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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로 지자체 523곳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일본

[맛있는 일본이야기 300]

[한국문화신문 = 이윤옥 기자]  도시에 살다 보면 인구감소니 인구위기론 같은 말이 남의 일처럼 느껴진다. 아침 출근시간의 교통지옥 속에 사는 사람들은 더더욱 실감나지 않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나 이웃나라 일본에 바로 그 심각한 문제를 다룬 기사들이 앞 다투어 나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중앙공론> 2014년 6월호 등에는 이러한 인구감소가 예견되는 시정촌(市町村, 우리의 시읍면) 523곳을 발표하여 일본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기도 했다.

홍수 같은 물난리가 아니라 인구가 빠져나가 도시가 폐허화 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일본은 이미 중소도시의 인구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그 대책을 위한 작업에 머리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란 것이 하루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 골칫거리다. 그러한 가운데 지역의 기업가를 응원하는 미디어인 <Future League> 지에 실린 이케다하야토 씨의 기고문이 눈길을 끈다.

이케다 씨는 오랜 기간 북적대는 동경에 살다가 은퇴 후 조용한 삶을 보내고자 동경에서 머나먼 고치현(高知)으로 이사했다. 이곳에 거주하면서 이케다 씨가 발견한 것은 자신이 정착한 마을의 쇠퇴보다도 대도시의 베드타운 도시를 걱정하고 있었다. 일테면 동경의 베드타운인 다마시(多摩市), 쵸후시(調布市) 같은 곳과  지방 도시의 경우는 사가(佐賀)나 기후(岐阜) 같은 곳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사가(佐賀) 사람들에게 출신을 물으면 후쿠오카(福岡)라고 하거나 큐슈(九州)라 하고, 기후(岐阜) 사람들에게 물으면 나고야(名古屋)라고 답하더라면서 문제는 중소도시의 쇠락은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애향심 부족’이라고 진단한다. (후쿠오카, 큐슈, 나고야는 대도시다)

 

   
▲ 사라질 일본의 중소도시 523곳의 목록이 실린 《중앙공론(中央公論)》 2014년 6월호

그나마 자신이 이주한 고치(高知)는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존재’ 하기 때문에 중소도시의 소속감 없는 뜨내기들이 모여 사는 곳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동경에 일자리를 두고 인근 다마시(多摩市)에서 살 때를 회상했다. 이 도시에는 낮 동안 남정네 모습은 보기 힘들고 어린이와 부녀자 노인들만 남았으며 주말이 되면 남자들은 가족을 데리고 또 다시 레저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생활을 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베드타운에 대한 애착이 생길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거주자들은 작은 기회만 있어도 이주를 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베드타운 옆에 새로운 주택이라도 들어서면 헌신짝처럼 살던 곳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게 베드타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실제로 동경 인근 다마시(多摩市) 같은 곳은 인구 감소가 현저하여 1,000여 세대의 한 아파트는 거의 유령의 도시처럼 비어 있는 형편이다. 이곳에는 갈 곳 없는 노인들만 거주하고 있어 아파트 단지 부녀회장은 아침마다 고령자 집을 돌며 혹시 밤새 모를 고령자들의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이라고 할 정도다.


지방자치제 하에서 자신이 사는 고장이 인구 감소로 통폐합 되거나 사라질 위기에 놓인 곳이 무려 523곳에 이른다는 일본의 통계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실정은 어떤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된다. 이케다하야토 씨는 말한다. 농촌이든 베드타운이든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신명나는 일을 많이 만들어 애향심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면 적어도 대도시로의 이탈만은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