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도시에서 복잡한 자동차 행렬과 아파트 숲 사이에서 살다 보니 맑은 물이 흐르고 새가 날아드는 자연환경이 그리운 것은 나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서울이라는 도심 한가운데에 청계천을 다시 파고 물이 흐르도록 한 효과를 알게 된 이후에 지자체들도 물길이 있으면 주변을 깨끗하게 정비하고 나무와 꽃들이 자라는 터를 다듬어주니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공간이 많아졌다. 청계천에서 지난봄 눈처럼 흰 해오라기를 한 마리만 만난 것도 그 덕택이었을 것이다. 내가 사는 동네인 서울 은평에는 북한산 서북쪽 자락에서 구파발 쪽으로 흘러내리는 구파발천이라는 작은 하천이 있는데 거기에 가끔 해오라기나 왜가리가 날아와 눈을 즐겁게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파래진 하늘이 개울물에 비치면 거기서 긴 목을 빼들고 조용히 서 있다가 물속에 작은 물고기라도 보면 먹이를 잡아먹곤 하는 모습이 정갈해서, 하천을 따라 바쁘게 걷다가도 발길이 잡혀 한참을 보게 된다. 참으로 멀리 가지 않고도 자연 속 생명의 세계를 느끼게 된다. 이런 물가에 날아오는 새는 이름이 조금 헷갈린다. 백로과인 것은 틀림없는데, 그게 백로인지, 왜가리인지, 해오라기인지가 헷갈리는 것이다.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대체로 검사는 상대방의 죄를 캐내려고 노력하고 피고는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죄인을 자처하는 목사에게 무죄라고 주장하는 검사들이 그것이지요. 물론 기소 권고가 내려지긴 했지만, 세인들의 눈에는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습니다. 권력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검사들은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권력이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진실 규명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적인 고려로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와 정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결정을 해야 할 사회 지도층이 권력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게 다가옵니다. 사회적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한비자는 나라가 망하는 47가지 사례를 열거했습니다. "임금은 어리석은데 그 측근인 왕실의 친척이나 형제는 현명하고, 관리의 힘이 약하면 백성들은 오만해져 나라 안은 혼란스러워진다. 민심이 흔들리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면 그 나라는 마침내 망한다. 임금이 조그마한 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지난날 전지(傳旨)에, ‘무뢰배(無賴輩)가 항상 법정에 와 품을 받고 대신 송사(訟事)를 하기도 하고, 혹은 사람을 인도하여 송사를 일으키게 하며, 법률 조문을 마음대로 해석하여 법을 남용해서 옳고 그름을 변경하고 어지럽게 하는데, 시속(時俗)에서 외지부(外知部)라고 하니, 쟁송(爭訟)의 번거로움이 진실로 이러한 무리로부터 말미암는 것이므로, 마땅히 엄하게 징계하여 간사하고 거짓됨을 없애야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는 《성종실록》 95권, 성종 9년(1478년) 8월 15일에 나오는 기록입니다. 지금 일반 국민은 법에 호소할 일이 생기면 변호사를 찾습니다. 그것은 글을 안다 하더라도 갖가지 법과 시행령 그리고 판례를 다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조선시대 글을 몰랐던 일반 백성은 도움을 받지 않으면 소장을 낼 수도 없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소장을 썼다 해도 문지기인 사령이 험악한 표정으로 서 있는 관아에 들어가 소송을 하는 것도 버거웠습니다. 이런 까닭에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소장을 잘 쓰고, 관청에 쉽게 드나들면서, 형리와도 잘 알뿐더러 말도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지요. 조선시대에는 이럴 때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이재필)는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과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창경궁(서울 종로구)에서 전통 명절 ‘중양절(重陽節)’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2024년 궁궐 일상모습 재현 및 체험」을 연다. ‘중양절’은 음력 9월 9일에 지내는 우리 전통 명절로, 한 해의 농사를 마무리하는 가을에 국화주나 국화차를 마시며 장수를 기원한다. 조선시대에는 왕실 가족들에게 국화를 진상하거나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연회를 열어주기도 하였고, 민가에서도 국화전을 부쳐 먹는 등 왕실과 민가 모두가 즐기던 명절이었다. 창경궁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중양절 국화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경춘전에서는 국화차를 시음하고 다례를 배워보는 ‘국화차 전통 다례 체험’이 운영되며, 영춘헌에서는 국화와 들꽃을 활용한 ‘누름꽃 휴대전화 받침대(그립톡) 만들기 체험’과 영춘헌 앞 야외 공간에서 ‘국화 천연 포푸리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 포푸리(potpourri):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향을 더하기 위해 천연 식물성 재료로 만드는 공간 소품 함인정에서는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이재필)는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최영창)과 함께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진행한 ‘고궁 속 아름다운 한복 이야기’ 사진 공모전(8.5.~9.8.)의 당선작 모두 50점을 뽑아 공개한다. 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하는 나라 안팎 관람객이 늘어남에 따라 전통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번 사진 공모전에는 지난 8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모두 518건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1ㆍ2차 심사를 거쳐 뽑힌 대상과 최우수상 등 모두 50점의 당선작은 가을 궁중문화축전 기간(10.9.~10.13.) 동안 경복궁 계조당에 전시되어 가을을 맞아 경복궁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전통 한복의 고운 맵시와 고즈넉한 고궁이 어우러지는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선보인다. 수상작들은 궁능유적본부 누리집(royal.khs.go.kr) 또는 궁중문화축전 누리집(kh.or.kr/fest)을 통해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다. * 계조당(繼照堂): 세종이 왕세자(훗날 문종)의 집무공간으로 건립한 전각으로, 2023년 9월 복원됨. 대상(국가유산청장상)을 차지한 박태근 씨의 ‘경복궁 경안문에서’ 작품은 우리 한복의 아름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나라 밖 유수의 공연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엔톡 라이브 플러스(NTOK Live+)>를 10월 16일(수)부터 20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상영한다. <엔톡 라이브 플러스>는 국립극장이 유럽 곳곳의 극장 및 배급사와 손잡고 세계 으뜸 화제작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10월 상영작은 영국 국립극장의 엔티 라이브(NT Live) <디어 잉글랜드(Dear England)>와 <바냐(Vanya)>, 네덜란드 인터내셔널 시어터 암스테르담의 이타 라이브(ITA Live) <입센의 집(Ibsen House)>이다. <디어 잉글랜드>와 <바냐>는 국내 첫 상영, <입센의 집>은 2년 만에 재상영한다. 엔티 라이브 <디어 잉글랜드>는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2024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최우수연극상ㆍ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잉글랜드 팬들을 향해 쓴 편지에서 착안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지난 9월 21일(토)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시아미술박물관(NMAA)에서 열린 한가위 잔치에서 한국 전통 부채와 청사초롱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 전통문화를 알리는 문화대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이번 행사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스미소니언재단 사이 맺은 업무협약 후속사업의 하나로 진행되었다. □ ‘세계로 열린 창’국립민속박물관 국립아시아미술박물관은 1923년 프리어 갤러리로 개관해 1987년 스미소니언재단에 통합되었으며, 방대한 아시아 예술 수집품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박물관은 전시 말고도 한국의 한가위 잔치(Chuseok Festival), 중국의 새해 축제(Lunar New Year), 페르시아의 춘분 축제(Nowruz), 일본의 벚꽃 축제(Cherry Blossom), 인도의 힌두 축제(Diwali) 등 다양한 아시아의 문화 축제를 열며 아시아 문화를 알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한가위는 본격적인 추수에 앞서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고 조상께 감사하는 명절로,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 한가위 의미와 한국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주브라질한국문화원은 지난 3일부터 20일까지 리우데자네이루의 Casa G20에서 열린 ‘한국의 빛 – 진주 실크등’ 특별 전시가 성황리에 끝났다고 발표했다. Casa G20는 이번 G20 회의를 계기로 처음 마련된 문화 외교 공간으로, 이파네마 바닷가에 가까이에 있어 전 세계 방문객들과 현지인들에게 문화와 예술을 소개하는 데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 기간 중 열린 ‘한국의 밤’ 행사에서는 한국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으며, 니테로이 주민들과 리우데자네이루주와 나라 밖 관광객, 그리고 파울루 페이토사(Casa G20 이사), 페드로 트렝그로지(브라질 축구, 패럴림픽 연맹 변호사), 난다 캐롤(590만 팔로워 뷰티 인플루언서) 같은 저명한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진주산 실크로 만든 다채로운 등불로 꾸며진 터널을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즐겼다. 터널 끝에는 한복을 입어볼 수 있는 한복 체험관이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전시는 올해 G20의 목표를 지지하며 탄소 중립 행사로 진행되었으며, 지속 가능한 문화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이바지했다. 브라질 문화 및 창의 경제 장관인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정농악회>가 만들어지던 1970년대 중반, 당시에는 순수하게 공부하는 목적으로 서울음대 김정자(가야금 전임), 김선한(거문고 강사), 글쓴이(서한범, 피리 강사), 양연섭(가야금, 양금) 등 젊은 강사들이 ‘원로 사범에게 재교육을 받아 후진들을 지도하자’라는 취지로 조직되었으며 정농의 취지는 바른 음악, 또는 어진 음악을 지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취지”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정농악회(正農樂會)란 이름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진 음악이란, 천지의 중화(中和)를 근본으로 한 것이기에 아정(雅正)하고 사(邪)하지 않다. 그러므로 방탕에 흐르지 않고, 어지러움에 이르지 않게 되어 동성상응(同聲相應)과 동기상감(同氣相感), 그리고 동친상애(同親相愛)하여 민족을 화합케 만든다.” <아래 줄임> 당시의 상황도 지금과 비슷했다. 일반 대중들은 물론, 국악 전공자들도 산조(散調)와 같은 민속악(民俗樂)에 견주어 정악(正樂)과 같은 음악들은 재미가 없는 음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렇게 공부 모임의 이름도 짓고, 원로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특별 지도도 받아 가며 정악의 기초를 다시 공부한 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인간의 비극은 거울의 발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돌도끼 들고 사슴 쫓던 시대에는 거울이 있을 수 없었으니 기껏해야 고인 물에 자신을 비춰보는 것이 전부인지라 누구든 생김새에 대한 불만이 없었을 듯합니다. 청동기 시대에 이르러 인류는 구리거울을 갖게 됩니다. 구리합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구리 동(銅), 거울 경(鏡) 자를 써서 동경(銅鏡)이라고 부르지요. 청동 거울의 뒷면에는 손으로 잡거나 매달 수 있도록 손잡이나 고리를 달았는데 이를 뉴(鈕)라고 합니다. 특히 지배층의 뉴는 여러 가지 섬세한 조각이나 기하학적 무늬로 장식되었지요. <다뉴세문경(多鈕細紋鏡)>은 고리가 많이 달리고 섬세한 조각이 있는 거울이란 뜻입니다. 박물관에 가면 먼 과거에 쓴 거울을 볼 수 있지요. 지금은 녹슬고 불투명하여 반사가 제대로 안 되어서 얼핏 거울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거울도 실제로 사용되던 당시에는 아주 매끈해서 사물을 잘 비추어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매끈하게 연마한 거울 면이 부식되고 긁히며 표면이 거칠어져 반사력이 떨어진 것뿐이지요. 그리고 거울의 앞부분은 매끈한 상태로 볼 것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