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임금은 세종대왕일 것입니다. 세종대제가 아니고 세종대왕인 까닭은 중국은 황제인 데 견줘 변방 국가인 조선은 제후국이라는 관념 때문일 것입니다. 그 이름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대왕(大王)에서 ‘大’ 자를 쓰는 까닭은 유독 우리나라가 큰 것을 사랑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소통령과 중통령은 없어도 나라의 수반은 대통령이고 비교적 작은 땅덩어리를 가진 우리나라 국호도 대한민국입니다. 국호에 크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영국뿐입니다. 한강 30여 개의 다리 이름엔 대부분 대자가 들어 있습니다. 성수대교 양화대교 잠실대교 행주대교 마포대교 성산대교 반포대교…. 대교가 아닌 것은 광진교 하나뿐인 것만 보아도 무언가 크게 보이고 싶은 심리에서 시작한 이름짓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은 세자 기간이 짧았던 임금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자 기간이 가장 짧았던 임금은 정종으로 8일이고 세종은 두 달입니다. (세자 기간이 없었던 6명의 임금은 빼고….) 아이러니하게도 세자 기간이 가장 길었던 임금은 세종의 아들 문종입니다. 그는 무려 29년 동안의 세자생활에 고작 임금은 2년하고 승하하고 말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식민지(植民地). 우리가 수도 없이 부르고 배웠던, 우리가 불과 백여 년 전 처했던 현실인 ‘식민지’는 ‘사람을 심는 땅’이라는 뜻이다. 이 땅을 식민지로 삼은 일제는 수많은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이 땅에 심었다. 그들은 이 땅에 집을 짓고, 사업을 하고, 혼인하여 일가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흔적은 오래도록 이 땅에 남았다. 그 흔적을 다룬 책 정명섭의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는 한국에 남은 일제시대 건물, 가옥, 산업시설을 ‘노인호’라는 교수와 ‘동찬’이라는 아이가 함께 답사하며 나누는 문답으로 보여준다. 자칫 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두 사람이 주고받는 재기 넘치는 대화와 풍부한 역사적 설명이 책장을 술술 넘기게 한다. 그들은 일제의 흔적을 찾아 전국을 다닌다. 부평 삼릉마을 줄사택 유적을 걷고, 부산 기장 광산마을을 가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보고, 박노수미술관과 벽수산장도 다녀간다. 이들이 다닌 열 곳 가운데 가장 인상 깊은 네 곳을 정리해보았다. 1. 삼릉마을 줄사택 유적 1937년 일제는 중일전쟁을 일으키면서 군수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인천 부평에 무기공장 조병창을 세웠다. 부평은 땅이 넓고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윌리엄 홀덴과 제니퍼 존스가 주연한 영화 <모정(慕情, A Many Spiendored Thing)>을 아십니까? 1955년에 제작된 영화인데, 홍콩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중국군 장교의 과부 한수인과 미국 특파원 마크 엘리엇과 사랑을 그린 영화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텔레비전의 명화극장에서 <모정>을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모정>은 작가 한수인(1916 ~ 2012)이 이안 모리슨과의 사랑을 그린 자전적 소설을 영화화한 것입니다. 중국인 아버지와 벨기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한수인은 벨기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민당 장교 당보황과 결혼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1947년 만주전선에서 전사하자, 1949년 홍콩으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퀸 메어리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호주계 영국기자 이안 모리슨과 사랑에 빠지지요. 둘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납니다. 이안 모리슨이 한국전쟁에 영국 <타임스>의 종군기자로 파견된 지 얼마 안 되어, 1950. 8. 12. 지뢰가 터져 전사하였기 때문이지요. 한수인은 소설 끝부분에 이안 모리슨이 한국전선에서 보내온 21통의 편지를 그대로 실었는데, 그
[우리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며칠 전 일본의 중견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都) 시인으로부터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우에노 미야코 시인이라면 윤동주의 전작시(全作詩)를 일본어로 번역하여 《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일본 콜삭사, 2015)라는 제목으로 펴내 일본에서 큰 호평을 받는 시인이다. 이번에 보내온 책 두 권 가운데 한 권은 본인의 시집으로 《후단자쿠라, 不断桜》(추위를 참고 견뎌내는 벚꽃의 의미>이고, 다른 한 권은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국어학자이자 성공한 기업인 재일동포 김예곤 선생을 포함한 일본인 작가 4명의 한국 관련 책 출판을 축하하는 모임에 관한 책)이었다. 《蓬萊峽山莊に集う》(봉래협산장 모임) 책은 두께도 얇은데다가 그 책 표지에 24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사진으로 되어 있어 호기심에 책장을 폈다. “인자하신 김예곤 선생님의 미수(米壽, 88세)와 아울러 《韓國語講座(한국어강좌)》 책 출판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선생님과의 첫 만남을 돌이켜보니 제 아내는 50년, 저는 30년이란 기나긴 세월이 흘렀습니다. 동포 조직을 개선하려는 일념으로 모여든 분들과 밤을 새우면서 열띤 토론을 거듭한 일들과 친선모임,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의식주(衣食住)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세 가지다. 그 가운데 ‘옷 잘 입기’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때와 용도에 맞춰 옷을 잘 갖춰 입는 것은 그 사람의 교양을 보여주는 수단이자, 사회적 신분과 재력을 나타내는 지표이며, 한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지렛대이기도 하다. 이 책, 《조선시대 옷장을 열다》는 다들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하지만 뜻밖에 눈여겨보지 않았던 ‘옷’이라는 소재를 통해 조선시대를 들여다본다. 조선시대 ‘옷’이라 하면 흔히 남자는 두루마기, 여자는 저고리에 치마를 떠올리게 되지만 조선의 옷 문화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 양녕대군의 손자 호산군도 달라고 졸랐던 ‘쓰개’부터 성종이 사치하는 풍조를 걱정해 금지한 ‘초피 저고리’, 선조가 오랑캐의 풍습이라고 생각해 금지한 ‘귀고리’까지, 옷과 보석으로 멋을 내는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조선 사람들의 옷장을 열었을 때 가장 눈에 띌 만한 네 가지를 추려보았다. 1. 쓰개(이엄) 쓰개(이엄)는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동물의 털과 비단, 무명 등으로 만든 방한용 모자였다. 수달이나 담비, 족제비 같은 짐승의 털가죽에 비단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남성이면 누구나 수염이 납니다. 수염은 한자로 鬚髥(수염)이라고 쓰는데 사실 수와 염은 다른 것입니다, 입을 기준으로 위쪽에 난 것아 수(鬚)이고 아래쪽에 난 것이 염(髥)이지요. 염소는 턱 쪽에 긴 수염이 나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어려서 흑염소를 기른 적이 있습니다. 기르기 쉬운 동물은 아니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물론 개체차가 있기는 하지만 고집이 몹시 세서 자기가 가고 싶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키우는 사람으로서는 짜증 나게 마련이지요. 곧 앞에서 끌고 풀을 뜯기러 나서면 네발로 버티며 따라오지 않으려 안간힘을 씁니다. 처음에는 끌고 가는 데 주력했으나 너무 힘들고 어려워 뒤에서 몰기로 합니다. 그것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지요. 염소는 검은색이라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는 색이 아닐뿐더러 높은데 올라가기를 좋아하여 장독을 깨뜨리기도 하고 뿔로 주인을 들이받기도 하며, 울음소리조차 간사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염소를 대하면서 앞에서 힘으로 끄는 것보다 뒤에서 몰이하는 게 좋다는 것은 우리네 인간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조직의 지도자는 어찌 되었거나 앞에 있는 사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2년 8월 1일 자 ‘한겨레21’의 특집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2022년 7월 15일 경남 창원시 본포취수장 100m 동쪽의 강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이 등까지 올라오는 방수복을 입고 낙동강으로 들어갔다. 강물 속 흙을 한 삽 퍼서 강가에 쏟아 놓았다. 모래와 검은 오니(더러운 진흙) 속에서 붉고 작은 것이 꼬물꼬물 움직였다. 붉은깔따구 애벌레(유충)이었다. 한 삽을 퍼올 때마다 한 마리꼴로 애벌레가 나왔다. 대여섯 삽을 퍼오자 모두 5마리가 나왔다. 깔따구는 파리목 깔따구과의 벌레로 모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환경부가 4급수 지표종으로 제시한 벌레이며 애벌레는 오니 속에서 산다. 현재 깔따구 애벌레는 본포취수장 부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수장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가정용 수돗물에서도 나온다. 7월 7일 창원시 석동정수장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7월 8일에는 석동정수장에서 물을 받는 창원시 진해구의 한 집에서 애벌레가 발견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가정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는 신고도 모두 12건이 접수되었다. 석동정수장의 물을 공급받는 집은 6만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7월 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67세) 전 일본수상이 선거 유세 중에 총을 맞고 쓰러져 죽었다는 뉴스가 일본발로 속보로 전해진 이래 한국에서도 상당시간 ‘총격, 사망, 장례’ 등에 관한 보도가 신문과 텔레비전 뉴스 등을 도배한 적이 있다. 때마침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 후보의 지원 유세 중에 총격을 받은 사건이라 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일본의 초대 총리는 1885년(명치18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시작으로 현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101대 째이며, 지난 7월 사망한 아베신조는 90대, 96, 97, 98대를 역임한 최장수 총리로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의 총리는 실질적인 최고지도자로서 외교적, 정치적, 군사적인 실권을 쥐고 총리대신(総理大臣) 또는 수상(首相)으로 불린다. 일본국 헌법 조항에 따라 국회의원 가운데서 국회 의결에 의해 지명되고, 일왕은 이를 임명한다. 총리 자격은 국회의원이지만, 관례상 중의원과 참의원 의원의 투표로 중의원 의원 가운데서 지명된다. 메이지시대(1868) 이전에는 이른바 막부시대로 쇼군(장군)들이 모든 권력을 쥐고 흔들었으나 메이지왕(明治天皇) 이후에는 총리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채근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굼벵이는 지극히 더럽지만, 매미로 변하여 가을바람에 이슬을 마신다.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이 되어 여름 달밤에 그 빛을 밝힌다. 그러므로 깨끗한 것은 언제나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언제나 어둠에서 생겨난다." 방을 깨끗이 하려면 걸레질을 해야 합니다. 걸레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워지지만, 방은 깨끗해져 갑니다. 자신을 희생하여 세상을 밝히는 것은 아름답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빛을 남에게 전달하는 사람은 그 빛으로 인해 자신도 환해집니다. 폭풍우에도 반딧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는 빛이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 안의 빛이 중요한 이유이지요. 주돈이는 애련설(愛蓮說)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연꽃은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더럽혀지지 않는다." 더럽혀지지 않는 것뿐 아니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것을 봅니다. 하루 가운데 가장 어두울 때는 해뜨기 직전입니다. 칠흑 같은 어두움이 지나야 밝은 빛이 옵니다. 사람은 어둠을 싫어하고 밝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둠과 밝음은 빛의 유무일 뿐 대상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우린 동전에 앞뒤가 존재한다는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지금 일본에서는 야부사메 <마상(馬上)활쏘기, 이하 ‘마상활쏘기’>가 한창이다. 야부사메(流鏑馬, 또는 鏑流馬)란 달리는 말 위에서 가부라야(鏑矢)라 불리는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는 일본의 전통적인 무술 기예라 할 수 있다. 때는 1728년, 이른바 에도시대(1603-1868)를 연 쇼군 도쿠가와 이에시게(德川家重) 집안의 후사(後嗣)가 천연두를 심하게 앓고 있었다. 이에 가문에서는 병의 치유를 기원하기 위해 아나하치만구(穴八幡宮) 북쪽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지금의 도쿄 신주쿠)에서 모여 야부사메를 거행하였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천연두가 나았고 가문에서는 병을 낫게 해준 신에게 재앙 퇴치 및 후사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야부사메를 거행했다. 이러한 모습은 아나하치만구에 소장된 그림 <야부사메에마키流鏑馬絵巻>에서도 살필 수 있다. 마상활쏘기(야부사메) 뿐만이 아니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행해지는 각종 마츠리(祭)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전염병이나 각종 질병 퇴치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교토의의 대표적인 기온마츠리도 그러하다. 기온마츠리 유래는 1,100여 년 전 교토에 전염병이 크게 번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