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이왕 다시 여강까지 왔으니, 오늘은 떠나기 전에 호도협 트레킹에서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였던 옥룡설산의 품에 안겨보기로 한다. 차가 여강 시내를 지나는데 전면에는 옥룡설산의 웅대한 자태가 드러난다. 서울에서도 시내를 지나다보면 앞에서 북한산이 마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에서 전면의 옥룡설산을 바라보노라니 눈은 북한산 볼 때보다도 위로 동공을 확장해야 하누나. ▲ 여강 시내에서 본 옥룡설산 이제 눈앞에 옥룡설산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우리가 타고 온 차는 여기서 멈추고, 관광객들은 모두 이곳에서 제공하는 버스로 옮겨 타야 한다. 옥룡설산을 조금이라도 보호하려는 조치란다. 차창 밖으로 설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른다. 한 곳에는 관광객들이 몰려 있는데, 그 앞으로 설산에서 내려오던 물이 계단식 돌들을 타고 내려와 못을 이른다. 백수하(白水河)다. 옥룡설산에서 내려온 물이니 물은 옥빛으로 반짝이겠지? 물이 타고 흐르는 계단식 돌은 물속에 녹아있던 광물질이 계단식으로 침전되며 생기는 것인데, 사실 저 계단식 돌들은 관광객들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것이다. 얕은 물속에서는 야크가 놀고 있다. ▲ 백수하 ▲ 운삼평 오르는 케이블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샹그릴라에서 맞이하는 아침. 태양이 3,200m의 샹그릴라 시내를 감싸고 있는 산 위로 떠오른다. 샹그릴라라고 하여서인지 샹그릴라에 떠오르는 태양도 뭐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싱거운 생각도 해본다. 오늘의 첫 번째 행선지는 납백해. 대리와 여강에서처럼 샹그릴라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현지 가이드가 회족 전통 복장으로 버스에 올라탄다. 현지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 동안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간선도로를 달리다가 조그만 시골길로 꺾어 들어간다. ▲ 샹그릴라 시내에서 버스 타고 가는데 저 앞에는 4천m가 넘는 산이 보인다. 전면에는 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데, 병풍에 굵은 띠를 두른 것처럼 흰 구름도 산맥을 따라 길게 펼쳐져 있다. 이곳의 높이가 이미 3,200m 정도이니 저 산맥의 높이는 4,000m가 넘는다는 얘기이구나. 그런데 갑자기 눈앞으로 여객기가 기수를 낮춰 들어온다. 여객기가 향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길 왼쪽으로 샹그리라 공항이 여객기를 맞아들이고 있는데, 우리가 목표로 하는 납백해는 길 오른쪽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 비가 오지 않아 그저 푸른 풀밭인 납백해 ▲ 비가 오지 않아 그저 푸른 풀밭인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트레킹 둘째 날이다. 오늘도 차마고도의 길은 별로 큰 오르막 없이 산허리를 따라 가거나, 절벽에 난 길을 따라간다. 협곡 밑에서 금사강이 울부짖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절벽으로 난 길로 들어선다. 그 옛날 마방들은 길을 내기 위하여 순전히 곡괭이와 망치 등만 사용하여 이 길을 냈을 것 아닌가? 길을 내다가 아차 미끄러져 저 절벽 밑으로 떨어져 죽은 이들도 많지 않았을까? 아까 길을 지나오면서 무덤들을 보았는데, 마방들이 이렇게 길을 만들다가, 또 길을 가다가 죽으면 그렇게 길옆에 영원한 안식처를 만들어 준 것은 아닐까? 겨우 길을 낸 거라 바닥이 평평할 리가 없다. 미끄러지지 않게 발밑에 신경을 쓰면서 산허리를 돌아가니 저 산 높은 데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 금사강의 급류 모습 ▲ 절벽에 난 차마고도 ▲ 절벽을 따라 흐르는 차마고도의 폭포 관음폭포(觀音瀑布)다. 단순히 소리를 볼 수 있는 폭포라는 얘기인가, 아니면 여기서 관음보살의 현신을 보았다는 얘기인가? 폭포를 조금 지난 곳에는 현관사라는 조그만 사당이 절벽 위쪽에 겨우 터를 잡고 있다. 올라가보나 문은 꼭 닫혀있어 안을 볼 수가 없다. 틀림없이 이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차가 금사강(金沙江)을 따라서 합파설산(哈巴雪山)으로 접근하면서 금사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옥룡설산(玉龍雪山)도 점점 일어서고 있다. 이제 곧 합파설산과 옥룡설산이 가파르게 일어서면서 만든 깊고 좁은 협곡, 호랑이가 사냥꾼에 쫒기다가 훌쩍 뛰어 건넜다는 호도협(虎跳峽)이다. 금사강은 이제 곧 맞닥뜨릴 그 좁고 사나운 협곡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직은 유유히 호도협을 향해 흐르고 있다. ▲ 황토빛 금사강의 모습 호도협 입구인 교두진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린다. 트레킹 출발지인 나씨야거에는 버스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작은 차로 갈아타기 위함이다. 보통 많은 트레커들은 여기서부터 트레킹을 시작하나, 우리는 시간 관계상 나씨야거까지는 차로 이동한다. 교두진에는 건축물이 들어서고 길이 닦이고 있는 것이 예전에는 새나 쥐나 다닐 수 있는 길이라고 하여 조로서도(鳥路鼠道)라고도 불리었다는 차마고도에도 개발의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음을 실감하겠다. 이러다가 우리가 머리에 떠올리는 그 차마고도는 사진과 영상에서만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차가 나씨야거를 향하여 올라간다. 길은 예전 마방들이 다니던 길을 작은 차가 다닐 수 있게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아침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언뜻 눈을 뜨니 내 옆 2층 침대에 서양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순간 상황파악을 못하고 당황스러워하다가 어제 우리 일행이 2층에 전부 같이 투숙한 것이 생각난다. 아하! 그렇지! 프레디(Fredi Luedi)와 수잔(Susanne Rasmussen) 부부가 저기서 잤었지. 나도 서둘러 옷을 입고 아침을 먹기 전 얼른 근처를 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숲속의 오솔길을 헤치고 섬 위의 광장으로 올라가니 높다란 관음상이 숲을 지나 호수 너머 먼데 어느 곳을 바라보고 있다. ▲ 1.남조풍정도의 관음상 ▲ 2.배를 타고 남조풍정도에서 건너옴 관음은 이곳 차안(此岸)에 서서 피안(彼岸)을 바라봄인가? 저 관음상은 242개의 대리석을 붙여 만들었다는데, 대리석을 붙여 만들었기에 더욱 하얗게 빛이 난다. 그런데 아름다운 미소에 허리는 들어가고 젖꼭지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꼭 여자 같다. 관음보살이 여자일 것 같지는 않은데... 관음보살은 자비의 보살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모성애에 견주어 여신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네. 그래서 저 관음상을 여신상으로 표현한 것이구나.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타고 오늘 머무를 대리에 있는 얼하이 호수의 섬 남조풍정도로 향한다. 차는 다시금 고속도로를 올라 타 한참을 달려 대리로 들어선다. 대리시는 얼하이 호수의 서쪽 가에 자리 잡은 도시로 우리가 익히 아는 대리석이 바로 이곳 대리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돌 이름도 대리석이 되었지. ▲ 대리시 북쪽에 있는 얼하이호(耳湖)의 모습 대리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얼하이(洱海)는 중국에서 6번째로 큰 넓이 249평방킬로미터의 호수로 호수가 바다처럼 넓고 귀처럼 길쭉하다 하여 洱海라는 이름이 붙었다한다. 해발 1,973m의 고지에 어떻게 이런 큰 호수가 생겼을까?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데 좌우로는 호수의 끝을 알 수가 없어 洱海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남조풍정도는 호수 건너편에 바짝 붙어 있어 배는 호수를 횡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호수는 바다라고 부르는 만큼 파도도 있고 바람도 세다. 건너가는 동안 우리가 호수를 무슨 바다라고 하느냐 했더니, 洱海는 자기를 얕잡아봤다고 당장 박 선생님의 모자를 호수 위로 날려버린다. 그 모자에는 선
[한국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을 3시간 자는둥마는둥 하였는데 모닝콜의 전화벨은 사정없이 울린다. 아침을 먹고 운남역을 향하여 출발하여 가는데, 차가 잠시 서고 검사원이 올라온다. 혹시 정원을 초과하여 승객을 태운 것은 아닌지, 또는 차에 법정비품은 비치하고 있는지 등을 검사하는 것이란다. 이들을 보니 예전에 검문하러 차에 올라오던 우리나라의 경찰관과 헌병이 연상된다. 독재정권 시절 이들이 차에 올라타 나를 쳐다보면 괜히 움츠려들곤 했지. ▲ 곤명에서 대리까지 타고 간 버스 앞면 사진, 버스 유리창에 '차마고도'를 한자로 쓰여있다. ▲ 검문받기 위해 멈춘 사진 ▲ 가는 도중에 차가 검사를 받기 위해 들른 곳,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휴게소 같은 곳에 차량 검사소가 있다. 차가 다시 도로를 달린다. 그런데 운전사가 우리 일행이 운행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만 돌아다녀도 위험하다고 당장 앉으란다. 꽤나 안전에 신경 쓰는 것 같은데, 그런데 그러는 당신은? 운전사는 맞은편에서 차가 옴에도 마구 추월하여 우리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덕분에 맨 앞에 앉은 나는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가 나중에 밥을 먹을 때에는 저절로 손이 떨릴 정도. 보다 못한 외국 작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이번 양승국 변호사의 연재는 지난 2011년 8월 박병욱 작가가 주관하는 국제적인 예술 단체 나인드레곤헤즈를 따라서 운남성의 차마고도, 샹그릴라, 라싸의 포탈라궁, 조캉 사원 , 팅그리 등을 돌아본 여행기입니다. 과연 그런 유서 깊은 문화유적들을 돌아보며 양 변호사는 어떤 느낌을 갖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 편집자 말 ) 1. 첫날(한국 중국 곤명) 2011. 8. 2.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 차는 영종대교 위로 바다를 건너간다. 오늘부터 장장 16박17일의 예술여행을 떠난다. 나인드레곤헤즈(nine dragon heads)의 예술가들을 따라서... 나인드레곤헤즈는 박병욱 작가가 주관하는 국제적인 행위예술가, 설치미술가, 비디오 아티스트 등의 모임이다. 나는 이병욱과 어울림의 이병욱 교수의 권유에 나인드레곤헤즈가 16번째 행사로 떠나는 여정을 참여자로 따라가는 것이다. 바다를 건너는 버스의 창밖을 보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비가 조금 일찍 왔으면 버스 타러 가는 동안 이 여행가방 끌며 곤욕을 치룰 뻔 했군. 다행이다 싶었는데, 결국 오늘 이 비 때문에 곤욕을 치루긴 치렀다. 약속된 장소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