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지빠르다 [뜻] 만큼(정도)이 잣대(기준)에 넘고 처져서 어느 한쪽에도 맞지 않다.=엊빠르다, 엇되다.[보기월] 그런데 한 가지 일을 하고 나니 은행에 가기에는어지빨라그냥 일을 봤습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한 집에 사는 사람도 무슨 말을 해서 따르게 하기 어려운데 다른 사람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꼼꼼하게 풀어서 다 말을 해 주면 좋겠는데 거기까지 가지 못하고 이야기가 끝나버리곤 해서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벌써 몸에 배어 버릇이 되었다며 해 오던 것을 바꾸려 하지 않는 걸 보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단단해지기 앞서 몸소 보여 주거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로 다가가지만 쉽지 않음을 느낍니다. 마냥 좋다는 말은 듣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올해는 제 귀가 많이 간지러울 것 같습니다. 첫 때째부터 여섯 때째까지 달아서 쉬지 않고 아이들을 만나는 게 힘이 좀 든다는 느낌이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여느 아이들보다 재빨리 새로움에 익은 아이들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게 만드는 일이 늘었거든요. 마치고 겨를을 내서 은행에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손겪다 [뜻] 손(님)에게 먹거리를 차려 모시거나 시중들다.[보기월]손겪을일은 없어도 깨끗하게 치우고 사는 게 좋다는 것을 잘 압니다. 시골 가는 이레끝에는 두 군데 집가심을 하기 때문에 몸은 힘이 듭니다. 하지만 반짝반짝 빛이 나거나 발바닥에 뽀송한 느낌이 들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걸레질을 할 때는 땀이 나기도 하니 일부러 땀을 내러 가지 않아도 되니 더 좋지요. 손겪을일은 없어도 깨끗하게 치우고 사는 게 좋다는 것을 잘 압니다. 집가심을 제대로 하는 첫걸음은 버리는 것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곳곳에 쌓여 있는 것들 가운데 챙겨 보면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은 줄 알면서도 그것을 할 겨를이 잘 나지 않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 아들 방을 치웠다고 하더니 제 책을 두 묶음이나 갖다 놓았더군요. 책꽂이에 빈 곳이 넉넉하지 않아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배곳에도 제가 치워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는데 치워 달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뒤늦게 옮겼습니다. 한 소리 들은 거나 다름이 없지요. 집에서 또 한 소리 듣기 앞서 얼른 치워야겠습니다.^^ 이 말은 '손+겪다'의 짜임으로 손님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징건하다[뜻] 먹은 것이 잘 삭지 않아서 속이 그들먹하고 개운치 않고 더부룩하다.[보기월] 그걸 버리기가 아까워 다 먹었더니 속이징건해서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닷날(금요일) 만날 분이 있어서 나갔다가 만나고는 바로 돌아와 못다한 일을 했습니다. 배곳 일 한 가지와 토박이말 일 한 가지를 끝내고 집으로 갔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여느 날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엿날(토요일) 마음 놓고 푹 잘거라 생각했는데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일을 하러 배곳에 나갔습니다. 가서 보니 일을 하러 오신 분들이 더 있었습니다. 바깥 날씨는 포근했는데 안에 들어가니 더 썰렁했습니다. 챙길 것들을 하나씩 챙겨 놓고 나니 낮밥 먹을 때가 지나 있었습니다. 하던 걸 마무리하고 나가 가든하게 먹고 아버지께 갖다 드릴 건건이를 챙겨서 시골로 갔습니다. 날이 어두워지기 앞에 닿아서 저녁밥을 차려 맛있게 먹었습니다. 조금씩 담긴 했는데 여러 가지를 내다 보니 밥을 거의 다 먹었는데도 남았습니다. 그걸 버리기가 아까워서 다 먹었더니 속이 징건해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 바람에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을 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웅하다 [뜻] 굴이나 구멍 따위가 쑥 우무러져 들어가 있거나 속이 비어서 휑하고 어두컴컴하다.[보기월] 불이 꺼져 있는 깜깜한 골마루는어웅한동굴처럼 으스스했습니다. 해마다 되풀이 되지만 온봄달(3월)은 참 바쁩니다. 다들 바쁜 나머지 바쁘다는 말도 할 겨를이 없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니 뭔가 함께하자는 말을 꺼내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가지 모임을 만들어 올리는 때도 좀 더 앞당기든지 더 늦추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할 일은 쌓여 있는데 겨를이 잘 나지를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고 좀 해야겠다 생각을 했지만 거들어야 할 일들이 이어져 다 하지 못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이를 손보러 가는 날이었는데 이를 손보고 다시 배곳으로 가서 일을 했습니다. 다른 켜(층)에는 남은 분들이 있어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는 켜에는 남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불이 꺼져 있는 깜깜한 골마루는 어웅한 동굴처럼 으스스했습니다. 발을 옮길 때마다 나는 삐걱대는 소리로 어둠을 가르고 가서 불을 켰습니다. 낮에는 잘 몰랐는데 제 방에 있는 불이 많이 어둡게 느껴졌습니다. 좀 더 밝았으면 좋겠다 생각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솎다 [뜻] 촘촘히 있는 것을 군데군데 골라 뽑아 성기게 하다. [보기월] 일을 좀 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앞날 밤에 다음날 할 일을 챙깁니다. 무슨 일을 먼저 하고 어떤 일을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지를 챙겨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음날 일을 하다보면 생각했던 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늦게 배곳에 간 것도 한 몫을 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바람에 하고자 했던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해 달라는 때가 있었는데 지난 것도 있고 일을 하고 있는데 바로 보내달라는 것도 있었습니다. 일을 좀 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물을 마시고 싶었는데 그것도 참고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른 보내달라는 기별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챙기지 못한 사이 때가 지났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기별을 받지 못했으니 답답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챙기다 보니 배곳에서 하는 모임에도 때에 맞춰 갈 수가 없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새로 온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자리였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마칠 때까지 끝까지 있다가 오는 걸로 늦은 미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짓먹다 [뜻] 지나치게 많이 먹다.[보기월] 맛이 있다고짓먹으면안 되겠다 싶어서 참았습니다. 어제 아침에 철 늦게 눈발이 날렸는데 제가 있는 곳보다 높은 고장에서는 눈이 왔다고 하더군요. 꽃 위에 눈이 내려서 꽃눈이 된 것을 찍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눈이 온 뒤라고 바람이 한결 차가웠습니다. 옷을 좀 얇게 입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올해 함께 지낼 여섯 뜸 아이들을 다 만났습니다. 뜸마다 조금씩 다르긴 해도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세 가지 다짐을 받았는데 잘 받아 주었습니다. 눈에 띄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많은 도움을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해 보았습니다. 저녁에는 새로 책을 내신 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에 갔습니다. 두루 아는 것이 많으셔서 말씀도 잘하시고 글도 잘 쓰시니 책을 다른 사람보다 쉽게 내시는 것 같았습니다. 책을 받고 맛있는 회를 먹었습니다. 찬바람을 맞으며 걸어 가서 그런지 집 안에 들어가니 좀 더운 느낌이 들었습니다.배도 고플 때였지만 회가 참 맛이 좋았습니다. 다른 때보다 더 소담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맛이 있다고짓먹으면안 되겠다 싶어서 참았습니다. 누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우리 [뜻] 여럿이 일을 함께 하고 거기서 얻게 되는 돈이나 낳이(생산물)을 서로 나누어 가짐=동업[보기월] 그럼 앞으로 '동업'이란 말보다 '어우리'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어제 아침부터 다른 일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배곳에서 맡은 일을 하느라 바쁘게 보냈습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앞생각(계획)을 세우는 일이었지요. 따지고 보면 반드시 해야 할 일도 아닌 듯하고, 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 같았습니다. 위에서 내려온 그위글(공문)을 보면 '예방', '근절'이란 말이 많습니다. 그걸 받은 사람은 또 그 말을 쓰고 말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쓰다보니 우리 아이들도 그 말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저는 '미리 막기', '뿌리 뽑기'부터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곤 합니다. 일을 마치고 이를 손보러 갔다가 오는 길에 '동업'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파트너십'이란 말을 쓰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들으며 저는 '어우리'라는 말을 살려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말은 앞서 맛보여 드린 '아우르다'보다 큰 말인 '어우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 [오늘 토박이말] 속절없다 [뜻] 1)아무리 하여도 어쩔 길이나 수가 없다.[보기월] 수레가 움직인 뒤라서속절없이앉아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이레 바쁜 이틀을 보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일을 했는데 일을 한 보람은 그리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제 방이 갈무리가 안 되어 있으니 그렇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다들 바쁘니 보챌 수도 없었습니다. 말없이 기다렸다가 짐을 챙겨 간 뒤에 하나씩 치우다 보니 만만치 않았습니다. 버릴 것들을 버리러 갔다가 안 봤으면 좋을 것을 봐서 많이 슬프기도 했습니다. 품과 돈을 들여 만들어 드렸던 이름판과 딱지가 쓰레기와 함께 나와 있었습니다. 열어 보지도 않았는지 깨끗한 채로 말입니다. 제가 좀 더 꼼꼼하게 챙기고 쓰임새며 놀 수를 알려드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제 식구들 마음도 얻지 못하고 있는 제가 부끄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었구요. 올해는 식구들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더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엿날(토요일)은 우리말로학문하기모임 말나눔잔치가 있어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챙겼는데도 수레를 타기로 한 때를 맞추느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짐짓 [뜻] 마음으로는 그렇지 않으나 일부러 그렇게[보기월] 짐짓걱정을 하지 않는 척하기는 했지만 걱정이 되었던 것이지요. 틀림이 없이 딱딱 들어맞는 날씨를 보면서 새삼 놀랐습니다. 그제 저녁부터 비가 온다는 기별을 들었지만 저녁밥을 먹고 나오는데 비가 오는 걸 보니 더 그랬습니다. 옷이 젖을 만큼 내리는 비를 막아 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비를 맞고 집까지 갔습니다. 멀지 않아서 그나마 나았지요.^^ 아침까지 오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어제 아침 눈을 떴을 때 환한 밖을 보고 바로 알았지요. 새내기 아이들이 배곳에 들어오는 날이었습니다. 다른 배곳도 마찬가지였지요. 아버지, 어머니에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니 딸아이가 생각났습니다. 나이를 먹긴 했지만 새로운 배곳에 처음 가는 아이를 혼자 가라고 하고 왔거든요. 타고 갔는지 걸어 갔는지도 모르겠고 때에 맞춰 갔는지도 궁금했습니다.짐짓걱정을 하지 않는 척 했지만 걱정이 되었던 것이지요. 문득 생각이 나서 기별을 해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홀로서기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아 우르다 [뜻] 1)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판이 되게 하다.[보기월] 여러 사람이 힘과 슬기를아우르면못 할 일이 없을 것입니다. 지난 두날(화요일)은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습니다. 배곳에 가서 할 일이 많았지요. 들어 있는 짐이 있어서 제가 가져간 짐을 그냥 구석에 쌓아 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책상도 빼고 옮겨야 해서 걱정이었는데 마침 다른 일로 온 가시아우 도움을 받아 바로 할 수 있었습니다. 설에도 서로 바빠서 못 만났는데 배곳에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지요. 슬기틀을 돌봐 주시는 분과 잘 알아서 도와 주러 왔다고 하더군요. 슬기틀을 새로 옮기고 자리를 잡는 데도 도움을 주어서 일 한 가지는 얼른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이기도 했고 그렇게 만난 김에 낮밥을 같이 먹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제 뒤낮에 하기로 되어 있던 방송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무엇을 물을지는 알고 있었지만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나 뵙는 분과 마주이야기를 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었지요. 그래도 잘 이끌어 주셔서 오래 걸리지 않고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토박이말바라기와 토박이말 놀배움을 널리 알리는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준 서경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