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K 교수는 홍신자 씨가 1993년에 쓴 <푸나의 추억>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느냐고 미스 K에게 물어보았다. 그런 책은 읽어 보지 않았다고 한다. 푸나는 홍신자씨가 인도의 명상 철학자 라즈니쉬의 제자가 되어 머물렀던 도시 이름이다. 푸나는 인도의 서쪽 해안 도시 봄베이(1995년에 뭄바이로 이름이 바뀜) 근처에 있는데, 구글 지도에는 도시 이름이 푸네(Pune)로 표기되어 있다. K 교수는 <푸나의 추억> 책에 나온다고 말하면서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불교의 한 지파로서 탄트라(tantra)가 있다. 우리말로는 밀교(密敎)라고 번역된 탄트라는 절대자인 신(神)은 남성 원리를 나타내는 쉬바(shiva)와 여성 원리를 나타내는 샥티(shakti)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쉬바는 순수한 존재로서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가진 로고스(logos)라고 볼 수 있다. 샥티는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에너지이며 자기실현의 기쁨과 사랑을 나타내는 에로스(eros)라고 볼 수 있다. 서양철학적으로 해석하면 쉬바와 샥티는 이성과 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동양철학적으로 해석하면 절대자인 신이 양과 음의 양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가을 하늘을 담뿍 담고 한들거리며 손을 흔드는 살사리꽃은 가을의 진수입니다. 살사리꽃은 코스모스의 우리나라식 표현이죠. 어렸을 적에는 코스모스가 지금보다 더 예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땐 내 키가 작아 코스모스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거리고 있었거든요. 코스모스를 왜 코스모스라고 했을까요? Cosmos는 우주인데 말이지요. 그 명명의 이유는 생김새에 있습니다. 코스모스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노란 수술 사이로 암술이 가득 들어 있는데 그 작은 암술 하나하나가 별 모양입니다. 별이 빼곡하게 들어있으니 그 자체가 우주인 셈이지요. 코스모스는 참 특이한 꽃입니다. 씨앗이 사방에 날려 아무데나 싹을 틔울 것 같은데도 꼭 길가에 열병하듯이 자라나는 것을 보면 인간의 사랑에 대한 열망이 커서인줄도 모릅니다. 가을입니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자라난 코스모스가 지천이지요. 그 가녀린 몸짓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더욱이 색색으로 치장한 하염없는 손짓을 받고 나면 더욱 그러하지요. 가을의 길목에서 만나는 코스모스는 너무나 청조하고 단아해서 벅찬 감동을 줍니다. 마치 우주의 축소판인 듯, 수많은 별을 품고 피어난 꽃잎 하나하나가 우리에게 속삭이는
[우리문화신문=일취스님(철학박사)] 평화(平和)란 무엇일까? 문자적으로 해석하면 극히 어려운 단어는 아니다. 사전에는 평화를 일러 “평온하고 화목함.”,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한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평화란, 어떤 존재든 마땅히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극히 신성하고 인류사회에 필요불가결(必要不可缺)한 지향점이며, 목적이라고 말들을 한다. 그렇지만 평화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평화는 진정 누가 만드는가?’라는 물음에는 모두 얼버무리고 만다. 그러면서도 인간들은 평화란 의미를 맑은 생수와 같고, 청정한 공기와 같은 것이며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새들의 모습에서,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는 동물들을 비추어 보면서 마냥 평화를 동경하고 있다. 이렇게 인간들은 평화를 끊임없이 갈망(渴望)하고 살고는 있지만 사실 진정 평화롭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불안한 평화 속에 살고들 있다. “평화”를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 국가와 국가,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두 가지 축인 「평화의 근본이념(철학적ㆍ윤리적 기반)」과 「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같은 시기 여성 김삿갓이 있었고 그녀가 여행기를 남겼다는 사실은 왜 이토록 알려지지 않았는지. 14살 때 길을 나선 남장 소녀의 이름은 김금원(金錦園, 1817~?). 조선 후기를 살았던 두 사람은 꼭 열 살 터울이다. 김삿갓은 스무 살 때 집을 나왔다고 하니 1827년 무렵이다. 금원이 집을 나선 것은 1831년이라 하니, 김삿갓 보다 4년 늦게 집을 나선 셈이다. 이 두 남녀의 여정이 교차했을 수도 있을지, 혹 어딘가에서 같은 주막에 묵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만일 두 사람이 같은 주막의 마루 위에서나 어떤 마을의 정자에서 서로 시를 겨루었다면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까?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금원의 여로를 한 번 짚어 본다. 그녀의 여행은 14살 소녀 때부터 시작하여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이루어졌다. 시간 간격을 무시하고 여정을 모두 이어보면 다음과 같다: 제천-단양-영춘-청풍-(아래 내금강) 단발령-장안사-표훈사-만폭동-수미탑-중향성-불지암-묘길상-지장암-사자암-(아래 외금강) 유점사-구룡소-은선대-십이폭포-(아래 관동팔경) 통천 총석정-해금강-고성 삼일포-간성 청간정=강릉 경포대-울진 망양정-평해 월송정-삼척 죽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11) 내시 이만을 목 베고, 세자의 현빈 유씨를 내쫓았다. ㅡ태조 2년(1393) 6월 19일 명절 연휴가 끝나는 막바지, 가족 사이는 더 멀어지기도, 더 가까워지기도 한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사이는 반갑기도 하지만 긴장도 흐른다. 늘 편하지만은 않고, 가까운 만큼 더 큰 파괴력을 가진 사이가 가족관계다. 가족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모습은 조선 왕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세자와 사이가 좋지 못한 며느리 문제로 속을 끓일 때가 많았다. 이경채가 쓴 이 책, 《조선왕가 며느리 스캔들》에서는 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조선 여성들이 여러 가지 음행으로 구설에 오른 이야기를 다룬다. 태조 이성계의 세자빈이었던 현빈 유씨의 일탈부터, ‘성군 세종에게 치욕을 안겨준 두 맏며느리’, ‘중의 아이를 낳은 경녕군의 셋째며느리’, ‘효령대군의 손부 어우동 사건의 진실' 등으로 구성되어 엄격한 유교사회에 가려진 솔직한 민낯을 보여준다. 이들의 일탈은 조선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지나친 억압에 대한 반작용의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특히 법도가 지엄했던 궁중에서, 차기 국모가 될 세자빈들의 일탈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묵과하기 어려운 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륙도(五六島) 있는 것 안 보일 때 있는 인생 (초) 안 보이는 것 볼 때 있는 인생 (심) 안 보일 때 다섯 보일 때 여섯 (빛) 나고 사라짐, 유무형의 공존 (돌) ... 25.10.10. 불한시사 합작시 부산의 오륙도는 잘 알다시피 다섯 개나 여섯 개로 달리 보이는 섬들로 유명하다. 동쪽에서 서쪽 방향으로 방패섬, 솔섬, 굴섬, 촛대섬, 수리섬, 등대섬 등으로 불리는 부산의 대표적 표징 같은 섬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방패섬과 솔섬이 조수가 빠지면 다른 섬처럼 뵈지만, 조수가 들면 연결되어 하나로 보이기에 그렇게 불렸다. 바다속 작은 섬들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 왜 오륙도를 떠올리는가?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준다. 5와 6이 아니라 수면 아래로 내려가면 섬은 사라지고 모두 하나, 한 뿌리임을 깨닫게 하는 귀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해양의 관문인 부산바다에 서 있는 유구한 천연의 상징물이라 할 만하다. (옥광) ㆍ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의 불한티산방에서 만나는 시벗들의 모임이다. 여러 해 전부터 카톡을 주고받으며 화답시(和答詩)와 합작시(合作詩)를 써 왔다. 합작시의 형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마침, 손님은 하나도 없고, 미스 K 혼자서 빈 식당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알바생은 이미 퇴근했다. 혼자서 심심하던 차에 K 교수가 방문하니 미스 K는 반갑게 맞아준다. 손님이 없더라도 12시가 넘어서 식당 문을 닫는다고 한다. 미스 K의 숙소인 K리조트는 식당에서 3분 이내 거리에 있다. 이해가 된다. K리조트 방에 가봐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이 썰렁할 것이다. 차라리 식당에서 마무리 일을 하면서 음악이라도 듣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K 교수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알아채고서 미스 K가 묻는다. “술 드셨어요?” “네, 서울에서 열린학회 모임에 갔다 오는 길입니다. 1차로 저녁식사, 2차는 맥주, 3차는 노래방 가서 최신곡을 세 곡이나 불렀답니다.” “운전은 어떻게 하셨어요?” “나는 모범생이잖아요. 모범택시를 타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택시를 1시간 동안 문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택시를 돌려 보내세요. 이따가 제 차로 집에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그러면 그러지요 뭐. 잘 되었네요. 오늘은 일진이 좋은 날인가 봐요.” K 교수는 택시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환경운동의 기본 전제는 모든 생명체와 인류의 삶의 터전인 지구는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라는 말은 지구의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1972년 6월 5일 소집된 제1차 UN인간환경회의의 구호이었다. (세계환경의 날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6월 5일로 정하였다.) 이러한 구호를 채택한 까닭은, 인류가 환경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고 지구를 오염시켜서 인간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더라도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향이 싫으면 고향을 떠날 수 있고, 자기 나라가 싫으면 다른 나라로 이민 갈 수 있다. 그러나 지구가 오염되어 못 살겠다고 다른 행성으로 이사 갈 수는 없다. 모든 동식물과 인류의 거주지가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지구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소중하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하나기 때문에 소중하다. 나의 어머니가 소중한 것은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의 조국은 하나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오직 하나뿐인 외동딸이나 외아들은 얼마나 소중한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엊그제(8일)가 한로(寒露)였다. 이제 슬슬 찬이슬이 내리는 계절이다. 한가위 내내 가을비가 추적거리고 내리더니 기온이 확 떨어진 느낌이다. 이제 반소매옷은 어림이 없고 긴소매옷에 겉옷까지 갖춰야 할 때다. 강남 갔던 제비가 청명(4월 5일) 무렵에 우리나라로 왔다가 한로(10월 8일) 무렵에 돌아간다는 말처럼 철새들도 우리나라를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봄이 되면 다시 찾아올 것이다. 올봄, 제비가 찾아와 둥지를 틀 무렵 일본인 지인인 마츠자키 에미코 씨가 한국을 찾았다. 그녀가 한국에 올 때는 ‘제비의 박씨’ 같은 선물을 한 아름 들고 오는데 가장 반가운 선물은 ‘일본 소식’이다. 일본 소식이야 인터넷으로 실시간 볼 수 있지만, 마츠자키 씨가 갖고 오는 선물은 좀 특이하다.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인 <시민이 만드는 일본·코리아 교류 역사박물관인 고려박물관(市民が作る日本とコリア(韓国・朝鮮)交流の歴史博物館), 아래 ‘고려박물관’>에 관한 소식을 잔뜩 가져오기에 내게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선물이다. 참고로 마츠자키 에미코 씨는 고려박물관 회원이다. 물론 고려박물관은 별도로 누리집(https://kouraiha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한 명의 궁녀와 김옥균이 비밀리에 밀통하기 시작한 것은 1874년 김옥균의 나이 23살 때였다. 궁녀의 나이는 훨씬 많았으니 31살. 그 때부터 궁녀는 김옥균에게 구중심처 궁중의 동정을 전해 준다. 김옥균은 자신의 일기(1884년 12월 1일 자 《갑신일록(甲申日錄)》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궁녀 모씨는 나이는 42살이고, 신체가 건대하며 남자 이상의 힘을 가져 보통 남자 5, 6인을 당할 수 있다. 평상시에 고대수(顧大嫂)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곤전(중전)의 근시(近侍, 웃어른을 가까이 모심)로 뽑혀 있는 분인데, 벌써 10년 전부터 우리 당에 밀사(密事)를 통고해 주는 사람이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고대수로 통하는 이 궁녀가 기골이 크고 힘이 장사였으며 민비의 측근에서 시중을 들었다는 것, 그리고 오랫동안 김옥균을 위해 간첩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일기에서 김옥균이 ‘우리 당’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개화당’ 또는 ‘독립당’을 말한다. ‘당(黨)’이라고 하지만 오늘날 말하는 정당과는 거리가 멀고 일종의 비밀 동아리 같은 것이었을 터다. 오늘날의 언어 감각으로는 ‘파(派)’라 하는 것이 보다 맞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