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영국시인 T.S. 엘리엇의 표현이 다시 생각난다. 원뜻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지만 적어도 겨울 동안 죽어있던 땅에서 봄기운을 받아 무언가 꿈틀거리고 나오는 그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고, 그것을 잔인하다고 했다는 것인데 잔인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Cruel'은 '잔혹한', '잔인한'이라는 뜻 말고도 '고통스러운', '괴로운'이란 뜻도 있는 것을 보면 사실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보다는 '고통스러운 달'이라 해석하는 것이 더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이달이 청명 한식이란 절기를 맞아 저세상으로 가신 분들을 묘소에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는 달이기에, 돌아가신 분들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생각하며 삶과 죽음과 그 후의 문제를 생각하게 하기에 그렇다. 얼마 전 장인 장모님이 누워계신 근교 공원묘지를 찾았는데 입구에서 한 예술가의 추모공간을 접하게 되었다. 그분은 생전에 화가로서 금관문화훈장을 받는 등 공적을 인정받은 분인데 공원에서 가장 좋은 자리 상당히 넓은 면적에 예술적으로도 멋지게 조성해 놓았다. 묘지도 이제 매장의 의미보다도 추모의 성격이 더 살아나는 공간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3) 아름답고 똑똑하고 용감한 그 여인한테 공민왕은 첫눈에 푹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원나라의 보탑실리 공주. 안타깝게도 공민왕은 고려를 침략한 철천지원수, 원나라의 공주를 사랑하게 된 것입니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어떻게 될까요? 공민왕과 노국공주. 이들은 부부였다. 그것도 금슬이 아주 좋은 부부. 둘의 사랑은 무척 강력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둘의 사랑이 없었다면 고려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공민왕이 오랫동안 선정을 베풀고 조선의 탄생은 영영 없었을 수도 있다. 이 책, 권기경ㆍ고정순의 《칠백 년을 함께한 사랑 – 공민왕과 노국공주》는 우리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인 두 사람의 사랑을 다정한 문체로 들려준다. ‘역사스페셜 작가들이 쓴 이야기 한국사’답게 정보와 재미를 둘 다 잡은 책이다. 둘은 공민왕이 원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던 때에 혼인했다. 충숙왕의 둘째 왕자, 공민왕은 십 년이 넘게 연경에 볼모로 잡혀 있던 차에 원수의 나라인 몽골 공주와 혼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원 황실의 부마가 되면 고려의 왕이 될 수 있었기에 혼인 제안을 받아들였다. 언제나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잠시 국내에 들어와 있던 동생이 출국하면서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며 나에게 영문소설을 하나 주고 갔다. 리사 시(Lisa See)라는 미국 여류작가가 올 3월에 펴낸 《The Island of Sea Women》라는 소설이다. 동생 덕분에 정말 오래간만에 영어 원어로 된 소설을 읽어본다. 처음에는 의무감에 읽기 시작하였으나, 곧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소설은 영숙과 그녀의 친자매 같았던 친구 미자라는 해녀를 중심으로 1938년부터 2008년까지 제주 구좌읍 하도리 해녀들의 삶을 그린 것인데, 소설을 통하여 제주 해녀들의 삶과 애환, 슬픔 등이 피부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소설 속에는 제주의 풍토, 민속 신앙, 역사 등 제주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하여 나는 작가가 당연히 한국계 미국인일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백인 여자다! 비록 증조부의 중국인 피가 조금 섞여 있긴 하지만, 외모는 완전 백인 여자다. 어떻게 백인 여자가 제주를 우리보다 더 잘 알 수 있단 말인가! 리사는 어느 잡지에 실린 제주 해녀의 사진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언젠가 제주 해녀에 대한 소설을 쓰겠다는 결심을 했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내와의 냉전은 계속되었다. 그렇지만, 아가씨와 전화한 이후 김 교수는 왠지 즐거워졌다.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되었다. 기다리던 금요일 오후가 되니 김 교수는 아가씨를 만날 생각에 사로잡혀 가벼운 흥분 상태가 되었다. 호텔에서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 이후 처음인 것이다. 젊은 아가씨였던 아내와 연애하던 시절이란 지금부터 20년 전 까마득한 과거 일이다. 그때 청년이었던 김 교수는 가슴이 뛰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제는 아내가 된 아가씨와 함께 다방에 가고 음악 감상실에 가고 고궁에도 갔었다. 아아, 인생은 무상하구나. 무심한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갔다. 그렇게도 곱던 아가씨의 모습은 간 곳이 없다. 아내의 눈가에는 이제 주름살이 생겼다.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아가씨는 중년의 아줌마로 변하였다. 당신만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던 아가씨는 20년이 지나자, 변하였다. 이제는 고3 아들의 수능시험 성적 1점이 직장 생활에 시달리는 남편보다 더욱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냉전 중인 아내는 오늘 자기가 집에 늦게 들어가더라도 아무 말도 안 할 것이 뻔하다. 언제부터인지 남편은 아내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동천(洞天)’이란 말이 있다. 동(洞)이란 글자는 골짜기를 뜻한다. 동천(洞天)은 신선이 사는 세계, 또는 산에 싸이고 물이 흐르는 내가 있는, 경치 좋은 곳을 말한다. 멋진 산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으로, 그런 산수경관이 연속으로 펼쳐지는 곳을 동천이라고 한단다. 본래 도교에서 쓰던 말인데 유학자들도 학문의 근본 목적인 본래 심성을 되찾아 안심과 평안을 얻을 수 있는 장소, 요즘 말로 하면 치유를 위한 으뜸 공간으로 생각하고 이곳을 찾는 즐거움을 추구하곤 했다. 이 세상에서 이른바 신선(神仙)이라고 하는 자를 본 사람이 누가 있기야 하겠는가. 그러나 신선이 사는 곳이야말로 그지없이 즐거울 것으로 생각하면서 그곳의 정경을 극구 묘사하곤 하는데, 가령 안개와 노을에 잠겨 아스라이 떠 있는 바다속의 삼신산(三神山)이라든가 궁실이 영롱(玲瓏)하게 솟아 있는 땅 위의 각종 동천(洞天 신선이 사는 곳)에 대한 기록을 접하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면서 부러워하지 않을 수가 없다. ... 최립 「징영당(澄映堂) 십영(十詠)에 대한 서문(序文)」 《간이집》 제3권 / 서(序) 산이 높고 골이 깊으면 이러한 동천은 어디에나 있을 것
[우리문화신문=양종승 민속학자] 이애주 춤에는 시대 철학이 깃들어 진 우리네 춤 근본이 살아 숨 쉰다. 뿌리 있는 기틀과 원리를 인식하고, 그를 바탕삼아 품어낸 이애주 춤은 민중의 영혼과 사상을 펼쳐 보이는 마력과도 같은 춤으로 읽힌다. 섬세하고도 장엄한 춤사위로 환희와 기쁨을 품어내어 이애주만의 춤 맛을 우려내고, 정갈하고 기품 있는 전통의 맛을 살려낸 것이다. 대를 이어 오며 예술적 번뇌와 역경을 이겨내고 이애주 당대에 그 극치를 만끽한 것이다. 춤의 미학적 형식과 의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경지에 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애주의 춤은 예술로서의 값어치뿐만 아니다. 그 속에 녹아내린 춤의 원리와 사상으로 감 싸워진 생명철학이 함께 동반되어 있다. 이는 춤으로써 신인(神人) 상생과 인인(人人) 화합을 끊임없이 추구하여야 올바른 춤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춤꾼의 내면적 감정을 표출하고 흥과 멋의 극대화를 통해 삶의 평정을 도모하기 위한 삶 속의 예술로 빛내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이 춤꾼 이애주가 평생토록 소망하며 그렸던 이른바 신명을 불러일으키는 춤,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노는 생명의 춤으로 정착될 수 있다. 이애주의 춤에는 민중의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아름다운 사람.’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참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지만, 선뜻 정의하기는 어렵다. 개인마다 미의식이 모두 다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이 달라서 더 그렇다. 내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남의 눈에는 촌스럽게 보일 수 있고, 남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이 내 눈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이렇듯 ‘미(美)’라는 것은 갑론을박이 무성한 주제이지만, 어떤 문화권에서 대체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는 가늠해 볼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 아래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규명하는 긴 프로젝트의 중간 보고서로 나온 이 책 《아름다운 사람》은, 아시아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던 미의식을 유려한 문체로 보여준다. 책의 구성은 책임연구원 백영서, 강태웅, 김영훈, 김현미, 조규희, 최경원, 최기숙 등 7명이 각각 ‘사랑’, ‘고독’, ‘꾸밈’, ‘성찰’, ‘수행’, ‘감각’을 주제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관점을 풀어놓는 방식이다.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사람들은 언제 아름다움을 느끼고, 어떤 촉각, 미각, 시각이 아름답다고 인식하는지 ‘미적 감각에 대한 사유’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우리문화신문=안승열 명리학도] 행복은 예부터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이고 건강한 신체는 이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모든 간지술(태어난 해와 달과 날의 간지에 의하여 사람의 운명과 길흉을 점치는 기술)이 여기에 착안했고 명리학도 찾아낸(간명) 결과를 같은 목적에 활용하려 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십간과 십이지의 조화를 보며 인생의 길흉사를 판단하는 간지술은 주나라 시대에도 있었지만,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발전한 음양론이나 오행론을 사상적 기초로 하며 인간의 운명을 탐구하는 예언술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오성술, 구성법, 기학 등 여러 종류의 예언술이 있었으나, 이들은 명리학이 적중률(간명 예측의 정확도)을 개선하면서 차츰 자취를 감춤에 따라 10세기 이후 동양사회는 군사, 과학, 정치 등 모든 학문의 근거 이론을 명리학에서 구해왔다. 명리학은 구할 이상이 중국 것이라 우선 중국 것을 보고 한국 명리학의 대략도 살펴보겠다. 중국의 명리학 명리학은 당나라의 이허중(9세기 활동으로 추정)에 의해 학문적 체계가 세워지기 시작하였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는 그간 전해져 내려온 고법(古法)의 명리학을 태월(잉태한 달)과 태어난 일 시에 년까지 다섯 인자를 감정하는 삼명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옛말에 “홧김에 서방질한다”라는 말이 있다. 김 교수는 싸움이 오래 계속되고 남편으로서의 욕구가 채워지지 못하니 “홧김에 바람피운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심정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전국의 아내들이 귀담아들을 속담이다.) 나뭇잎이 뚝뚝 떨어지는 어느 날 오후, 김 교수는 문득 미스 최에게 전화를 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가을 햇살은 따사로이 비치고 있었다. 햇살 속에는 약간의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바람이 한번 불 때마다 연구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오동나무에서 커다란 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자기의 인생도 언젠가 끝이 나고, 저 오동나무 잎처럼 떨어져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상념에 사로잡혔다. 옛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가 보다. 그날 김 교수의 행동은 분명 평소와는 다른 행동이었다. 왜 그랬을까?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 날은 매우 아름답고도 쓸쓸한 가을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김 교수는 미스 최에게서 받은 전화번호를 들여다보며 10초 정도 망설였다. 그러다가 김 교수는 크게 용기를 내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마침 미스 최가 받았다. “여보세요, 김00 교수입니다.” “아, 오빠세요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백로(白鷺)는 왜가리과에 속하는 흰새를 아울러 일컫는 말이다. 백로에 속하는 조류는 지구상에 12종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5종이 있다. 가장 흔한 백로가 중대백로이고 다음으로는 중백로가 많다.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대백로가 모두 백로에 속한다. 백로는 희고 깨끗하여 청렴한 선비로 상징된다. 따라서 시문에 많이 등장하며, 화조화(花鳥畵)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백로와 비슷한 흰새로서 두루미가 있다. 두루미는 두루미과의 새로서 왜가리과인 백로와 과(科)가 다르다. 두루미가 백로와 다른 점은 머리끝이 붉다는 점이다. 두루미는 머리끝이 붉어서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부른다. 두루미의 영어 이름은 red-crowned crane이다. 두루미와 학(鶴)은 같은 새의 다른 이름인데 두루미는 우리말이고 학은 한자일 뿐이다. 학은 수명이 길어서 십장생(十長生)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장수의 대명사인 학은 천 년을 산다고 하지만 과장이라고 하며, 실제로는 86살까지 산 두루미가 있었다고 한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지금은 세상을 뜬 작가 이청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화한 것인데, 원작에서는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