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황제는 태사지신께 감히 고하옵니다. 삼가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덕은 커서 만물을 싣고 있고, 공은 높아 백성을 생존케 하시었습니다. 바라옵건대 흠향하시옵고, 복록을 내려 도와주시옵소서. 삼가 희생(犧牲)과 폐백과제와 도량서직粱黍稷)과 여러 가지 제수를 차려 의식에 따라 경건하고 정결하게 받들어 올리옵고, 후토구룡 씨로써 배위의 신주로 삼으니, 바라건대 흠향하시옵소서.” 무대 위에서 황제가 축문을 읽는다. 어제 7월 10일 낮 3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는 2024‘ 국립국악원 대표 공연 <사직제례악>의 언론인들을 위한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사직제례악>이 무엇일까?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한 뒤 정궁인 경복궁을 중심으로 좌우에 종묘와 사직을 세우고, 음력 2월과 음력 8월에 땅의 신인 사신(社神)과 곡식의 신인 직신(稷神)에게 큰제사 곧 사직대제(社稷大祭)를 올렸다. 《주례(周禮)》와 《예기(禮記)》에 보면 ‘우사직 좌종묘(右社稷左宗廟)’라 하고, 임금이 도성을 건설할 때 궁궐 왼쪽엔 종묘를, 오른쪽엔 사직단을 세워야 했다. 따라서 조선시대는 종묘와 사직 나라의 뿌리라고 생각하고 여기에 제
[우리문화신문=김광옥 수원대 명예교수] ‘안거락업’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업을 즐기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안거락업 : 본도 백성이 다시 들어가서 살게 하지 않는다는 교서를 받들고 이곳에 내려와 펴서 읽어 주면, 사람마다 모르던 것을 갑자기 깨달아서 안거락업(安居樂業)할 것이며, 떠돌아다니는 사람도 모두 고향 마을에 돌아오게 되어 떠돌아다니는 것이 당연히 없어질 것이니, 이것이 어리석은 신의 계책입니다. (⟪세종실록⟫ 25/10/24) 함길도 도관찰사 정갑손(鄭甲孫)이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지만 여기서는 ㉮모르던 것을 알게 되어 안심하고 ㉯이 땅에 돌아와 업에 기쁘게 종사하고 ㉰안거락업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목표는 모두가 안정되어 업에 종사하여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이는 비록 신하가 올리는 말이지만 당시 세종대 정치의 목표이기도 한 락생(樂生)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직(職)과 업(業)이 등장한다. ‘직’은 맡은 바 일[직무]이고 ‘업’은 일에 임하는 정신적 자세다. 생업은 살아가며 중히 여겨야 하는 일에 임하는 정신이고 천직은 일을 하늘이 준 일이라 중히 여기는 일이다. 업과 생업 : (허조에게 명하여 도도웅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아침 10시 15분 무렵, 대화성당에 다니는 전아폴로(아폴로는 아폴로니아의 준말로서 세례명임) 자매가 쉬어가자고 하면서 준비한 간식을 꺼낸다. 자매님은 오이를 썰어서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다. 우리는 싱싱한 오이를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먹는 사람이야 오이 한 조각이지만 준비한 사람의 정성이 고마웠다. 대화천 물가에는 노란 유채꽃과 애기똥풀, 그리고 하얀 당근꽃 등이 많이 피어 있었다. 때때로 엉겅퀴, 지칭개, 매발톱꽃도 보였다. 이제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 서리가 내리기까지 들판에는 온갖 꽃이 계속 피어날 것이다. 하천 따라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니 왼쪽에 고대동교라는 이름의 다리가 나온다.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면 법장사라는 절이 나온다. 절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가면 거문산에 오를 수 있다. 나는 몇 년 전에 친구들과 이 길을 따라 거문산과 금당산을 등산한 적이 있다. 이틀 후인 5월 15일(음력으로 4월 8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어서 다리에서부터 연등이 걸려있다. 다리 앞쪽에 넓은 공간이 있고 잘 지어진 정자가 있다. 정자의 현판에는 ‘허생원이 머물던 곳’이라고 한글로 쓰여 있다. 허생원은 소설 <메밀꽃 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장상훈)은 2024년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와 청소년,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여름방학 특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관에서는 현재 전시 중인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특별전과 상설전시 연계 교육을 마련하여, 세시풍속과 민속문화를 배울 기회를 제공한다. 파주관에서는 개방형 수장고 내의 ‘종이, 봄날을 만나다’ 특별전과 연계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무더운 여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시원하고 즐겁게 지내보는 건 어떨까? □ [초등학생과 가족] 여우 요괴가 돌아온다, 집을 지켜라! <여우 요괴가 돌아온다, 집을 지켜라!>는 상설전시 연계 교육프로그램이다. 그림책 『여우 누이』를 함께 읽고, 상설전시관에 전시된 민속신앙 관련 유물을 관람하면서, 과거 가정의 평안을 지켜주었던 가택신(家宅神)의 종류와 역할을 이해한다. 액운을 막아주는 금줄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새끼줄을 직접 꼬아 보기도 하고 나만의 금줄을 만들어 보면서 가정의 행복을 함께 빌어본다. 본 교육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진행되며 7월 3일부터 7월 21일까지 사전 접수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국립광주박물관(관장 이애령)은 오는 8월 12일‘어린이 문화유산 그리기 대회’를 연다. 이 대회는 지역 어린이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그리며 창의력과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으며, 올해로 35회째를 맞이한다. 광주ㆍ전남 지역 초등학생(동일 연령 청소년) 30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 <제35회 어린이 문화유산 그리기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누리집 사전예약이 필수다. 참가 신청은 국립광주박물관 누리집에서 8월 9일 저녁 5시까지 접수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없다. 참가자들이 제출한 작품은 대학 교수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창의력, 묘사력, 표현력을 기준으로 심사하여 으뜸상, 버금상 9명과 솜씨상, 꿈나무상을 줄 계획이며 심사 결과는 10월 1일 국립광주박물관 누리집에 게시된다. 또한, 입상작은 10월 26일(토)부터 12월 8일(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에 40여일 동안 전시의 기회가 주어진다. *시상내역(참가인원 300명 기준) 으뜸상 3명(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국립중앙박물관장상, 국립광주박물관장상) 버금상 6명(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상, 광주광역시장상, 전라남도지사상, 전라남도교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전라북도 내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작은 두 손으로 그려낸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제32회 어린이 문화유산 그림전」을 오는 7월 15일(월)부터 9월 29일(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관 로비에서 전시한다. 이번 그림전은 지난 6월 24일(월)에 전북특별자치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치러진 「제32회 어린이 국가유산 그리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리기 대회의 꽃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에 빛나는 최우수상에는 전주 한들초등학교 4학년 정시윤 학생의 ‘푸른 용을 품은 백자’가 뽑혔으며, 이 밖에도 우수상 6명, 특선 18명, 입선 55명 등 모두 80명의 입상작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들 입상작 가운데 이번 그림전에서는 최우수상부터 특선까지 모두 25점의 작품이 전시되며,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표현된 문화유산의 색다른 면모를 다채롭게 전할 예정이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대회 당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유물을 보고 그린 입상작으로 꾸며지는 이번 전시는 생생하고도 창의적인 작품들이 펼쳐져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라면서 “온 가족이
[우리문화신문=이나미 기자] 국회 송옥주 의원실이 주최하고 한중미술협회ㆍ한중지역경제협회ㆍ중국의 중명련(中名联) 그룹이 함께 주관한 한중수교 32돌 기림 한중예술인 전시가 국회에서 송옥주, 권칠승, 이준석. 권향엽 국회의원(国会议员) 등 많은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7월 8일 국회의원회관 3층 전시실에서 성황리에 개막하였고 이번 전시는 11일까지 계속된다. 한중미술협회(韓中美术协会)는 차홍규(車鸿圭) 회장이 북경 칭화대학(清华大学) 미대 재직 중 한중예술인 교류를 위하여 2009년 설립 이래 국내 미술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나라 안팎 전시를 소화하였고, 그 많은 전시를 모두 무료 초대전만 하는 단체로, 이번 전시는 오랜 기간 중국에서 활동하며 한중 간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는 한중지역경제협회(韩中地域经济协会) 이상기(李相基) 회장과 중국 북경(北京)에 거점을 두고 문화 창의 산업 및 국제 전시, 국제무역 등에 활발히 활동하는 북경 중명련(中名联) 대본영 회장(戴本领 董事长)과 조핑 대표(赵苹总经理)가 양국 예술가들의 문화교류를 위해 뜻을 같이하여 이루어졌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예술가 차홍규(車鸿圭), 이응선(李應善), 신광순(申光淳), 등 8명과 중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그곳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그곳에 서면 누구나 근심걱정을 잊게 된다 그곳에 서면 아득히 먼 역사 저편에서 중국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인의 기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 서면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으로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역사를 지켜나가야 할지 코끝이 찡하게 깨닫게 된다. 5박 6일, 길지 않은 기간(7월4일-9일) 동안 '탄운이정근의사기념사업회 백두산 답사단'과 함께 백두산, 집안 고구려 유적지 등을 돌아보는 답사를 하고 돌아왔다.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 기록하고 있는 기자에게 6일 동안의 답사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60이 넘어서인지 이번 답사는 조금 힘에 부쳤다. 더구나 계속되는 빗속의 강행군이다 보니 더더욱 힘이 들었던 듯하다. '다리가 떨릴 때 떠나지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라는 말처럼 이번 답사에서는 유독 이 말의 의미가 구구절절 느껴진다. 그저 전세버스에서 내려 답사지를 둘러보고 끼니때마다 잘 차려진 밥을 먹는 여행이라면 다리가 조금 떨려도 다닐 만하겠지만, 이른바 '답사'란 평균 2만 걸음은 각오해야 하는 여행이다. 그런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아 찍어온 사진을 정리하다 눈에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전국이 장마권이다. 비가 억수처럼 온다는 소식이다. 비가 오는 사이사이로 잠깐 햇빛이 고개를 내밀면 바로 무더위다. 대중교통의 냉방이 가동되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더위를 잊는다. 그러나 내려서 집으로 오는 동안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할 수 없이 장롱에 들어가 있던 부채를 꺼내어 들어본다. 꺼내어 든 부채에는 먹으로 시원한 산수가 그려져 있다. 더운 만큼 부채가 더 춤을 춘다. 한쪽 죽지는 숨겨놓고 구름 속 멀찍이 숨겨놓고 한쪽 죽지만 접었다 펼쳐 든 날개라 하자 떨리는 눈썹은 내리깔고 이마 위에 주름살 다시 걷어 안개를 실어낸 학(鶴)이라 하자 물결에 일렁이는 학(鶴)이라 하자 ... 김상옥(金相沃) ‘부채’ 중에서 시인의 영감은 부채의 움직임에서 고고한 학의 날개짓을 연상, 추출해냈다. 너울거리는 날갯짓은 한쪽 손으로 접었다가 펼쳐 드는 모양이요, 물결에 일렁이는 학은 섬섬옥수로 부채를 부치는 모양을 표현했으리라. 몹시 무더운 날 연거푸 활활 부치는 모양은 신들린 듯 너울대는 춤, 바로 그것이 아닌가? 조선시대 태종 임금은 ‘朗月淸風在手中’(낭월청풍재수중)이라고 했다. 밝은 달, 맑은 바람이 손바닥 안에 있다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활인서는 조선시대 도성 밖 동ㆍ서쪽에 설치하여 돌림병의 치료와 백성에 대한 구휼활동을 담당하였으며, 도성 안으로 유입되는 돌림병의 전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동활인서는 혜화문에서 광희문으로 한 차례 장소를 이전하였으며, 서활인서는 19세기 후반까지 서소문에 있었지요. 지난 2022년 서울역사박물관은 도시 한양을 여성의 시각으로 처음 조명한 서울기획연구 9 《한양의 여성 공간》 보고서를 펴냈는데 여기에는 활인서 얘기도 들어있습니다. 나라에서는 한양도성에 거주하는 무당들을 도성에서 나가게 하거나 관리하기 위해서 무적(巫籍, 무당의 명부)에 등록한 뒤 활인서에 적절하게 배정하여 구료 업무를 맡게 하였으며, 또한 동과 서 양서(兩署) 인근에 계획된 주거공간인 무녀촌(巫女村)을 만들어 이들을 살게 하였지요. 이들이 살았던 곳에는 활인새 뒤골, 신당동(神堂洞), 무원교(巫院橋) 등이 지명이 남아있습니다. 무녀들은 활인서를 없앨 때까지 무보수로 환자들의 구료ㆍ구휼활동을 책임지고 활인서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무세(巫稅)의 형태로 상납하였는데 무녀들의 활인서 활동은 마땅히 져야 하는 부역에 응하는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