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척거리다 [뜻] 진흙이나 반죽 따위가 물기가 매우 많아 차지고 진 느낌이 자꾸 들다=질척대다[보기월] 그런데 찹쌀에 물까지 많아서질척거리는밥을 담기가 어려웠습니다. 지난 엿날은 난이들(영재들)과 만나는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침보람을 받는 날이기도 했지만 저도 그만 두는 날이라 마음이 시원섭섭했습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하고 갈침이들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습니다.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아쉬움보다 더 잘하지 못 한 것이 마음에 쓰였습니다. 오자마자 챙겨서 시골로 갔습니다. 추운 날씨라 시골에서 하룻밤 자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겨끔내기로 돌아가면서 아버지를 뵈러 간 게 열 다섯 해가 넘었는데 더위보다 추위가 걱정입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바람틀을 돌리며 견디지만 추울 때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난 닷날 저녁도 추웠습니다. 가리개로 가려도 코끝을 시리게 하는 바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재채기에 코가 막힌다는 아이들 볼멘소리에 마음이 쓰여 따숨틀을 돌렸지만 쓸모가 없었습니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오는 바람 소리보다 옆에 있는 아이들 뒤척이는 소리가 더 마음이 쓰여 잠을 설쳤습니다. 큰보름이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숭그러하다 [뜻] 2)일이 까다롭지 않고 수수하다.[보기월] 연을 만드는 게어숭그러해서다들 잘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어제 새벽 이가 아려서 잠을 깼습니다. 아픈 것도 아픈 것이었지만 이제까지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였습니다. 잠이 깰 때처럼 아프면 일하러 못 가고 바로 이를 손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랬습니다. 얼마나 아팠는지 잘 모르겠는데 조금씩 가벼워지긴 했지만 아픔이 싹 가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다시 살짝 잠이 들었다가 깨니 몸은 여느 날보다 무거웠습니다. 배곳에 가면서도 일을 마치는대로 바로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바삐 일을 하다보니 어느새 아픔을 못 느낄만큼 한결 더 나아졌습니다. 무엇 때문에 아팠는지 모르지만 그 까닭을 알아보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낮밥을 먹고 나니 바람이 세지고 날씨는 더 차가워졌습니다. 아이들과 연을 만들어 날렸는데 춥기는 했지만 연날리기에는 좋았습니다. 연에 좋아하는 토박이말과 커서 되고 싶은 꿈, 그리고 새해 바람까지 적어 꾸민 다음 띄우면서 비손하였습니다. 제 스스로 하는 아이들보다 제 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속내 [뜻]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속마음이나 일됨새(사정)[보기월] 그속내를 알고 보면 마음이 더 아플 때가 많습니다. 배해끝(학년말)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자는 말을 날마다 되풀이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는 걸 보면 마지막날까지 해도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 수도 있고 그럴만도 할 때라는 것을 알지만 아슬아슬한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무엇 때문인지도 알고 그게 자라는 길 위에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는 것도 알지만 막을 수 있다면 미리 막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해 먼저 태어나 한 살이 많은 아이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은 낫다 싶을 만큼 말이지요. 배곳에서 겉도는 아이들은 다 나름 까닭이 있습니다. 그속내를 알고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어제 눈에 띈 한 아이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집에서 품어 주지 않는 아이는 배곳에서 아무리 마음을 써도 바로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는 분의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기별을 듣고 슬픔을 나누러 갔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우리가 온 곳으로 돌아갈 것인지 모르는 것은 누구나 같은데 다들 하루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번질번하다 [뜻] (몬이나 살림이)겉으로 보기에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보기월] 질번질번하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지요. 어제 아침에는 바쁜걸음을 치고 배곳에도 조금 늦게 나왔지만 기분은 참 좋았습니다. 아들이 늦게까지 글을 쓴다며 앉아 있는 걸 보고 저는 먼저 잤습니다. 다 쓰면 봐 주기로 하고 말이지요.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챙겨 먹고 써 놓은 글을 읽었습니다. 10쪽이 넘는 것에도 놀랐지만 알맹이에 더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생각을 하며 지낸다는 것, 아는 게 저보다 더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이렇게 자랐나 싶기도 하고 숨김없이 쓴 글을 보고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마다 가진 것도 다르고 생각도 다릅니다. 많이 가지고도 걱정과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도 있고, 가진 것은적지만 늘 기쁨이 넘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질번질번하게 사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도 남들보다 가진 것이 많지 않지만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는 것을 보며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넉넉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날입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섯 [뜻] 일몬(사물)의 작은 조각(부분)[보기월] 무엇이든지어섯만 보고 다 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엄청 많이 추울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는 춥지 않았습니다. 옷이 좀 얇지 않나 싶었는데 나가서 보니 그렇지 않았거든요. 곳곳에서 꽃이 피었다는 기별을 들려주십니다. 지난 엿날(토요일)이 들봄(입춘)이었고 들봄달(2월)이 된 지도 엿새가 지났으니 그럴만도 합니다. 바쁘다 바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은 온 나라 배곳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배해끝이라 아이들 몸과 마음이 풀어져 있어서 힘들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갖춤몬(준비물)을 갖추어 놓으면 여느때 못 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좋은 때이기도 합니다. 혼자가 아니고 여럿이 슬기를 모으니 수월하고 더 좋습니다. 무엇이든지 어섯만 보고 다 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아이들 꼲기(평가)도 그렇고 둘레 사람 꼲기도 그렇습니다. 배해끝 아이들 몸과 마음이 풀어져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잡아 주는 빛다른 것들을 챙겨서 주시는 둘레 분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이 말과 아랑곳한 말 가운데'어섯눈'이라는 말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속긋 [뜻] 글씨나 그림 따위를 처음 배우는 이에게 그 위에 덮어 쓰거나 그리며 익히도록 가늘고 흐리게 그어 주는 금[보기월] 돌이켜보면 제 나름대로 마음과 힘을 썼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고 익힐 삶의 속긋을 넉넉하게 넣어 주지는 못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배곳은 아주 바쁩니다. 다들 미리 해야지 마음을 먹고 챙긴다고 챙겨 두어도 바쁜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지난 닷날 밤에 늦게까지 불이 켜진 곳이 여럿 있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불켜진 여러 곳 가운데 하나가 제가 켠 것이었구요.^^ 남아서 한다고 했는데 일을 잘못해서 같은 일을 되풀이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못 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밑거름이 되어서 집에 와서는 더 빨리 할 수 있었습니다. 있었던 참일을 옮겨 적는 것은 때새와 품만 있으면 되니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적어야 할 때는 아무래도 망설이게 됩니다. 제가 본 게 다가 아니고 그게 두고두고 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되돌아 보면서 더욱 조심스러워집니다. 돌이켜보면 제 나름대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깃하다 [뜻] 1)질긴 듯한 느낌이 있다.[보기월] 감자볶음에 들어있던 고기가 저한테는질깃했지만맛있게 먹었습니다. "전교임원선거를 하는데 회장, 부회장을 토박이말로 바꾸고 싶은데 알려 주세요.""이런 모임을 하는데 알림글에 쓸 토박이말로 알맞은 게 뭐가 있을까?"어제와 그제 저한테 기별을 주신 분들이 한 말씀입니다. 곧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라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이런저런 걸 물어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기운이 나고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절로 하게 됩니다. 토박이말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지만 쓰는 분들도 늘고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누구보다 토박이말을 일으키고 가꾸려는 고운 마음을 가진 우리 배움이들한테 더욱 힘이 되는 기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배곳에 와서 얻는 즐거움 가운데 둘째 가라면 서러울 게 바로 낮밥입니다. 날마다 바뀌어 나와서 좋고 입맛에 맞는 것을 실컷 먹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어제는 제가 좋아하는 감자볶음이 나왔더라구요. 감자볶음에 들어있던 고기가 저한테는질깃했지만참 맛있게 먹었습니다. 남이 해 주는 것은 무엇이든 맛있다고 했던가요? 맛있는 걸 먹으며 먹는 즐거움에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어살버살 [뜻]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은 모양[보기월] 오랜만에 모여서어살버살말을 많이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깨끗한 방에서 맞이하려고 땀을 흘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깨끗한 때는 없었다며 좋아했습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환한 얼굴로 와 주어서 참으로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새 배움책을 가져 오고 미처 넣지 못했던 짐을 넣느라 아이들과 인사할 겨를이 짧아 아쉬웠습니다.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땀까지 흘리며 돕는 아이들도 있었고 끼리끼리 모여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바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힘이 센 몇 몇이 아닌 힘은 여리지만 여럿이 힘을 모을 때 더 큰 일을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앉는 자리, 따숨틀(난로) 켜기,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하는 차례, 낮밥 먹는 차례를 두고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모여서어살버살말을 많이 하니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기로 다짐을 한 만큼 웃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마지막까지 그 다짐을 지킬 수 있게 서로 마음을 맞춰 나가야겠습니다. 여느 때 안 쓰던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소소리 [뜻] 높이 우뚝 솟은 모양[보기월] 고개를 넘어 가니소소리높은 고개에는 눈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레가 넘도록 토박이말을 맛보여 드리지 못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씩 알려드려도 종이가 모자랄 만큼 말이지요. 그래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죽보기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님과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가 울력다짐을 했습니다. 서로 도울 일이 많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었지요. 그리고 여주 늘푸른 자연학교에서 겨울 토박이말 놀배움터를 열었습니다. 배움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갈침이들께서도 아주 마음에 들어하셔서 먼 길 달려간 보람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또 만나고 싶다는 말에 기운이 났습니다.^^ 그렇게 먼 길을 다녀온 바로 다음날 궂은 기별을 듣고 여러 날 슬픔에 빠져 지냈습니다. 저보다 세 살 많은 집안 언니가 다시 오지 못할 그곳으로 떠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에 봤을 때도 그렇게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 같이 느껴졌습니다. 설을 앞두고 있었지만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푹 쉬기를 빌어 주고 왔습니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질기둥이[뜻] 2)됨됨이(성질)가 아주 끈질긴 사람[보기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질기둥이들이었습니다. 모임이 있어서 여느 날보다 일찍 잠이 깼습니다. 그런데 간밤에 쌀을 씻어 안쳐 놓고 단추를 누르지 않은 게 생각이 나서 눌렀지만 밥이 다 되기까지 많이 기다려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밥을 먹고 챙겨서 집을 나선 때가 좀 늦었지요. 엎친 데 덮치 듯이 배곳에 갔는데 베낌틀(복사기)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알아서 손을 본 다음 다 베끼고 보니 만나기로 한 때가 지나 있었습니다. 다들 먼저 와서 일을 하고 있어서 숨을 죽이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앉아서 고치고 보태기를 쉬지 않고 했습니다. 한 가지를 끝내 놓고 낮밥을 먹으려다 보니 남들이 다 먹은 뒤에 밥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얼른 일을 마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다른 일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건 바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낮밥을 먹고 앉아서 쉬지 않고 달렸지만 다른 사람들이 일을 마칠 때가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누가 시킨 게 아니었지만 일을 끝내야겠다는 데 마음이 모였던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