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발밑에 숨은 따뜻함으로 마을의 기운을 살려요 요즘 서울시에서 우리 발밑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열기를 끌어올려, 겨울에는 건물을 데우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만드는 일을 더 크게 벌인다는 반가운 기별을 들었습니다. 기름이나 가스를 태워 나쁜 연기를 내뿜는 대신,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이 품은 깨끗한 온기를 빌려 쓴다니 참으로 고맙고 든든한 일이지요. 저는 이 기별을 듣고 우리 삶의 온도를 기분 좋게 끌어올려 줄 토박이말 ‘돋우다’를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흔히 밥맛이 없을 때 ‘입맛을 돋우다’라고 하거나, 등불이 어두울 때 ‘심지를 돋우다’라고 말합니다. ‘돋우다’는 낮은 바닥에 흙을 채워 높게 만들거나, 등잔 심지를 위로 끌어올려 불꽃을 더 밝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가라앉아 있는 것을 정성껏 어루만져 위로 솟아나게 하는 다정한 손길이 느껴지는 말이지요.] 마을이 스스로 일어서게 돕는 ‘에너지 돋움’ 사람들은 흔히 ‘에너지 자립’이나 ‘기술 혁신’ 같은 어려운 한자말을 씁니다. 하지만 이번 기별은 우리 마을의 기운을 우리 스스로 북돋우는 *마을 돋움’과 같습니다. 어두운 방에서 등잔 심지를 돋우면 금세 둘레가 환해지듯, 땅속에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눈 위를 가르는 매끄러운 몸짓, 승리를 부르는 아름다운 마음 요즘 멀리 이탈리아에서 날아오는 반가운 소식에 온 나라사람들의 가슴이 벅차오를 것입니다. 하얀 눈밭 위를 시원하게 미끄러져 내려온 우리 스노보드 선수들이 소중한 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기별 들으셨지요?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선수들이 눈 위를 가르며 내려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가파른 비탈길을 마치 물 흐르듯 내려오는 그 부드러운 몸짓을 보며 저는 토박이말 '결'을 떠올렸습니다. 눈결을 타고, 마음결을 다스리다 '결'은 참 신비로운 낱말입니다. 나무를 깎을 때 보이는 무늬는 '나뭇결', 비단의 부드러운 느낌은 '비단결'이라고 부르지요. 우리 선수들은 거친 눈발과 얼음판 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그 '눈결'을 아주 잘 타더군요. 남들은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험한 길이었지만, 우리 선수들은 마치 눈과 하나가 된 듯 매끄럽게 흐름을 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빛났던 것은 선수들의 '마음결'이었습니다. '결'은 사람의 됨됨이나 마음의 됨새를 뜻하기도 합니다. 수만 명의 눈동자가 지켜보는 긴장된 순간에도 흔들림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집중하는 그 단단하고 고운 마음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포근한 햇살이 건네는 기별, 마음의 기지개를 켜는 ‘갓밝이’ 오늘은 겨울 겉옷이 조금은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 기온도 여느때보다 높고, 낮에는 영상 10도 안팎까지 오르며 봄기운이 슬쩍 담장을 넘어오겠다고 하네요. 얼어붙었던 길들이 녹아 촉촉해지고, 공기 속에 묻어나는 흙내음이 정겨운 날이 될것입니다. 이렇게 포근한 기운이 세상을 깨울 때, 우리 마음까지 밝혀줄 토박이말 하나 떠올려 봅니다. 바로 ‘갓밝이’입니다. '여명'의 깊이와 '갓밝이'의 살가움 우리는 날이 밝아올 때 흔히 ‘여명(黎明)’이라는 말을 씁니다. 어둠을 뚫고 솟아오르는 빛의 장엄함을 담고 있는 참 깊이 있는 낱말이지요. 하지만 때로는 조금 더 가깝고 살가운 느낌으로 이 순간을 부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우리 곁에는 ‘갓밝이’라는 예쁜 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막, 이제 겨우’를 뜻하는 ‘갓’과 ‘밝음’이 만난 이 말은,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저 멀리 산등성이 너머로 빛이 막 고개를 내밀어 세상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오는 그 찰나를 그립니다. 여명의 빛이 우리를 짓누르는 느낌이라면, 갓밝이의 빛은 마치 아이의 발걸음처럼 조심스럽고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뿌연 하늘 아래, 당신에게 건네는 '한 모숨'의 숨결 봄으로 달려가는 들봄달 2월의 설렘을 시샘하듯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채울 거라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대기 정체', '미세먼지 농도' 같은 딱딱한 한자어들이 가득하겠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마음 놓고 마실 수 있는 맑은 공기 한 자락입니다. 이런 날, 여러분의 답답한 가슴을 조금이나마 틔워줄 수 있는 소중한 우리말 하나를 꺼내 봅니다. 바로 '모숨'입니다. 손끝에 닿는 가장 따뜻한 하나치(단위) '모숨'은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아주 적고 가느다란 뭉치를 뜻하는 말입니다. 국어사전을 펼쳐보면 이 말이 얼마나 정겨운 풍경 속에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세 가닥으로 모숨을 고르게 갈라 곱게 머리를 땋아 내려”가던 다정한 손길 속에 모숨이 있고, 고된 일을 마친 “일꾼들에게 담배 두어 모숨을 나누어주던” 넉넉한 인심 속에도 모숨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넘쳐나고 거창해야 대접받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공기가 탁해 숨쉬기조차 버거운 날엔, 그 어떤 말보다 내 코끝을 스치는 '한 모숨'의 싱그러운 풀 내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차가운 비난보다 따뜻한 품이 필요한 당신에게 갖가지 기별들을 보다보면 마음이 참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 작은 잘못이라도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어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는 일들을 자주 봅니다. "내 말이 맞다"며 손가락질하는 소리에 정작 사람들의 아픈 마음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어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메마른 세상 속에서 우리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줄 따뜻한 토박이말이 있습니다. 바로 '보듬다'입니다. 팔을 벌려 가슴으로 안아주는 마음 '보듬다'라는 말을 가만히 소리내어 말해 보세요. 왠지 포근하고 보들보들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말은 두 팔을 크게 벌려 무언가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겨 안는 모습을 뜻합니다. 우리는 흔히 "감싸주다"나 "도와주다"라는 말을 씁니다. 하지만 '보듬다'는 그보다 훨씬 깊은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겉면만 덮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슬픔과 아픔까지 내 가슴 안으로 쑥 끌어당겨 따뜻함으로 녹여주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넘어진 아이를 일으켜 세워 털어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흙 묻은 아이를 꽉 안아주는 그 따뜻한 마음이 바로 '보듬다'입니다. 오늘 당신은 무엇을 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어딜 가나 사람들 손에는 조그만 손말틀(휴대폰)이 들려 있습니다. 길을 걸을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다들 고개를 푹 숙이고 그것만 들여다보지요. 곁에 사람이 있어도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몸은 가까이 있는데 마음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참 쓸쓸한 풍경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쪽이 답답해집니다. 이럴 때 우리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열어줄 수 있는 예쁜 우리 말이 있습니다. 바로 '어우렁더우렁'입니다. 서로 어울려 즐겁게 지내는 모습 '어우렁더우렁'은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서 다 같이 즐겁게 지내는 모양을 뜻합니다. "어울리다"라는 말에 흥겨운 가락이 붙은 것 같지요? 마치 잔잔한 물결이 이쪽저쪽으로 부드럽게 넘실거리듯, 사람들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웃고 떠들며 하나가 되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흔히 이런 모습을 보고 '화합'이라거나 '소통'이라는 어려운 한자어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말은 왠지 딱딱하고 공부를 많이 해야 쓸 수 있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그에 견주어 '어우렁더우렁'은 어떤가요? 말하는 소리만 들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나요?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나라 곳곳에서 벌써 꽃망울이 터졌다는 기별을 전해오지만, 우리 뺨을 스치는 바람은 여전히 날이 서 있습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땅속 깊은 곳에선 이미 봄이 숨을 고르며 몸을 뒤척이고 있지요. 이런 날, 여러분의 가슴 속에 깊이 심어드리고 싶은 토박이말이 있습니다. 바로 '움트다'입니다. 이치’를 아는 마음과 ‘결’을 느끼는 마음 우리는 흔히 무언가 싹이 나올 때 '발아하다'라는 말을 씁니다. ‘싹(芽)이 핀다(發)’는 뜻의 이 한자어는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아주 명료하고 정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학술적인 정의나 현상을 이성적으로 이해할 때 알맞은 낱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이성적인 설명에 토박이말 ‘움트다’를 곁들이면 비로소 봄의 풍경이 완성됩니다. '움'은 풀과 나무에서 갓 돋아나는 싹을, '트다'는 막혀 있던 것이 뚫리거나 갈라져 열리는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움트다'라고 말하는 순간, 겨우내 꽁꽁 얼어붙었던 흙을 비집고 연두색 새싹이 "영차!" 하며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생동감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시작하는 모든 것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응원 '움트다'는 비단 식물에게만 쓰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속에 일어나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참 마음이 설레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어느 아파트 현관문에 정갈하게 붙은 종이 위에 쓴 글귀였습니다. 흔히 보던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는 한자가 아니라, “봄이 오니, 기쁨이 피네”라는 쉬운 우리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 글귀를 읽는 순간, 아직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제 마음에는 이미 따뜻한 봄기운이 스르르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 풍경을 보며 떠올린 말이 있습니다. 바로 ‘들봄’입니다. '들봄'은 저희 모임에서 다듬은 말로 말집(사전)에 아직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말하는 '들봄' 들봄 [이름씨(명사)] 스물네 철마디(절기) 중 첫 번째인 ‘입춘(立春)’을 갈음하여 부르는 토박이말. 봄이 우리 삶의 마당 안으로 들어온다는 뜻. 이를 오늘 우리가 맞이한 '입춘'과 엮어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억지로 세우는 봄이 아니라, 우리 곁으로 살갑게 찾아 드는 첫 번째 봄손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월은 '들봄'이 드는 달이니 '들봄달'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는 ‘입춘(立春)’이라고 쓰고, 이때 문에 붙이는 글을 ‘입춘축(立春祝)’이라 부릅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이를 ‘들봄글’ 혹은 ‘들봄빎’이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참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충북 단양에 사는 한 분이 세 해째 하루 만 원씩 모은 365만 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 달라며 군청을 찾았다는 기별이었습니다. 50대로 짐작되는 이 분은 돈이 든 봉투와 손편지를 조용히 놓고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공무원들이 이름을 묻자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만 남겼답니다. 이 기별을 읽으며 떠오른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보태다'입니다. 말집, 사전에서 말하는 보태다 보태다 [움직씨(동사)] 모자라는 것을 더하여 채우다 이미 있던 것에 더하여 많아지게 하다 《표준국어대사전》 이를 앞의 기별과 엮어 좀 더 쉽게 풀이하면 '누군가에게 모자란 것을 채워 주려고 조금씩 더해 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태다는 큰 것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일도 아닙니다. 그저 조금씩, 천천히, 꾸준히 더해 가는 일입니다. 하루 만 원. 어떤 이에게는 커피 한 잔 값이고, 어떤 이에게는 점심 한 끼 값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그 만 원을 날마다 모았습니다. 365일 동안. 3년째. 1095일. 이 숫자를 떠올려 보면 절로 삼가고 조심하게 됩니다. '보태다'는 말에는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요즘 들려오는 기별에 청년과 일 이야기, 미래 준비 이야기들이 자주 나옵니다. 어떤 정책이 새로 생긴다는 말, 어디에 투자하겠다는 말이 이어집니다. 더불어 '기회'를 넓히겠다는 말도 되풀이해 나오고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이야기, 도약을 돕겠다는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런 기별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쪽에서 이런 물음이 따라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가, 그리고 다음 발은 어디에 놓을 수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이럴 때 떠올려 보면 좋은 우리말이 있습니다. 바로 ‘디딤돌’입니다. 말집, 사전에서 말하는 디딤돌 디딤돌 [이름씨(명사)] 1. 디디고 다닐 수 있게 드문드문 놓은 평평한 돌. 2. 마루 아래 같은 데에 놓아서 디디고 오르내릴 수 있게 한 돌. 3.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바탕이 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표준국어대사전》 이를 앞의 기별들과 엮어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발을 딛고 설 수 있게 해 주는 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딤돌은 높지 않습니다. 한눈에 목표로 삼을 만큼 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돌 하나가 없으면 건너갈 수 없는 자리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