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필자는 지난 2022년 10월 14일 제3차 녹조 시민 포럼 원격 회의에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세상이 좋아져서, 강원도 평창에 사는 나는 서울까지 올라가지 않고 인터넷을 통하여 회의에 참가하고 의견을 말할 수가 있었다. 그 회의의 주제는 낙동강의 녹조 문제에 관한 것이었다. 녹조를 전공한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가 발표한 주제는 “유해 남세균(녹조) 에어로졸 국내외 현황과 시사점”이었다. 발표 내용이 새로웠다. 낙동강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 그러니까 상주 구미 대구 김해 부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녹조가 “발등의 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대강 사업 이후 여름철만 되면 낙동강에서 녹조가 발생한다는 것은 수없이 많이 보도되었다. 녹조(綠藻)는 내가 7년 전 수원대 환경공학과에서 수질관리 과목을 가르칠 때만 해도 “남조류(藍藻類)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날 발표를 보니 남조류라고 부르지 않고 남세균(藍細菌)이라고 부른다. 남세균은 청록색을 띠며 광합성을 하는 세균으로서 여름철에 수온이 높아지고 영양물질이 풍부해지고 체류시간이 늘어나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남세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미 많은 나뭇잎이 옷을 갈아입고 어디론가 부지런히 가고 있다. 10월도 마지막 주로 접어들자 곳곳의 단풍이 화려하게 물들어 눈과 마음을 취하게 한다. 마치 이들 단풍이 곧 멀리 떠날 것이라는 생각 대신에, 영원히 우리 주위에 머물어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만큼 서울 시내 어디나 수목이 많아져 곳곳에 단풍이 황홀하게 물들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상강이란 계절의 변환점을 지났기에 이들은 곧 우리 곁을 떠날 것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가을의 서글픔을 말없이 대변하는 것으로 수국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서서히 피기 시작해 청초하면서도 화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수국이 어느 틈엔가 색깔이 변해가기 시작해 이제는 완연히 누런 갈색으로 변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젊은 날의 그 기품을 생각하면 볼품이 없어진 얼굴이 불쌍해 보이는 것은, 모든 생명이 걸어가는 길이기에 새삼 서러워할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쓸쓸한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 기억하는가? 5월 말 시작된 푸릇푸릇한 꽃의 잔치를? 수국이란 중국 이름 수구(繡球) 또는 수국(水菊)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보며, 옛 문헌에는 자양화(紫陽花)라는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못난 역사도 역사다. 우리 역사에는 영광에 가득 찬, 빛나는 업적을 세운, 후세에 자랑스럽게 전할 만한 역사만 있는 건 아니다. 못난 모습도 많았다. 임금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모습, 적이 코앞에 닥쳤는데도 서로 분열하며 탁상공론만 거듭하던 모습, 그리고 마침내 적에게 굴욕스러운 항복을 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장면을 합친 역사가 병자호란이다. 1636년 병자년, 12월 겨울부터 약 두 달 동안 이어진 전쟁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60만 백성이 포로로 끌려가고 수많은 병사가 목숨을 잃었다. 본래 강화도로 피신하려던 인조는 적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가오자 급히 남한산성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책, 《남한산성의 눈물》은 이때 인조를 따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간 공조참의 나만갑(羅萬甲)이 남한산성에서 쓴 《병자록(丙子錄)》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일종의 전쟁일기인 《병자록》에는 남한산성에 갇힌 조선 백성들의 공포, 추위와 굶주림에 지친 병사들의 불안, 남한산성 안팎의 긴박했던 순간, 전쟁이 끝난 뒤의 상황까지 병자호란의 처음과 끝이 소상히 담겨있다. 비극은 그해 봄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병자년 늦은 봄, 청나라의 두 장수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레옹이란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평범한 어느 날 마틸다가 레옹에게 말을 걸어오며 레옹이 자주 먹는 우유를 대신 사러 가겠다 하며 심부름하러 가게 됩니다. 그 사이에 마틸다의 가족이 살해당하게 되지요. 이유는 마틸다의 아빠는 마약밀수 업자인데 마약 일부분 없어지고 그것이 부패한 마약단속국 경찰인 스탠스필드에게 들켰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마틸다는 황폐해진 집에 어머니와 형제들까지 모두 살해된 장면을 봅니다. 곧바로 레옹의 집으로 가서 초인종을 누르며 도와달라고 얘기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되지요. 사실 이웃 사람들은 레옹을 싫어했습니다. 가족의 불화로 싸움이 잦고 시끄러우며 불한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마틸다의 복수에 힘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그 까닭은 단 한 가지이지요. 'No women No kids" 여자와 어린아이는 건들지 않는다. 곧 아무리 더러운 싸움을 하더라도 처자식을 건들며 싸우진 않는다는 것이지요. 영화의 끝부분에는 악당과 레옹이 자폭으로 죽고 소녀와 화분 하나만 남게 되지요. 그 소녀는 화분을 땅에 묻으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젠 뿌리를 내리고 살 수 있을 거야." 물론 영화에서는 서로를 위하는 감정선의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어느새 가을이 왔구나. 이따금 찬 바람이 불고, 늦은 비라도 방울방울 볼을 때릴 때면 나도 모르게 우수에 젖게 된다. 패티 킴의 노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때에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성은 김이요, 이름은 우수라고 했다. 왜 이름이 우수일까? 봄을 알리는 봄비를 뜻하는 우수일까? 가을을 재촉하는 빗방울처럼 쓸쓸한 마음의 우수일까?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서 설명을 들을 수도 없고 물어볼 수도 없다. 김우수라는 사람은 11년 전 9월 23일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승용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리고는 병원에 실려 간 뒤 25일 만인 이달 10월에 저세상으로 갔다. 1957년생이라고 하니 그때 나이가 55세, 60도 되기 전이다. 그는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우동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급히 병원에 실려 갔지만 세상을 떠나게 되자 이 사람이 누구인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부모를 모르는 고아였다. 일가친척도 없었다. 고아원에서 나와서 험한 세상에 던져지자 누구처럼 사고도 치다가 방화범으로 감옥에 들어갔다. 거기서 소년소녀가장들이 사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상에 나와 오토바이로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아래 사진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예! 윤봉길 의사가 거사 뒤 체포되는 것으로 알고있는 사진입니다. 윤 의사는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왕 생일축하 겸 전승축하 기념식장에 폭탄을 던진 뒤 현장에서 체포되었지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근대사 시간에 이 사진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렇기에 저는 잡혀가는 사람이 윤봉길 의사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의문을 던지는 강효백 교수는 《新 경세유표》에는 싣지 않았지만, 이 사진에 대해서도 의문을 던졌습니다. 강 교수는 1999년 상하이영사관에 근무하면서 이 사진에 의문을 가지고 조사를 벌였던 것입니다. 윤 의사 의거 직후 상하이타임스는 4월 30일 자 기사에서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합니다. “(폭탄이 터진 뒤) 회오리바람이 소용돌이치는 군중들 사이에 조선 사람 윤봉길이 있었다. 그는 군경들에 의해 구타당해 쓰러졌다. 주먹, 군화, 몽둥이가 그의 몸을 난타했다. 만일 한 사람이 죽게 된다면 바로 그 조선인이었을 것이다. 그는 회색 양복을 입고 있었다. 곧 그 회색 양복은 갈기갈기 찢겨 땅에 떨어졌다. 잠시 뒤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도미와 아랑. 삼국사기 <도미전>에 나오는 이 부부는 한국 설화에서 가장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세기의 한 쌍’이다. 백제 개로왕이 용모가 아름다운 아랑을 보고 욕심이 일어, 남편 도미의 눈을 멀게 하고 강제로 취하려 하자 도망친 아랑이 다시 도미와 해후하여 고구려 땅에서 살아간다는 이야기다. 이 절절한 사랑은 후대의 많은 작가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우물이 되었다. 월탄 박종화는 이 설화를 바탕으로 단편소설 ‘아랑의 정조’를 썼고 최인호 작가도 이 소설, 《몽유도원도》를 길어 올렸다. 머리말에서 그는 ‘우리나라 설화 속에서 이와 같이 피처럼 절실하고, 죽음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일찍이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라며 한 편의 고서화를 보는 것 같은 ‘고졸한’ 느낌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머릿말) 나는 《몽유도원도》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설화 중에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하나쯤 빌려와 낡은 고서화를 보는 것 같은 고졸한 느낌의 소설 하나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줄임)… 제목을 ‘몽유도원도’라고 한 것은 조선 세종 때 안평대군이 꿈속에서 노닐던 도원경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가 쓴 《新 경세유표》를 읽었습니다. 강 교수는 대만정치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베이징대학과 중국인민대학 등에서 강의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대만대표부와 상하이 총영사관을 거쳐 주중국대사관 외교관을 12년 동안 지낸 중국통입니다. 그렇기에 《G2시대 중국법 연구》, 《중국인의 상술》, 《차이니즈 나이트 1ㆍ2》 등의 중국 관련 책들을 냈으며, 이 밖에도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면서 모두 30권의 책을 펴냈습니다. 《新 경세유표》는 올 1월 말에 나온 책입니다. 《경세유표》라면 우리가 잘 알듯이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도중 쓰신 책 아닙니까? 다산은 썩어빠진 조선의 정치, 경제, 사회 체제 등을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고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고민하면서 《경세유표》를 쓰셨지요. 그러니까 《新 경세유표》라면 강 교수가 현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고민을 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쓴 책임을 직감할 수 있겠네요.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나는 의문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학문은 세상의 모든 마침표를 물음표로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렇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것이 날아다니려 하고 땅 위에 터전이 없는 것들이 하늘에 집을 지으려 하는 무리가 있습니다. 새롭게 나타난 곤충이냐고요? 아니죠. 생각 없는 이상주의자들입니다. 권력만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일시적인 굴종을 끌어낼지는 몰라도 마음이 괴리된 상태에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무식하면서 소신이 있거나 무식하면서 근면하거나 무식하면서 요직에 있다면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산야에 칡이 참 많습니다. 요즘은 칡을 캐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나름대로 그들은 천국을 이루며 살고 있지요. 그러한 덩굴성 식물도 원칙을 갖고 삽니다. 칡은 오른쪽으로 감으며 자라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으며 성장합니다. 물론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없는 더덕 같은 식물도 존재하지요. 이들 규칙은 자연의 공생과 관련이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효율적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은 것이지요. 식물도 그러한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데 권력에 취하여 최소한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헌법 제1조에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이번 주 월요일은 휴일이었다. 주초부터 휴일? 그것은 하루 전 일요일이 한글날 공휴일이었는데 일요일로 쉬지 못하니 대체해서 휴일을 하나 더 내주었기에 휴일이 된 것이었고 이 때문에 직장인들은 사흘 연휴를 일주일 만에 다시 즐긴 셈이 되었다. 이렇게 연휴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한글날이 공휴일이기 때문이고, 이렇게 한글날을 공휴일로 기리게 된 것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주신 덕택이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 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세 이런 전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져 홀베이셔도 마참네 제 뜨들 시러펴디 몯할 노미하니라 내 이랄 윙하야 어엿비 너겨 새로 스믈 여들 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 쑤메 뻔한킈 하고져 할 따라미니라 고등학교 시간에 배운 이 훈민정음 서문은 세종대왕이 이 새로운 글자를 만든 뜻을 천명한 것으로 유명하고 아마도 많은 우리 국민은 다 외울 것이다. 정말로 백성들이 서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어려운 실정을 풀어주기 위해 새로운 문자체계인 훈민정음을 만든 까닭을 간명하게 밝혀주고 있다. 다만 이 글을 실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맨 뒤에 댱시 예조판서인 정인지가 이 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