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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변호사의 차마고도 여행기

해발 1,973m 호수 "얼하이"에 가다

2-2. 둘째 날, 남조풍정도(南詔風情島)

[한국문화신문 = 양승국 변호사]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타고 오늘 머무를 대리에 있는 얼하이 호수의 섬 남조풍정도로 향한다. 차는 다시금 고속도로를 올라 타 한참을 달려 대리로 들어선다. 대리시는 얼하이 호수의 서쪽 가에 자리 잡은 도시로 우리가 익히 아는 대리석이 바로 이곳 대리에서 나오는 것이었기에 돌 이름도 대리석이 되었지.

   
 

   
▲ 대리시 북쪽에 있는 얼하이호(耳湖)의 모습

대리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간다. 얼하이(洱海)는 중국에서 6번째로 큰 넓이 249평방킬로미터의 호수로 호수가 바다처럼 넓고 귀처럼 길쭉하다 하여 洱海라는 이름이 붙었다한다. 해발 1,973m의 고지에 어떻게 이런 큰 호수가 생겼을까?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데 좌우로는 호수의 끝을 알 수가 없어 洱海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남조풍정도는 호수 건너편에 바짝 붙어 있어 배는 호수를 횡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호수는 바다라고 부르는 만큼 파도도 있고 바람도 세다. 건너가는 동안 우리가 호수를 무슨 바다라고 하느냐 했더니, 洱海는 자기를 얕잡아봤다고 당장 박 선생님의 모자를 호수 위로 날려버린다. 그 모자에는 선글라스까지 붙여놨는데... 

배가 점점 섬으로 접근하니 섬 꼭대기에 세운 서양의 성처럼 생긴 하얀 건물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유래가 있는 건물은 아니고, 이 섬 개발업자가 서양의 성을 본 따 세운 것으로 보인다. 글쎄~~ 작은 섬 위에 너무 큰 건물을 올려놓으니 영 비례가 맞지 않는 게 어색하기만 하다. 원래 이 섬은 바이족의 공동묘지로 사용되고 있었는데, 섬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1997년 중국 정부가 반강제적으로 무덤을 이장시키고 관광지로 개발하였다고 한다. 중국인들이 큰 것만 좋아하다보니 개발하면서 섬과의 조화는 생각하지 않았나? 

   
▲ 얼하이호수 내의 섬인 남조풍정도

   
▲ 남조풍정도 상륙했을 때의 조각상 모습

남조풍정도(南詔風情島) - ‘風情島라는 것은 풍경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얘기인데, ‘南詔라는 이름은 무언가? 옛날 당나라 시대에 이곳 대리 일대의 운남성에는 이곳의 백족이 통치하는 남조국(737-902)이란 나라가 있었다. 남조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단사평(段思平)937년 대리국을 건설하고 태평성대를 유지해오다가 1,254년 원나라 쿠빌라이 칸의 침략으로 멸망한다. 그 후 백족의 나라는 영원히 없어지고 지금껏 중국에 복속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대리시에는 단()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그들이 대리국 왕족의 후손이겠구나. 

선착장에 내리니 백족의 처녀가 우리에게 환영하는 꽃다발을 목에 걸어 준다. 선창가의 출입구를 통하여 안으로 들어가는데 왼쪽 출입구에는 군인 우선이라고 쓰여 있다. 공산주의 국가라 군인을 우대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에선 요즈음 군인 우선하는 곳을 보기 힘든 것 같은데... 출입구를 통해 들어간 바로 앞은 둥그런 연못을 조성해놓았는데, 그 한가운데 대()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돌로 된 여전사가 앉아서 다가오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일모(沙壹母)라는 청동 조각상인데 안내석에 쓰인 전설에 의하면 샤위(沙壹)는 애뇌산(哀牢山) 자락의 고기 잡는 여인이었단다. 그런데 하루는 물에 잠겨있는 통나무를 만졌다가 그만 덜커덕 임신을 하였다는 것. 그 통나무가 용의 화신이었다나. 그 후 그녀는 10명의 아들을 낳으니 이들이 운남의 각 소수민족의 선조가 되었고, 그리하여 샤위는 이들 종족들이 숭배하는 여신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섬도 원래 남조국 왕족들의 휴양지였다는군. 

우리가 투숙할 곳은 아까 배에서 보던 하얀 건물의 호텔이 아니고 本園이라는 호수가의 민박식 백족 전통가옥이다. 마당에 짐을 내려놓고 두리번거리는데 가브리엘이 애지중지 하는 아이스크림 제조기 옆에 소금통을 놓고 사진을 찍는다. 이번에 자기를 후원하는 기업체에서 준 히말라야 소금을 놓고 사진을 찍는 것. 후원팀에 증명사진을 보내기 위한 것인가 

우리 일행이 하룻밤 머무를 곳은 2층이다. 그런데 2층에 올라가니 방으로 구획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2층 전체에 여기 저기 침대가 놓여있다. 이거 이렇게 모두 모여 잘 줄은 몰랐네. 남녀 구분도 없고... 얼른 침대 하나를 점찍어 발라당 침대에 누워본다. 그런데 내 눈에 곧바로 들어오는 것은 천장이 아니라 지붕의 기와. 아까 차마고도 박물관도 지붕의 기와 밑에는 천장 시설을 따로 하지 않았던데, 요즈음 중국 건물도 그런가? 이걸 보니 우리나라의 기와 건물이 지붕의 선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천장의 마감까지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짐을 놓고 1층으로 내려오는데 계단 옆의 서가를 점령하고 있는 책들은 우리나라의 무협지와 무협만화들. 아니 최근에 한국 사람들이 이 섬에 많이 온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친절하게 한국책까지 갖다놓다니! 주인에게 물어보니 선물 받은 것이라는데, 누가 이 많은 책을 선물하였단 말인가 

   
▲ 남조풍정도 내의 우리가 투숙한 곳의 서가대

   
▲ 남조풍정도 호숫가의 조각상 모습

잠시 부근의 호숫가를 걸어본다. 호수 저 건너편으로 4,000m의 창산을 중심으로 3,500m 이상의 19개 봉우리가 일렬로 늘어서 얼하이를 내려다보고 있다. 저녁노을에 호수는 아름답게 빛난다. 호숫가에서는 한 벌거벗은 여인이 우아하게 고개를 들고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붙잡고 있고, 그 앞에 한 여인은 미끄러졌었는지 이제 한 손을 뒤로 짚고 일어나려 하고 있다. 아니면 서 있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시샘하며 그냥 앉아 있는 것인가? 현실의 여인이 이렇게 발가벗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당장 부리나케 달려갈 일이지만 이 또한 청동 조각상이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호수에서 7만 명의 당나라 군대가 몰살을 당하였단다. 당나라가 사사건건 간섭을 하자 남조국이 티베트의 토번국과 연합하여 당에 반기를 드니, 당이 이런 남조국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어 754년 이들을 정벌하러 왔다. 그러나 오히려 능수능란한 남조국 수군에 의해 군대만 몰살당하고 돌아간 것이다. 대리의 다이허청 경내에 가면 만인총이라고 있다는데, 그때 수습한 당군의 시체를 그곳에 장사를 지낸 것이란다. 

   
▲ 남조풍정도에서의 밤의 모습 - 외국 작가들이 춤을 춤

저녁을 먹고 난 후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외국 작가들과 정식으로 인사를 한다. 나도 떠듬떠듬 영어로 내 소개를 하고... 저녁을 먹고 모닥불에 둘러앉아 이교수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도 하는데, 가브리엘이 춤을 추며 소금을 뿌리고 우리에게도 나눠준다. 그 옆으로 수잔도 가브리엘에게로 다가와 같이 어울려 돌고... 슬슬 작가들의 퍼포먼스가 시작되는구나. 앞으로의 여행이 어떤 식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까? 이제 꺼져가는 모닥불과 함께 섬에서의 우리들의 하룻밤도 저물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