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여름이 다가오고 장마가 시작되면 생각나는 제철 생선이 있다. 민어다. 민어는 흔히 여름 보양식의 대표로 알려져 있다. 복날이면 삼계탕과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생선은 가을과 겨울이 더 맛있다. 방어, 대구, 감성돔, 참돔, 우럭 등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생선들은 대부분 수온이 낮아지는 계절에 지방을 축적하고 살이 오른다. 바다는 육지보다 한 철 늦다. 육지의 겨울이 바다에서는 가을에 가깝고, 육지의 봄은 바다에서는 아직 겨울에 가깝다. 그래서 생선은 대체로 차가운 계절에 맛이 좋아진다. 그런데 민어는 예외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민어를 여름에 가장 맛있는 생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민어는 여름에도 맛이 무너지지 않는 몇 안 되는 생선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 모른다. 다른 생선들이 산란과 고수온으로 맛이 떨어지는 계절에도 민어는 살이 오르고 크기가 커지며 풍부하게 잡힌다. 민어라는 이름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민어(民魚)는 백성 민(民)자를 쓴다. 여러 설이 있지만, 옛날에는 여름철이 되면 민어가 많이 잡혀 백성들도 비교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오래전 완주의 산사(山寺)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절 마당 한쪽 텃밭에 머위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봄볕이 완전히 들지 않는 그늘에서도 싱싱하게 자라는 모습이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는데, 머위를 가꾸던 스님이 지나가며 말씀하셨다. "머위는 독이 조금 있지만 그 독으로 몸의 독을 다스리는 풀이야." 당시에는 무심코 들었던 말이었지만, 오랫동안 환자를 진료하고 여러 음식을 살펴보면서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나른함과 피로를 호소한다. 충분히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눈이 무겁고, 몸이 붓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이지만,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피로가 된다. 한의학에서는 봄을 목의 계절이라 하고, 간(肝)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간은 우리가 먹은 음식을 내 몸에 맞은 구조로 바꾸어 영양분을 만들어 주는 공장으로 기운을 펼치고 소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겨울 동안 쌓였던 노폐물과 기체증이 남아 있으면 간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못해 몸이 무겁고 답답해진다. 이때 함께 살펴보아야 할 장부가 비장(脾臟)이다. 비장은 우리 몸의 재활용 공장
[우리문화신문=유용우 한의사] 날이 따뜻해지면 몸이 한 번 더 탁해진다. 봄의 피로가 지나간 것 같은데도 머리가 맑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다. 속은 더부룩하고, 몸은 묘하게 무겁다. 이때의 변화는 단순한 피로가 아니다. 겨울 동안 모였던 것이 풀리고, 봄에 올라온 기운이 머물면서 몸 안에 ‘정리되지 않은 것’이 남아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가벼운 음식을 찾는다. 그 가운데서도 바다에서 온 것, 특히 골뱅이와 소라 같은 조개류를 찾게 된다. 그 까닭은 다양하지만 결국 맛있기 때문이다. 왜 맛있는가를 궁리하면 답이 나온다. 하나는 나에게 필요한 성분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음식은 내가 필요로 하고 소화할 수 있을 때 맛있게 느껴진다. 다음으로는 실제 재료가 좋기 때문이다. 골뱅이와 소라 같은 조개류의 생명력이 가장 응축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조개류는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산란을 준비한다. 산란을 앞둔 개체는 자신의 생명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몸 안에 영양과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축적한다. 곧 이때의 골뱅이와 소라는 단순한 먹이가 아니라 “생명을 준비하는 상태의 응축된 존재”다. 그래서 같은 골뱅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