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아파도 아파도 그대만을 사랑하리라 나 아파도 나 아파도 영원히 그대만을 사랑하리라 끝없이 펼쳐진 아득한 인생이란 그 길 위에서 나 그대의 손을 잡았어 영원히 함께일 줄 알았어 계절은 바람 따라 가고 태양은 노을 따라 가는데 나는 얼만큼 얼마나 기다려야 그대와 함께 갈 수 있나 혹시나 오는 길 잊어버렸나 정녕 되돌아오는 길 잊어 버렸나 - 임형주 작사/ 이상훈 작곡 <영원(永遠)> - 임형주가 장희빈을 목놓아 불렀다. 그리고 책까지 펴냈다. 왜 이 사실을 여태 알지 못했을까? 장희빈을 주제로 장편 에세이를 펴낸 그의 열정을 이제야 알게 됐다. 우연히 책방을 둘러보다 발견한 수확이다. 이 책, 《임형주, 장희빈을 부르다》는 세계적인 팝페라 가수인 임형주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장희빈 이야기다. 사람들이 흔히 ‘악녀’, ‘희대의 요부’라 알고 있는 장희빈에 대한 재해석은 그동안 누누이 시도되었지만, 이 책은 그 가운데 특별히 돋보이는 ‘장희빈 변론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장희빈이 과연 그토록 악녀였는지, 다만 남편과 아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여인이 권력투쟁에 비참하게 희생된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장희빈은 타고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리랑은 본조 아리랑이다. 이 곡을 흔히 경기민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은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 주제곡이다. 나운규는 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철도 노동자가 부르던 아리랑에 영감을 받아 주제곡으로 사용하였다고 하였다. 당시 아리랑은 단성사에서 첫 상영을 하였고 크게 성공하였다. 단성사는 1907년 서울특별시 종로구 묘동에 세워진 대한민국 첫 본격적인 상설 영화관으로 1917년 조선인이 운영하는 영화관들이 없어질 무렵 1918년 박승필에 의해 재개관 된 곳으로 조선인들에 의해 제작한 영화를 가장 많이 상영한 곳이다. 아리랑 영화의 주인공 영진은 서울로 유학하였으나, 3.1만세운동에 충격을 받고 정신이상자로 고향에 돌아오게 된다. 방학에 내려온 영진의 친구 현구와 그의 여동생 영희는 사랑하게 되는데 일본 경찰의 앞잡이자 악덕지주의 천가의 머슴이었던 오기호가 영희를 겁탈하려고 하자 영진이 낫으로 오기호와 맞섰고 결국, 영진에 의해 죽으면서 영진은 일본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영진은 큰 충격으로 정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문경 새재에 가본 사람들은 제1관문 앞에 넓은 잔디밭이 조성된 것을 보았을 것이다. 지난 일요일에 이 잔디밭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청사초롱이 걸린 것을 보니 혼례식인 모양이다. 이날 혼례식은 필자의 외사촌 딸이 이탈리아 신랑을 만나 한국에서 혼례를 올리는 것이었다. 보통 전통혼례도 요즈음엔 보기 어려운데 문경 새재 야외에서 펼쳐지는 행사라고 해서 필자는 친척의 일원으로서 정말 오랜만에 실제로 전통혼례를 관람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날 혼례식에 신부 쪽 축하객들은 거의 다 양복과 양장을 입었는데 이탈리아에서 온 신랑 쪽 하객들은 모두 한복을 입고 나왔다. 이래도 되는가? 우리의 옷 한복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입고, 그들의 옷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 입고 나왔다니. 여기 혼례가 벌어지는 곳이 이탈리아라면 이해가 되겠는데 한국이지 않은가?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현상이자 현실이지만 전통혼례로 치루는 그 자체가 우리는 반갑다. 이날 대례청은 주흘문 앞 넓은 잔디밭에 마련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봐야하기에 병풍을 치지는 않았지만 초례상에는 쌀, 대추, 생밤, 화병이 놓였다. 신랑이 신부에게 기러기를 바치는 전안례(奠雁禮)가 시작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채근담》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나옵니다. 人知名位爲樂(인지면위위락) 不知無名無位最眞(부지무명무위지락위최진) "사람들은 명성과 지위를 얻어 사는 것이 즐거운 것인 줄만 알고 명예도 지위도 없지만 홀가분하게 사는 즐거움이 더 참된 즐거움인 것을 알지 못한다." 《논어》의 옹야편에도 공자께서 제자 안회에게 하신 말씀이 나옵니다. "‘현명하도다, 안회여! 한 그릇의 거친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누추한 시골에 사는 것을 다른 사람은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안빈낙도의 자세를 변치 않으니, 현명하도다. 안회여!” 안회의 즐거움이란 빈한함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매일 깨우침에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것은 결코 즐거울 수 없으니까요. 가을의 막바지, 열매를 맺을 시간적 여유도 없이 피는 꽃들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가꾸거나 꾸미지 않아도 스스로 아름다움을 뽐내지요. 꽃은 다른 누구를 위해 피지 않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이 존재이고 삶이기 때문에 피어나는 것이지요. 꽃은 옆의 다른 꽃을 부러워하거나 시샘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보아주지 않아도 좋지요. 그저 지나는 바람과 햇빛과 달빛, 별빛으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전자책 보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저는 그동안 종이책을 고집하다가 최근에 전자책을 사서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동안은 종이책을 넘길 때의 그 감촉, 그리고 펼친 책에 코를 박을라치면 마음을 아늑하게 해주는 종이향은 결코 전자책이 줄 수 없는 종이책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그것뿐인가요? 펜을 들어 기억하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그을 때 펜을 통해 손가락에 전해져오는 미세한 떨림 등은 저에게 종이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요즈음 어쩔 수 없는 필요성 때문에 전자책을 보기 시작하였는데, 전자책도 나름 좋더라고요. 제가 전자책을 보게 된 계기는 이렇습니다. 저는 지방 재판에 갈 때마다 재판기록뿐만 아니라 오가는 중에 보려고 항상 책 한두 권은 가지고 다닙니다. 그런데 요즈음 지방에 갈 때마다 아내랑 동행하면서 가방이 빵빵해졌습니다. 간식거리도 넣고 냉동실에서 꺼낸 물도 몇 병 넣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조금 큰 갤럭시탭을 사서 재판서류도 전자화하여 여기에 넣고, 책도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갤럭시탭에 넣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전자책을 보기 시작하였는데, 전자책은 전자책대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 천 년 동안의 으뜸 탐험가 10인을 꼽습니다. 그 가운데 유일하게 실패한 탐험가가 한 사람 포함되어 있지요. 그는 새클턴으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제임스 쿡, 닐 암스트롱, 마르코 폴로에 이어 5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실패한 탐험가지만 가장 성공적인 탐험가라는 칭송을 받습니다. 새클턴은 남극 탐험을 위해 28명의 대원을 모집한 뒤 1914년 8월 1일 영국을 떠납니다.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떠난 남극 탐험에서 탐험 초반에 얼음에 갇히게 되고 28명의 대원은 본국과 연락이 끊어집니다. 28명의 탐험대는 남극 탐험이라는 목표를 버리고 오직 살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합니다. 세월이 흘러 인듀어런스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아무도 대원들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새클턴은 635일 만에 28명의 대원 한 명도 잃지 않고 무사히 귀환합니다. 섀클턴은 조난한 뒤 가장 먼저 선장에게 지급되는 특식을 없앴습니다. 그는 뒤처진 대원을 포기하지 않고 직접 구출에 나섰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항상 맨 앞에 나섰지요. 또한 그는 대원들에게 다양한 게임과 운동을 제안하거나 임무를 주고, 바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 6월 말 회사 후배들과 함께 아침 일찍 창덕궁과 후원을 관람한 적이 있는데 마침 약 석 달쯤 지난 지난주 토요일에 우리 집안 화수회 회원들과 함께 창덕궁을 답사하는 기회가 있었다. 계절은 9월 중순인데도 덥다 늦여름 날씨 같다. 간간이 해가 나면 등이 뜨겁다. 그렇지만 다시 보는 창덕궁과 후원, 다시 보는 만큼 새롭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었다. 인정전 등 큰 전각이 즐비하지만, 대부분은 보았던 것이어서 대충 보고는, 이번에는 집안 아지매 누님들도 있고 해서 왕비의 거주공간인 대조전 구역으로 같이 들어가니 뒤편에 아름다운 계단식 정원과 함께 괴석이 두 개가 보인다. 그 가운데 하나에는 소영주(小瀛洲)라 쓰여 있다. 작은 영주산이란 뜻이다. 중국에서는 그들의 땅의 동쪽 끝에 봉래산(蓬萊山)ㆍ방장산(方丈山)ㆍ영주산(瀛洲山) 등 세 산이 있어 이를 삼신산이라고 부르는데, 진시황과 한무제가 불로장생의 영약을 구하기 위하여 이곳으로 동남동녀 수천 명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산을 지리산, 금강산, 한라산으로 생각한다. 소영주라 했으니 이 괴석을 작은 영주산으로 이름 지어 보았다는 뜻이다. 여성 회원들이 관심이 있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전하, 부디 성군이 되시옵소서.” 사극에서 울려 퍼지는 이 대소신료들의 목소리는 조선의 임금이 일상적으로 들어야 하는 간언이었다. 조선의 임금은 공부해야 했다. 누구나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유가사상의 핵심이었고, 조선의 군주는 ‘내성외왕(內聖外王)’, 곧 안으로는 성인이고 밖으로는 임금이어야 했다. 지금은 성인이 아니라도 성인이 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임금의 덕성이라 보았다. 이 성인이 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바로 공부였다. 요즘이야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하라는 말은 잘 듣지 않지만, 옛날 임금은 참 힘들었다. 왕세자 시절부터 임금의 자리를 내려놓을 때까지 끊임없이 ‘경연(經筵)’이라는 체계적인 시스템에 따라 공부해야 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자, 만백성의 어버이이자,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이어야 했던 ‘극한직업’이 바로 조선의 임금이었다. 역사학자 오항녕이 지은 이 책,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은 조선의 독자적인 군주 교육 시스템이었던 경연이 문치(文治)의 수단으로 어떻게 제 역할을 했는지, 조선의 경연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러한 경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인지 세세히 짚는다. 청소년도 읽을 수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6월 중순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몬순 폭우는 파키스탄 국토의 1/3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파키스탄의 전례 없는 대홍수는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구온난화가 몬순을 강하고 불규칙하게 만들어 올해 8월 파키스탄에 평년보다 500~700%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계절풍'을 의미하는 몬순(monsoon)은 대륙과 해양의 열 차이에 의해 계절풍이 부는 현상이다. 이때 기온이 높아지면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 폭우로 이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엄청난 재앙에 대해 파키스탄의 기후변화부 장관은 9월 4일 가디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오염을 일으킨 부유한 국가들이 홍수 피해를 본 파키스탄에 배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파키스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구 전체 배출량의) 1% 미만이다. 우리의 배출량은 매우 적다. 반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부자가 되어온 나라들이 있다. 선진국들이 기후재앙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파키스탄의 홍수에 대해서 선진국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아니면 억지 주장일까? 지구 기온을 상승시키는 원인은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알려져 있다. 이산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구름이 끼어 완전하고 깨끗하게 보름달을 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고향에 부모님이 있는 분들은 한가위 백 년 만에 가장 크다는 보름달을 다 같이 보고는 다들 각자 직장이 있고 집이 있는 도시로 돌아갔을 것이다. 코로나로 가족들이 얼굴을 제대로 대면하지 못했다가 3년 만에 비로소 만나서 많은 정을 나누었을 것인데, 내려가는 차량이 그리 많았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는 꼭 서울에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것만이 아니고 지방 어디건 대도시에서 고향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분들도 많아서 차량이 막히는 관계로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올해 추석은 이른바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그리 요란하게 들리지 않고도 지나는 것 같다. 배경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차례음식이나 명절 음식 차리는 문제요, 또 하나는 자녀들의 혼인 혹은 출산 종용 문제가 조금 완화된 데 따른 것 같다. “차례상에 전 안 올려도 돼요” “추석 차례상은 송편과 나물, 구이, 김치, 과일, 술이 기본이고 육류와 생선, 떡 정도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한가위 일주일 전에 성균관이 발표한 간소한 차례상 새 표준안은 명절을 맞는 분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