼른 땀이 식지 않아 찬바람틀(에어컨) 힘을 빌려야 했습니다. 한낮에는 이게 더위구나 싶을 만큼 더위달다운 날씨였습니다. 뛰고 달리며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한낮에는 그늘에서 공을 차고 있었으니까요. 저를 닮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저보다 더하다고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싶은 두 아이들 때문에 찬바람틀을 고쳤습니다. 큰애와 나이가 같은 찬바람틀은 이제까지 열 차례도 안 틀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깨끗하게 먼지를 가신 뒤에 틀었는데 시원하지 않아서 돌리지 않고 여름을 났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더운 것 같아 미리 손을 봤으니 걱정 하나는 덜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닦음(연수) 갖춤(준비)을 하느라 책꽂이에 꽂힌 책을 이것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제철 토박이말]1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우리가 먹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할 때 제철 먹거리가 몸에도 좋고 맛도 좋다고들 합니다.토박이말도 철에 맞는 제철 토박이말이 있습니다.그래서 오늘은 요즘과 같은 철에 어울리는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여러 날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이렇게 오랫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는 것을‘장마’라고 하고 이런 철을‘장마철’이라고 합니다.그런데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으며 또 쓰고 있는 이‘장마’라는 말의 말밑을 살펴보면 토박이말이 아니라고 합니다.그리고‘장마’를 뜻하는 토박이말로‘오란비’라는 말이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오란비’는‘오래’라는 뜻의‘오란’과‘비’를 더한 말이라고 합니다. 비가 오랫동안 오게 되면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빨래입니다.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기 때문입니다.그래서 비가 오다가 그치고 해가 쨍쨍 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그렇게 빨래를 말릴 만큼 해가 나는 겨를을‘빨래말미’라고 합니다. 옛날에는 밥을 할 때도 땔감인 나무가 있어야 해서 비가 잦은 요즘과 같은 철에는 마른 나무가 참 아쉬웠습니다.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얼뜨리다 / 이창수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오늘 토박이말] 얼뜨리다 [뜻] 사람이 두 가지 넘는 것을 이것저것 서로 섞이게 하다.[보기월] 가끔은 건건이를얼뜨려먹으면 새로운 맛이 나기도 합니다. 어제는 집에서 나갈 무렵부터 빗방울이 떨어졌습니다. 젖을 만큼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수레를 쓸 일이 있어서 수레를 타고 갔습니다. 비 때문인지 길에는 여는 때보다 수레가 많았습니다. 배곳 앞뒤로 아이들을 내려 주려고 줄을 서 있었습니다. 비를 덜 맞도록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내려 주고 싶은 어버이 마음을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바로 배곳 앞에 수레를 세워 다른 사람이 들어 가지도 못하게 하는 분이 있어 보기에 좋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길잡이를 하시는 어르신들께서 세우지 말라고 하는데도 말입니다. 그 아이가 다른 사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저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할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틀 동안 멀리 다녀오느라 아무래도 몸이 힘들었나 봅니다. 앞낮에는 일을 잡고 있어도 몸이 따라 주지 않았습니다. 낮밥을 먹고 난 뒤에야 제대로 일이 되었지요.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하루를 마칠 때가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토박이말 맛보기]쇰직하다 /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쇰직하다 [뜻] 크기나 만큼(정도)이 다른 것보다 조금 더 하거나 비슷하다[보기월] 우리는 이모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여느 집쇰직한집을 빌려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아버지와 여섯 언니 아우가 이모님을 뵈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집을 나서자마자 작달비가 내렸습니다. 비가 엄청 많이 올 거라는 기별을 듣기는 했지만 밖에서 그런 비를 만난 것도 오랜만이었습니다. 그래도 짧게 내리고 말아서 발길을 돌리지는 않았습니다. 가까운 길도 아니고 가는 길에 몇 차례 많이 내리는 비를 만나기는 했지만 저희들 걸음을 돕기라도 하듯이 그리 오래 내리지 않았습니다. 일곱 사람이 함께 하는 나들이도 처음일 뿐더러 한 수레를 타고 오가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짜장 좋았습니다. 여러 해 만에 만난 이모님께서는 보자마자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저희를 만나기 앞에 꿈에서 어머니를 보셨는데 얼굴이 참 좋더라고 하셔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모님보다 더 오랜만에 만난 이모집 언니들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피붙이기 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오란비(장마)'에 어울리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날마다 집을 나서서 배곳(학교)에 가는 동안 땀을 넉넉하게 흘립니다. 가자마자 바람틀(선풍기) 앞에 앉을 수 있어서 그나마 낫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마 옷이 다 젖을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리는 아이들을 보면 남일같지 않습니다.^^ 제가 토박이말을 살리고 일으켜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해 온 지 스무 해가 다 되어 갑니다. 그렇다 보니 잘한다는 좋다는 말도 듣지만 되잖은 일로 귀찮게 한다며 싫다는 말도 듣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말이라고 하는 말도 저는 살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꿋꿋하게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이레마다(매주) 낫날(목요일)에 하는 토박이말 갈배움 힘 기르기 닦음(연수)이 있었습니다. 옛배움책에 나온 토박이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토박이말 노래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시조문학관'과 울력다짐(엠오유)을 맺을 수 있게 되었다는 기별을 들어 참 기뻤습니다. 그리고 '서석 온마을 배움터'하고도 서로 도우며 배울 길을 찾아 보기로 했습니다. 어김없이 토박이말을 되새기는 날이 오듯이 온나라 사람들이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