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린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할 때 이런저런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려고 애씁니다. 이런 까닭으로, 저런 이유로 싫어한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그것이지요.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는 당신이 싫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의 말에 반대한다."라는 감정이 깔려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선택은 감정이 좌우하는 것이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근거는 감정을 정당화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모든 선택에는 반드시 끌림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논리에 앞서 감성을 자극해야 합니다. 좋아하면 판단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조지가 이런 실험을 합니다. "나는 약간의 반란은 좋은 것이며 자연계에서의 폭풍처럼 정치계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말을 두 그룹에 들려주고 첫 번째 그룹에는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한 말이라고 소개하고 두 번째 그룹에는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가인 레닌이 한 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놀랍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거의 모든 학생이 그 말에 동의를 표했지만 두 번째 그룹은 거의 모든 학생이 그 말에 반대를 표한 것이지요. 같은 말을 들려주었는데도 그 평가가 상반되게 나온 것은 말하는 사람마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오사카, 교토, 나라 지방은 한국의 여행사에서 셋트로 묶어 3박 4일 정도도 판매하는 일본의 몇 안 되는 인기 관광 코스다. 지금의 수도야 동경(東京, 도쿄, 동쪽의 ‘京’ 곧 서울이라는 뜻)이지만 천 년 전 일본의 서울은 경도(京都, 교토, 794-1185)였다. 교토 이전에는 나라(奈良)가 서울이었던 적이 있다. 따라서 이들 세 지역은 천년고도 지역으로 도쿄 보다는 역사적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나라(奈良)라고 하면 동대사(東大寺, 도다이지)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동대사는 남도칠대사(南都七大寺)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천년고찰이다. 내친 김에 남도칠대사를 꼽는다면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94) 헤이조쿄(平城京)와 그 주변에 있는 7개의 대사찰을 말하는데, 동대사(東大寺, 奈良市雑司町)를 비롯하여 흥복사(興福寺, 奈良市登大路町), 서대사(西大寺, 奈良市西大寺芝町), 약사사(薬師寺, 奈良市西京町), 원흥사(元興寺, 奈良市芝新屋町), 대안사(大安寺, 奈良市大安寺), 법륭사(法隆寺, 生駒郡斑鳩町)를 일컫는다. 이 천년고찰에 수상한 액체가 뿌려졌다고 14일(목),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병신춤이라 부르지 마시오. 불행하고 가난한 사람 병들어 죽어 가는 사람 장애자들 내 동생 어린 곱사 조카딸의 혼이 나에게 달라붙어요. 오장 육부가 흔들어 대는 대로 나오는 춤을 추요.” (p.14) 광대 공옥진이 춘다. 오장 육부를 뒤흔들며 춘다. 이른바 ‘병신춤’이다. ‘병신’이라는 말에 내포된 부정적 어감을 지우기 위해 ‘곱사춤’으로도 불리는 이 춤은, 신체가 부자유스러운 이들의 한과 눈물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한판 굿에 가깝다. 한 시대를 풍미한 판소리 명창, 1인 창무극의 대가, 곱사춤 명인 공옥진은 아이돌 그룹 투애니원의 단원 공민지의 고모할머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민지 또한 집안에 면면히 흐르는 ‘예인의 피’를 입증하듯, 수많은 아이돌 그룹 가운데서도 예사롭지 않은 춤 실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은이는 이 책 《춤은 몸으로 추는 게 아니랑께 – 광대 공옥진》을 통해 명인 공옥진이 한평생 걸었던 예인의 길, 그녀가 남기고 떠난 소중한 유산을 딸에게 들려주는 듯한 친근한 어조로 풀어낸다. ‘우리 인물 이야기’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로 나온 이 책을 읽다 보면 ‘공옥진’이라는 한 인간이 일궈낸 아름다운 유산을 오롯이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류시화님의 작은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옛날 그리스에 애꾸눈 장군이 죽기 전에 자기 초상화를 남기고 싶어 이름난 화가들을 불렀습니다.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를 보고 장군은 못마땅하게 생각했지요. 어떤 화가는 애꾸눈을 그대로 그렸고, 또 어떤 화가는 양쪽 모두 성한 눈을 그렸습니다. 장군은 애꾸눈의 초상화도 못마땅했지만 성한 눈을 그린 것도 못마땅한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 이름 없는 화가가 나섰습니다. 이 무명 화가의 초상화는 장군을 흡족하게 했습니다. 그는 장군의 성한 옆모습을 그렸던 것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지혜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물을 칭송했습니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상선약수는 노자 사상의 큰 축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세상엔 물처럼 싱거운 것이 없습니다. 맹물 같은 사람이란 표현 속에는 업신여김도 들어있지요. 물은 컵에 담으면 컵 모양으로 주전자에 담으면 주전자 모양으로 되기 때문에 지조 없음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세상에 물보다 더 부드럽고 여린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단단하고 힘센 것을 물리치는데 이보다 더 훌륭한 것도 없습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최종고 전 서울법대 교수님이 낸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이란 책을 보았습니다. 한국을 사랑하여 한국에 관하여 글을 쓴 세계작가들에 대한 책이지요. 최 교수님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모교에서 33년 동안 법사상사를 가르치셨습니다. 제가 졸업한 이후에 교수로 오셨기에 제가 배울 기회는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최 교수님이 최근까지 서울법대 문우회 회장을 하셨고, 저도 2017년에 문우회 회원으로 가입하였기에 문우회 모임에서 가끔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 오래전에도 한 번 뵌 적이 있네요. 제가 사법연수원 다닐 때 졸업 논문을 무엇으로 쓸까 고민하다가, 성경에 나오는 법사상을 한 번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리하여 도움을 얻기 위해 서울대로 최 교수님을 찾아간 적이 있지요. 그때 최 교수님이 좋은 점에 착안하였다고 격려도 해주셨는데, 준비하다가 졸업논문 제출 시한까지 제대로 된 논문을 완성한다는 것은 도저히 제 능력 밖이라 포기했었네요. 그런데 어떻게 최 교수님이 《한국을 사랑한 세계작가들》이란 책을 쓰게 되셨을까요? 머리말에서 최 교수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니가타현(新潟県)은 지금 온통 꽃천지다. 벚꽃이야 일본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얼레지, 노루귀 등 야생화로 사랑받는 곳이 바로 니가타이다.또한 니가타에는 다이쇼 시대(1912-1926)부터 일본 최초로 구근 재배에 성공한 튤립이 장관인데 이러한 꽃의 고장 니가타는 전국 최고의 꽃꽂이꽃 출하량 도시로 꼽힌다. 뿐만아니라 시외곽에서는 니가타현 굴지의 튤립 생산지인 고센시(五泉市)의 넓은 들판에 펼쳐진 약 150만 송이의 튤립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보기위해 봄이면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무렵에 니가타 곳곳에서는 튤립 축제가 펼쳐져 일본 굴지의 튤립 생산지의 자긍심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간은 이곳도 코로나19로 축제가 취소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다행히 올해는 축제를 열고 있다. 니가타현은 튤립 등의 구근 식물의 출하량도 전국 최고지만 니가타현에서 자생하는 노루귀와 얼레지 등의 고산식물도 많아 야생화 애호가들로 부터도 호평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봄이 찾아와 산과 계곡의 눈이 녹기 시작할 무렵 피는 꽃이 노루귀다. 일본이름을 유키와리소 (ユキワリソウ)라고 하는데 한자로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고행록(苦行錄). 이 책의 주인공, 한산 이씨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한글 자서전에 붙인 제목이다. 얼마나 인생이 고단했으면 자서전에 ‘고행록’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당시 여성으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정경부인까지 올랐지만, 인생의 그림자와 거친 비바람에 눈물 흘린 날들도 참으로 많았다. 이 책 《고행록, 사대부가 여인의 한글 자서전》 지은이 김봉좌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근무하던 시절, 진주 유씨 모산종택을 방문해 두루마리 형태의 친필본을 직접 보았다. 당시 장서각에서는 한산 이씨 부인의 《고행록》 번역 작업이 한창이었고, 지은이는 한글문헌학 전공자로서 자료집 편찬을 주관하고 있었다. 이때 펴낸 자료집이 《고행록: 17세기 서울 사대부가 여인의 고난기》였고, 여기서 못다 한 이야기를 올올히 풀어낸 것이 이 책이다. 사실 한산 이씨는 남편의 정치적 부침은 전혀 기록하지 않았기에, 유명천의 행적과 한산 이씨의 고행록을 견준 지은이의 노고로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탄생할 수 있었다. 한산 이씨 부인은 아계 이산해의 고손녀로 1659년(효종10), 기해년에 태어났다. 한산 이씨 가문은 이산해와 그 아들 이경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전통 농업사회에서는 쓰레기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 식량과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서 자연의 순리, 요즘 용어로 말하면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살았기 때문에 쓰레기가 과잉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무나 종이, 볏짚은 태워서 요리와 난방에 사용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집집이 가축을 기르고 마당을 가지며 텃밭을 가꾸었다. 음식물 찌꺼기는 개나 닭, 돼지의 먹이가 되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스티로폼 등이 개발되기 전에는 물질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도 그냥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강화도에서 발견된 금표에는 ‘기회자 장삼십, 기분자 장오십 (棄灰者 丈三十, 棄糞者 丈五十’이라고 쓰여 있다. 재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곤장이 30대요, 똥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곤장이 50대라는 경고문이다. 재나 똥이 모두 다 농사에 유용한 자원인데 그것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를 죄로 간주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살면서도 비옥한 땅을 유지하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가 있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옛날의 가치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버릴 쓰레기가 없을 정도로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주말에 주왕산을 다녀왔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의 열병이 마음을 들뜨게 했지만, 길가에 다소곳이 피어난 얼레지와 노루귀, 생강나무꽃과 성급한 진달래가 봄을 이야기하고 있음이 좋았습니다. 잎이 얼룩덜룩한 얼레지는 나물로도 유명한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명지산 연인산 정상부에 끝없이 펼쳐진 얼레지 군락이 유명한데 그 길을 걷다 보면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깊은 산속 산모퉁이의 양지바른 곳에 수줍게 피어난 연분홍 얼레지를 봅니다. 얼레지는 꽃이 땅을 향해있고 꽃잎이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린 것처럼 보여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부끄러움에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니 꽃말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지요. 얼레지는 발아하여 성장하다 꽃을 피워 올릴 때까지 무려 7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어려움을 딛고 피어난 꽃이기에 더욱 반가운지 모르지요. 얼레지는 엘레지와 다릅니다. 엘레지는 슬픔을 노래한 시를 의미하거든요 여하튼 얼레지라는 명칭이 서구적이어서 멋스럽게 다가올는지는 모르지만 이는 이파리가 얼룩덜룩하여 얼레지라고 이름 붙였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봄입니다. 이제 산야에 푸르름이 지천으로 피어나겠지요. 푸름 속에 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러-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달 여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수도를 키예프라 불렀지만 이 발음이 러시아식 발음이라 하여 한국에서는 우크라이나 발음에 따라 ‘키이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3월 11일, 국립국어원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정부·언론 외래어 심의 공동위원회를 열고 우크라이나어 지명 열네 개의 한글 표기안을 심의했다고 발표했다. 두 기관은 '키예프(우크라이나 수도)', '리비프(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등 그간 관행적으로 사용해온 러시아어식 표기 지명을 각각 '키이우'와 '르비우' 등으로 부르고 이밖에도 '아조프해'는 '아조우해', '보리스폴 국제공항'은 '보리스필 국제공항', '하리코프'는 '하르키우', '도네츠강'은 '시베르스키도네츠강'으로 교체를 허용했다. ‘키예프’에 익숙한 탓인지 바꿔 부르기로 한 ‘키이우’가 왠지 모르게 낯설었지만 여러 번 듣고 부르다 보니 어느새 ‘키이우’도 낯익은 지명이 되어가고 있다. 지명이란 것이 곰곰 생각해보면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르는 식으로 불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