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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미스 K, 학교 축제에 온다는 걸까?

이뭐꼬의 장편소설 <꿈속에서 미녀와> 2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여자의 말은 남자의 말과 달리 때로는 모호하다. 이성적이며 단순한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초대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인지, 거절하는 것인지 어정쩡하기만 하다. 그러나 말하는 어조와 분위기로 보아서는 받아들인다는 뜻 같기도 하고...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기다리겠습니다. 축제는 수요일부터 시작해서 금요일 쌍쌍파티로 끝납니다. 학생들이 학과별로 주점이며, 타로점, 또뽑기, 솜사탕, 물풍선 터뜨리기, 연못에서 보트 타기, 세발자전거 타기 등 여러 가지 볼거리를 만들어 놓았으니 목요일에 구경 한번 갑시다.“

“......”

미스 K는 대답하지 않고 예쁜 자태로 빙긋이 웃기만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여자의 침묵은 긍정’이라는 속설을 믿어야 하나?

 

 

매주 일요일 K 교수는 아내와 둘째 아들을 차에 태우고 아침 일찍 강남구 일원동에 있는 대형 교회에 예배 보러 간다. 강남에서 수기리로 이사 온 뒤, 처음에는 집에서 가까운 시골교회를 다녔다. 시골교회는 교인이 한 50명 될까 말까 아주 작았다. 목사님은 마을 토박이로서 연세는 60이 넘으셨는데, 원래는 장로님이었단다. 신앙심이 좋으신 장로님은 50 넘어서 신학공부를 시작하고 결국은 목사님이 되셨다니, 어찌 보면 대단하신 분이시다.

 

그러나 몇 달 다녀 보니 목사님의 설교가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K 교수가 서울에서 다니던 교회는 신도수가 5,000명도 넘는 대형교회다. 대형교회는 가끔 세습이나 공금 유용, 또는 여신도와의 불륜 등으로 말썽을 일으켜 신문에 보도되기도 한다. 그러나 작은 교회와 견주어 큰 교회는 무엇인가 차이가 있다. 어느 작은 교회가 성장하여 대형 교회가 되었다면, 그 교회에는 무엇인가 성장의 원인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아마도 목사님의 설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대형 교회 목사님의 첫째 조건은 설교를 잘한다는 것이리라.

 

비유하자면 매일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입이 고급으로 길들여 있는데, 반찬도 별로인 소찬을 먹으려 하니 밥맛이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입이 고급이 되면 보통의 음식은 맛이 없는 법이다. 입맛이 고급이 된 것은 아내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결국 K 교수 가족은 시골교회에 몇 달 다니다가 교회를 옮겼다. 거리가 멀고 시간이 걸리지만, 서울 일원동의 교회를 다시 다니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서울로 가면 예배가 끝난 뒤에 K 교수 부부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또는 재래시장이나 연금매장에 들러서 일주일 치 장보기를 한다. 그날은 잠실 롯데백화점 옆의 할인점에 가게 되었다. 남자들이 대개 그렇지만 K 교수는 장보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물건을 사야 할 때에는 제일 첫 가게에 들러서 한 번에 물건을 산다. K 교수는 쇼핑갈 때마다 아내와는 의견이 맞지 않는다. 아내는 한 가지 물건을 사려면 최소한 세 군데를 돌아보면서 값과 품질을 비교한 뒤에 가장 싼 곳에서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사게 된다. 그러므로 물건 하나 사는데 최소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처럼 부부가 쇼핑 습관이 서로 달라서 결혼 초기에는 가끔 싸우기도 했다. 그렇게 자주 싸우다가 요즘은 싸우지 않는 방법을 찾아냈다. 장보기는 아내 혼자서 하고, K 교수는 근처 책방에서 기다리다가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서 만나면 된다. 그렇지만 아내는 항상 약속 시간이 몇 분 지나서 허겁지겁 나타난다. 수첩에 기록했던 항목 말고 한 두 가지 물건이 추가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자는 견물생심이라는 말에 쉽게 넘어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