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금 교육부에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하고 초등 적정 한자 수 지정 방침을 밝히고 있어서 뜻있는 이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이에 한글학회를 비롯한 국어단체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육단체, 학부모단체, 문화운동단체 들이 모여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상임대표 이대로)를 꾸리고 교육부의 잘못된 정책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물론 언론과 사회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자 온갖 방법으로 싸우고 있다.
그 과정의 하나로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는 어제 8월 13일 10시부터 서울 도심에서 한글 교과서 장례식을 치렀다. 참여자들은 굵은 베옷을 입고 굴건을 쓴 채 초등학교 교과서 표지를 액자에 넣은 영정과 유골함을 들었으며, “한자병기 웬 말이냐” “한글 교과서 살려내라”라고 적힌 만장 10개가 그 뒤를 따랐다.
▲ 한글학회 앞에서 초등학교 교과서 발인식을 하는 모습
▲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노제를 마친 참여자들
▲ 굵은 베옷을 입은 채 뙤약볕 아래서 장레행렬을 이어가는 모습
이 단체 소속 30여명으로 구성된 장례 행렬은 서울 종로구 한글회관을 출발해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노제를 치렀으며 세종문화회관 옆 조선어학회 순국선열탑, 주시경마당을 방문해 묵념을 했다. 장례행렬 중 경찰이 조선어학회 순국선열탑 앞에서 묵념을 하려는 참여자들을 제지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행렬을 마친 뒤 오전 11시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자 병기 정책 추진을 꾸짖었다. 기자회견에서 이대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교육부는 광복 70주년에 일본식 한자혼용 주장자들 말만 듣고 한자 병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 한글교과서가 죽게 됐다. 그래서 우리는 장례식을 치른다. 21일장이 될지 100일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한글 교과서를 지키기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 장레행렬은 주시경 마당에 가서 최초의 한글교과서를 만들었던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박사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고한다.
또 김종택 한글학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님께 드리는 글'에서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적게 되면 한자 사교육 시장이 번창하고 초등학교 학생의 학습 부담이 늘어난다. 이는 대통령님의 업적에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남기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한자 병기 정책을 포기하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장례식을 지켜본 시인 허홍구 씨는 "교육부 당국자들에게 묻는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인성교육보다 한자교육이 더 중요한지? 또 세계에 빛나는 한글보다 한자가 더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그대들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이런 사람들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세운다니 기가 막히다."라고 말했다.
국민운동본부는 회견을 마치고 청와대에 성명서와 서한을 제출했다. 회견 중에 서예가 강병인씨가 '한글이 목숨'이라는 붓글씨를 써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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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 중 박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 하지 말기를 호소하는 김종택 한글학회장 |
▲ 기자회견 중 "한글이 목숨"이라는 붓글씨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강병인 서예가