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지도자.
어떤 무리를 앞서서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이든 선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위기를 앞서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미래를 예측해서 앞날을 대비해야 하며, 이끄는 무리의 신망을 얻어야 하는 까닭이다.
이 모든 것을 해내는 ‘지도자다움’을 갖추기까지는 각고의 인내와 단련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위대한 지도자가 나오기까지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군 장성 출신으로 동티모르 대사를 지낸 지은이 서경석이 쓴 이 책, 《그대, 내일의 리더에게》는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주고, 우리 사회에서 좋은 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지도자다움의 유형을 ‘현명한’, ‘강물 같은’, ‘어진’, ‘뜨거운’, ‘엄격한’으로 나눈다. 손자병법에서 강조하는 ‘장자(將者) 지신인용엄야(智信仁勇嚴)’를 동서고금 지도자의 발자취와 연결해 재해석한 것이다. 모름지기 지도자라면 손자가 말한 덕목들을 겸비하고 ‘부하를 사랑하는 마음, 자신을 아끼는 마음, 민족과 나라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헌신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에 나온 사례 가운데는 서양 지도자의 사례도 많지만, 한국 역사 속 인물들의 사례도 많이 소개되어 있다. 가령 율곡 이이는 모든 것이 사람에게 달렸다는 것을 안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가 명종 임금 때 간언한 말에는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진리가 있다.
(p.129)
“천하는 잘 되거나 못 되거나 할 뿐이지, 잘 되지도 않고 못 되지도 않는 중간지점은 없다. 나라의 대세는 다스려지거나 어지러워지거나 할 뿐이지, 다스려지지도 않고 어지러워지지도 않는 그런 중간지점은 없다. 그런데 진퇴(進退)와 치란(治亂)은 모두 사람에게 달렸다.”
율곡 선생의 이 말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진리다. 비단 천하의 국가뿐만 아니라, 어떤 기관, 단체, 가정과 개인도 그 무게가 다를 뿐 다 같이 해당된다. 모든 단체와 조직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인다. 전진과 진보가 있으면 퇴보가 있고, 질서가 아니면 혼란이 있다. 모두 사람의 탓이다. 다른 탓은 없다.
진퇴와 치란이 모두 사람에게 달려 있으니, 사람을 중히 여기고 잘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력의 열세를 사람의 힘으로 극복한 지도자가 바로 충무공 이순신이다. ‘뜨거운 리더십’ 편에서는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함대 총사령관으로 러시아의 발틱 함대를 격파한 도고헤이 하치로 장군이 이순신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대목이 나온다.
(p.177)
엄청난 대승을 축하하기 위한 축하연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 도고헤이 장군을 칭송하며 세계 최고의 해군 명장인 영국의 넬슨 제독, 그리고 이순신 장군과 비교했다. 그러자 도고헤이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나를 이순신 장군에 비교하지 마라. 그분은 전쟁에 관한 한 신(神)의 경지에 오른 분이다. 이순신 장군은 국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않고, 훨씬 나쁜 상황에서 매번 승리를 이끌어냈다. 나를 전쟁의 신이자 바다의 신인 이순신 장군에게 비유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
막강한 러시아 함대를 무찌른 일본 해군 제독도 인정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은, 전투력이 부족할 때는 병법과 지형을 써서라도 반드시 이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놓고 싸움에 임했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명성을 얻으려 함부로 전투에 나서지 않고, 전쟁에 관한 한 반드시 고도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을 보였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엄격한 리더십’을 보인 예로는 조선 인조 때, 북쪽 국경지대의 역(驛)을 관장하던 관리 이명준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역마(驛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말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는 높은 관리인 감사가 나오더라도 꼭 마패에 있는 말의 숫자만큼만 말을 지급했다.
감사와 그 문제로 마찰이 생겨 조정까지 알려지는 일도 있었다. 조정에서는 이명준이 아닌 감사의 잘못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훈령을 내렸고, 그 뒤 폐단은 고쳐졌으나 이명준은 벼슬을 내어놓고 낙향해 버렸다.
(p.189)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자신보다 지위가 높은 상사가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가 있다.
그러한 자기 원칙과 소신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큰 뜻을 이루게 한다.
지도자다움을 실천하고자 마음을 굳게 먹어도, 세파에 시달리다 보면 처음 가졌던 엄정한 결기는 사라지고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기 일쑤다. 이 책은 그런 ‘흔들리는 지도자 꿈나무’들이 펼쳐 들기 좋은 책이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이 내렸던 결단, 훌륭한 처세를 읽다 보면 나약한 자신의 모습이 문득 부끄러워진다.
지도자를 꿈꾸는 이들은 많아도, 모두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경석 동티모르 대사가 전하는 이 시대 리더의 길’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읽으며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지도자의 모습을 그려보면 좋겠다. 이 책은 그 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과도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