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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4대강 보의 물로 가뭄을 막을 수 없다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85]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남부 지방의 심각한 가뭄으로 광주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주암댐의 저수율이 19%까지 떨어지고 수돗물 공급이 불안해지자 4대강 사업의 가뭄 방지 효과에 대해서 논란이 재연되었다.

 

2023년 4월 4일 MBC 저녁 뉴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보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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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만의 기록적인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를 맞은 남부지방. 윤석열 대통령은 해결책으로 4대강 보 활용을 지시했습니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가뭄과 홍수를 함께 겪고 있습니다.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고‥‥"

전날 가뭄 대책으로 4대강 16개 보 활용을 꺼내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재차 강조했습니다.

"(영산강) 승촌보하고 죽산보에 저류된 물이 2,308만 톤 정도가 됩니다. 현재 저류된 물의 50% 정도는 더 추가로 확보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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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과 여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4대강을 재자연화하기로 한 정책은 물부족 국가인 우리나라 실정에도 맞지 않고, 기후변화가 심화하는 때는 더더욱 문제가 있는 정책이므로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2023년 4월 4일자 “文 정부 4대강 적대시 정책, 5280만t 귀중한 물 그냥 흘려보냈다”라고 제목을 단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4대강 (사업)’은 장마철 외엔 물이 부족한 한국에서 물을 자원으로 보관하는 사업이다. 또 개천처럼 변한 썩은 강보다는 보를 쌓아 풍부한 수량을 갖는 강의 모습이 훨씬 좋다는 사람이 더 많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4대강 보를 해체하자는 주장은 댐, 도로, 도시도 다 없애버리자는 것처럼 허무맹랑한 얘기다. 선진국 수준에 와 있다는 나라 정부가 그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휘둘렸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4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은 4대강에 대한 적개심으로 4대강 사업의 효과를 폄하하고 보 해체 결정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가뭄으로 민주당과 좌파 환경단체의 주장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분명해졌다”라며 “지금같이 기후변화가 심화되는 시기에 이런 근시안은 범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극언했다.

 

이 문제는 정파나 이념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막고, 수질을 개선하고 지역발전에 이바지한다는 4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이 글에서는 4대강 16개 보의 가뭄 방지 효과에 대해서만 검토해보자.

 

자동차로 지방을 여행하다 4대강 보 옆을 지나다 보면 보 위쪽으로 물이 가득 차 있는 넓은 호수를 볼 수 있다. 일반 국민은 아마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이처럼 많은 물을 저장해 두었으니, 가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지극히 감각적인 생각이다. 그렇지만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합리적인 견해는 아니다.

 

4대강 사업의 가뭄 대책은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물 부족 지역과 물 저장 지역이 일치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 이전에 오랫동안 정부에서는 농업용 저수지를 건설하고 관개시설과 상수도 시설을 건설하여 4대강 본류 주변 지역에서는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에 물 부족은 강의 상류와 지류, 그리고 산간지방과 해안지방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4대강 본류에 있는 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지만 본류에서 거리가 먼 지류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하면 보에 저장된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 없어서 물을 보낼 수가 없다.

 

둘째, 4대강 보의 물을 물 부족 지역에 공급하려고 해도 경제성이 없다. 농업용 저수지에서 논에 물을 공급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건설된 농업용 저수지는 논보다 높은 곳에 있다. 높은 곳에 있는 저수지에서 낮은 곳에 있는 논으로 물은 수로를 따라서 자연낙하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데 4대강 보는 유역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으므로 만일 도수로를 만들어 높은 지역에 있는 논에 물을 공급하려면 계속해서 물을 펌프로 뿜어 올려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2015년 가을 충남 서부 지방의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까지 부족해졌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황교안 총리는 보령댐 현장을 방문하였는데, 도수로를 만들어 금강의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는 공사를 하라고 지시하였다. 주무 부처인 수자원공사에서는 총길이 21.9km에 달하는 도수로 공사(총 공사비 625억 원, 물 공급능력 하루에 11만 5천톤)를 2015년 10월 30일에 착공하였다.

 

보령댐 도수로는 부여군 규암면의 금강 백제보 하류 6.7㎞ 지점에서 물을 끌어올려 부여군 외산면 반교천으로 물이 흘러가도록 설계되었다. 반교천에 방류된 금강 물은 웅천천을 거쳐 보령호로 들어가게 된다. 보령댐 도수로는 4달 동안 신속히 공사를 끝내고 2016년 2월 22일 금강 취수장에서 통수식을 화려하게 거행하였다. 그렇다면 보령댐 도수로를 건설했기 때문에 보령댐 유역의 물 부족 문제는 항구적으로 해결되었는가?

 

 

위 그림에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점이 있다. 금강의 취수장과 방류지점은 거리상으로는 21.9km 떨어져 있는데, 고도 차이가 126m나 된다. 보령댐 도수로는 중간에 가압장을 두 곳에 설치하여 물을 126m 위쪽으로 끌어올려야 하므로 전기료 등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보령댐 도수로는 2월 22일 통수식 이후 하루 3~6만 톤의 물을 금강에서 보령댐으로 공급했는데, 한 달이 채 안 된 3월 18일부터 운영이 중단되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가 내려) 운영 지침에 따라 보령댐 수위가 ‘주의’에서 ‘관심’ 단계로 회복해 도수로 운영을 중단했다"라고 발표했다. 필자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보령댐 도수로를 운영하려면 전기료를 포함하여 유지관리비가 한 달에 5억 원이나 든다. 그러므로 보령댐 도수로는 비상사태가 아니면 상시로 운영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올해의 남부지방 가뭄을 극복하는 대책에서도 중요한 것은 물 공급시설이다. 환경부 장관은 영산강의 2개 보에 2,300만 톤의 물이 저장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이 물을 광주시민의 식수 부족 해결에 사용하려면 광주시민의 식수원인 주암댐 상류로 (거리 약 50km, 고도 차이 약 100m. 주암댐은 영산강 유역이 아니고 섬진강 유역에 있다.) 운반하여 방류해야 한다. 도수로 공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걸리니까 급한 대로 물탱크 트럭으로 영산강 물을 실어다가 주암댐 상류에 방류하면 될까?

 

정치인 출신이 아니고 환경 전문가인 한화진 장관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 발표한 환경부의 중장기 가뭄대책을 살펴보면 4대강 보의 수위를 높게 유지하여 70개의 취수장과 양수장에 물을 원활히 공급하는 것이 핵심으로 되어 있다. 광주시민의 식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용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은 유역에서 가장 낮은 곳(본류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농업용수나 생활용수로 활용하려면 높은 곳(지류 지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물이 부족한 지역이 4대강 본류로부터 30km 이상 멀리 떨어져 있으면 별도로 물공급 시설을 만들어야만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는 상습적으로 물이 부족한 지역에 물공급 시설(농업용 저수지와 식수 공급댐)을 왜 많이 만들지 않았을까? 필자의 견해로는, 4대강 사업의 주목적이 정부에서 홍보한 대로 가뭄 예방, 홍수 방지 등이 아니고 한반도 대운하 계획에 필요한 수심 6m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 독자는 아래 유튜브에서 2010년 8월 24일에 방영된 MBC PD수첩(https://www.youtube.com/watch?v=-j1TLo02PZk)을 시청해보길 비란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